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소비자 신뢰도 떨어져 결국 농민 피해"
  • ▲ 농협 마크.ⓒ김종혁 기자
    ▲ 농협 마크.ⓒ김종혁 기자

    충북 괴산지역의 한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사과를 수매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관리부실로 인해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판매사업’에 대한 부실 의혹이 제기됐다.

    이 농협은 수매를 마친 제품을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손실이라 농민들에게 직접 피해는 없다고 밝혔지만 지역의 대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떨어져 결국 농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입장이다.

    문제의 이 농협은 지난 설 대목에 판매할 목적으로 지역 농민들로부터 사과를 사들여 직영 APC(산지유통활성화사업장) 작업장에서 선별·포장을 거쳐 시장에 출하했다가 대량 반품을 당했다.

    반품이유는 박스별 ‘중량미달’과 제품의 ‘손괴’ 등 이었다.

    뉴데일리 취재진이 제보를 받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농협에 문의하자 “별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 윗분과 상의해서 연락하겠다”며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고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몇 시간 후 전화를 걸어온 농협측은 “당시 반품된 사과를 재선별하고 포장해 다시 시장에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운송비와 인건비 등이 대략 800만원가량 발생했다”고 말했다.

    제보자의 말로는 수천박스 물량이었다고 되묻자 “15kg짜리 약 1500박스다. 별로 많지 않은 양이며 전량 재판매했다”고 답하며 “농민들은 전혀 피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량이 모자란 것은 유통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사과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사과는 단단한 과일이라 쉽게 수분이 증발하거나 중량이 줄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 제품의 품질이 고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선별할 당시 일손이 모자라 경력이 없는 일용직을 고용했는데 그들이 제대로 선별하지 못한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이 과정도 석연치 않다. 해마다 수확기가 돌아오면 일손이 모자라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이다.

    다른 농협의 ‘판매사업’ 관계자는 “농협의 판매 사업은 지역 특산물을 고품질화시켜 수익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과일의 경우 선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저품질로 평가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고 이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문제가 된 이 농협은 국비가 지원된 APC작업장을 갖추고 있다. APC작업장은 지역의 특산물 판매를 촉진시켜 농민들에게 고수익을 올려주기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이 문제에 대해 해당 농협을 관리 감독하는 군지부에 문의 했으나 보고나 감사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군 관계자도 전혀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국 해당 농협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 농협이 자체 회계를 통해 ‘손실’ 처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문제의 사과를 취급했던 유통업계와 소비자가 다음해 정상적인 가격으로 이 지역의 농산물을 판매해 줄지는 의문이다.

    결국 해당 농협이야 장부상의 손실정도로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 하락의 피해는 장기적으로 농민이 질 수밖에 없다.

    사과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전국 곳곳에 대형 조직망을 갖춘 농협이라는 ‘갑’과 거기서 빚을 내 농사를 짓고 사는 ‘을’의 농민은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드러내놓고 묻거나 따지지 못한다”고 하소연 했다.

    지역 특산물 활성화와 관련해 관계기관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