• ▲ 충북 보은 꼬부랑길.ⓒ보은군
    ▲ 충북 보은 꼬부랑길.ⓒ보은군
    충북 보은은 속리산 법주사와 문장대를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대표적인 관광지였다. 과거 속리산은 신혼 여행지이자 수학여행 1번지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보은은 국립공원 속리산 천혜의 자연경관 못지않게 법주사, 삼년산성, 근대 시민운동의 모태인 동학운동의 본거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한 케이블카조차 없고 변화무쌍한 개발에도 불구하고 옛 모습을 그대로 잘 간직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보은을 찾을 때마다 “어쩌면 과거 그대로 변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할 정도다. 

    과거 보은 속리산을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12 굽이의 말티고개다. 구불구불 말티고개는 산을 오르기 위해 지그재그로 버스를 타고 계속 올라야 했기에 어린시절 퍽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청주 문의에서 상주 방면 고속도로를 이용해 속리산 나들목을 빠져나오면 금강의 발원지인 삼가저수지 아래에 새로운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 편하게 속리산에 갈 수 있다. 

    말티고개는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 관광을 위해 고개를 넘어가기 위해 엷은 박석 돌을 깐 것이 시초가 됐다고 하는 설과 세조와 관련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보은군이 옛 수학여행 1번지 명성 회복을 위해 2017년 말티재 정상부에 아치형 공간으로 조성한 속리산 관문을 비롯해 108번뇌‧해탈체험, 109굽이 말티재 꼬부랑길(10㎞)은 전국 최장‧아사이 유일 비포장 러닝 코스다. 꼬부랑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경관이 빼어나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걷거나 달릴 수 있는 힐링 코스이며, 전지훈련, 마라토너 등 체육인들도 즐겨 찾는다. 
  • ▲ 속리산 세조길. 저수지~세심정 구간 계곡에 붉게 물든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속리산국립공원
    ▲ 속리산 세조길. 저수지~세심정 구간 계곡에 붉게 물든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속리산국립공원
    이곳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간 열리지 않았지만 알몸마라톤대회, 단풍마라톤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또, 숲체험휴양마을, 솔향공원 집라인(8개 코스, 1683m), 모노레일(솔향공원~목탁봉 866m), 전망탑(폭 16m, 높이 20m), 스카이바이크의 재미에 푹 빠져들 수 있다. 말티고개는 자전거 동호인들의 단골 코스가 되고 있다.

    꼬부랑길은 사계절 아름답다. 봄에는 연분홍 사철쭉을 비롯해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 가을엔 오색단품과 구절초, 그리고 겨울에는 하얀 눈 덮인 설경이 특히 아름답다. 

    산나물체험장, 야생화 체험로, 숲속 공연장, 물놀이장, 스포츠 치유체험, 찜질방까지 체험시설이 들어서 있고, 휴양마을 아래 솔향공원에는 소나무홍보전시관, 식물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소나무 숲 하늘에서 자전거를 타고 솔향을 느끼며 솔향공원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스카이바이크(1.6㎞)는 관람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산림청 국립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도 이용할 수 있다. 이 휴양림은 보은에서 약 7㎞인 속리산국립공원 끝자락에 있다. 휴양림은 숲속의 집 16동과 산책로 2.5㎞, 속리산 말티재 정상과 연결된 등산로(1.5㎞), 그리고 공한지에는 약용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토속 식용‧약용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목공예체험장에서는 사전 예약 등을 통해 자녀들과 함께 궁중 전통예복 입어보기 체험, 목걸이‧열쇠고리 만들기, 솟대 만들기, 장승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 ▲ 수령 600년이 넘은 ‘정이품송(正二品松, 천연기념물 제103호)’.ⓒ뉴데일리 D/B
    ▲ 수령 600년이 넘은 ‘정이품송(正二品松, 천연기념물 제103호)’.ⓒ뉴데일리 D/B
    말티고개 가을의 정취는 너무 아름답다. 구불구불한 말티고개와 함께 좌우로 펼쳐진 붉게 물든 단풍은 보는 사람들이 감탄사를 절로 쏟아낸다. 과거 속리산 법주사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말티고개를 거쳐야 했다. 지금은 오히려 과거의 옛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말티고개를 넘어서 조금 가다 보면 수령 600년이 넘은 ‘정이품송(正二品松, 천연기념물 제103호)’ 이 눈에 들어온다.

    정이품송은 1464년 조선의 세조가 법주사 행차 중 정이품송의 늘어진 가지에 가마가 걸리게 되자, 한 신하가 ‘연이 걸린다’고 소리를 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려 세조 일행을 무사히 지나가게 했다. 며칠 후 세조가 속리산에서 지병(묙욕소 등)을 치료한 뒤 되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세조가 정이품송 아래서 비를 피한 인연으로 소나무에 정이품송의 벼슬을 내린 일화는 유명하다.

    노송(老松) 정이품송은 안타깝게도 좌우대칭이 깨지는 바람에 옛 모습을 볼 수가 없다. 1992년 돌풍에 의해 좌측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등 잇따른 수난을 당했다. 

    이어 오리 숲을 거쳐 호서제일가람인 법주사(신라 진흥왕 14년 의신조사 창건). 법주사는 ‘법(法)’이 안주할 수 있는 탈속(脫俗)의 절이라 하여 법주사로 이름이 붙여졌다. 
  • ▲ 숲체험 휴양마을.ⓒ보은군
    ▲ 숲체험 휴양마을.ⓒ보은군
    법주사에는 쌍사자석등(국보 5호), 현존하는 유일한 5층 목탑 팔상전(국보 55호), 석연지(국보 64호) 등 국보 3점이 있고, 보물 12점(사천왕석등, 마애여래의상, 신법천문도병풍, 원통보전, 법주 괘불탱화, 복천암 학조등 곡화상 탑 등), 지방유형문화재 22점(사천왕문, 석등, 복천암 극락보전 등)을 보유하고 있다. 

    법주사 경내를 둘러본 뒤 세조길은 인기 코스다. 등산코스라기보다는 구두를 싣고 걸을 정도로 길이 잘 조성돼 있고, 특히 경치가 아름답다. 법주사 앞에서 걷기 시작해 저수지 가장자리에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계곡을 끼고 오르다 보면 세조가 지병 치료를 위해 목욕을 했다는 ‘목욕소’가 나온다.

    세조길은 계곡의 맑은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가 더욱 운치 있게 한다. 세조길의 가을 단풍은 너무 아름답다. 가을에는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속리산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다.

    세심정까지 편안한 걸음을 했다면 하산해도 되지만, 이곳에서부터는 문장대, 천왕봉 등반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