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도의회 거센 반발 ‘좌초’…‘정치적 입지 탈피’하고 과감한 결단 절실
  • ▲ 김동식 국장.ⓒ김동식 기자
    ▲ 김동식 국장.ⓒ김동식 기자

    충북 청주공항 MRO사업에 대한 출구전략을 서둘러야 할 때다.

    청주공항 MRO사업이 암초에 부딪친 작금의 현실에서 이시종 지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철저히 인식하고 과연 도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선 그동안 일련의 청주공항 MRO사업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지난해 1월 20일 아시아나항공은 충북도, 청주시, 충북 경제자유구역청과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 진출을 타진해왔다.

    정부 주도로 추진해온 MRO사업은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MRO 육성방안(MRO 맞춤형 입지지원)을 발표했다.

    특히 올해 초 저비용항공사들의 안전사고와 결항 사태가 잇따르면서 국내 전문 MRO 사업의 필요성 역시 꾸준히 강조돼 온 게 사실이다.

    현재 국내 항공기 정비수요는 연간 약 2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4%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비시설과 기술부족으로 연간 1조3000억원(약 53%)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 청주국제공항 청사 모습.ⓒ청주국제공항
    ▲ 청주국제공항 청사 모습.ⓒ청주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은 업무협약(MOU)을 맺은 후 국토부에 제출할 사업계획서 작성에 나서는 등 의욕을 보여왔으나 지난해 7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MRO 사업의 재검토 지시를 내리면서 미뤄졌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8월 29일 MRO 사업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청주공항 MRO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청주공항 MRO사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성을 고려해 추진돼야 하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다수의 해외정비 MRO 전문업체와 함께 면밀히 검토해왔으나 사업성이 없다는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약 1년 6개월간 검토해 온 청주 항공정비(MRO) 사업을 사실상 완전히 포기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청주공항 MRO 사업 최종포기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고 자금여력이 없는 아시아나항공의 MRO사업 철수는 예견됐었다”며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귀띔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청주공항의 항공정비(MRO) 사업 포기를 선언해 경쟁관계에 있던 KAI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지면서 한국항공우주(KAI)와 손잡은 경남 사천시도 MRO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았으나 국토부가 KAI의 사업계획서를 반려함에 따라 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이날 이시종 충북지사 역시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나항공이 MRO 사업계획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아시아나 항공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도민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MRO사업은 지속 추진하되 차후 항공물류, 항공서비스, 부품제조업 등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MRO사업을 계속 진행해 나갈 의욕을 꺾지 않았다.

    이후 청주공항 MRO사업은 수많은 논란과 초대형 ‘이슈’로 떠오르며 시퍼렇게 날선 충북도의회의 강력한 반발로 거센 풍랑과 함께 암초에 부딪히면서 헤쳐나갈 한 치의 앞도 내다보기가 힘들었다.

    청주공항 MRO특위 위원장인 엄재창 의원이 지난달 위원회에서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3월과 4월에 보내 온 공문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경자청은 “기업과의 MDA 비밀 유지 협약이 유효하고 신의성실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여타 기업유치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를 거부했다.

    당시 엄 의원 등 청주공항 MRO특위 위원들은 행정감사에서 자료를 요구할 것이며 거부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등 별렀으나 실제 지난 9일 있은 행감에서는 같은 특위 위원이기도 한 엄 의원과 임병운 의원 모두 자료를 요청하지 않았다.

    엄 의원은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인천에서 대단위 항공MRO단지를 조성한다면 청주항공MRO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엄 의원은 이날 행감에서 “인천시가 17개 베이 규모의 시설을 갖춘 항공MRO단지를 조성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만약 그렇게 되면 수요가 없어 청주항공MRO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캐물었다.

    이에 전상헌 경자청장은 “공적 기관에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으며 단지 언론 보도만 믿고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변하면서 사실상 MRO사업을 계속 진행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또 새누리 임회무 의원이 “지사께서든지 누군가는 도민 앞에 이 부분에 대한 정중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충북도와 경자청이 책임을 지고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경자청장은 일축했다.

    청주공항 MRO사업은 넘어야 할 파도가 너무 높아 결국 좌초하고 만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경자청장의 생각과 달리 앞선 지난 8일 이 지사는 충북도의회에서 청주공항 MRO와 관련해 “도의회에서 합리적 대안을 낸다면 이에 맞춰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청주 MRO 문제로 더 이상 도정에 부담을 안고 가고 싶지 않아 또 다른 ‘출구전략’을 찾아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여론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도의회 새누리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계속 끌고 가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시점에서 이시종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떠나 도민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결단을 촉구해 본다.

    이 지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사업포기로 MRO사업이 좌초된 실책을 스스로 떠안고 하루빨리 거시적 측면에서 확실한 MRO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산적한 대형사업 등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남은 임기동안 충북도의 경제와 도민복지 등 현안들을 다시 한번 재점검하고 꼼꼼히 챙기는데 매진하며 ‘이시종號’의 순탄한 항해를 기대해 본다. 

    한편 충북도는 청주공항 인근에 위치한 에어로폴리스 내 32만1000㎡ 부지에 A, B지구로 나눠 항공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했으나 A지구를 복토중에 MRO사업 자체가 무산위기에 놓이며 현재 공사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