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민대상 이재진·임대경·홍상표·강대식·한효동 영예반세기 농정·환경 현장, 기록과 문학, 산업과 봉사까지도민대상은 ‘성과’가 아닌 ‘사람’에게 주어졌다
  • ▲ 17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충북도민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상패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한효동 청주시 응급구조지원 민방위대 대장, 이재진 ㈜에이티에스 대표이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홍상표 풀꿈환경재단 이사장, 강대식 충북문인협회 회장, 임대경 농업기술자협회 충북연합회장.ⓒ김정원 기자
    ▲ 17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충북도민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상패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한효동 청주시 응급구조지원 민방위대 대장, 이재진 ㈜에이티에스 대표이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홍상표 풀꿈환경재단 이사장, 강대식 충북문인협회 회장, 임대경 농업기술자협회 충북연합회장.ⓒ김정원 기자
    충북의 오늘은 누군가의 긴 시간 위에 놓여 있다. 빠른 성과보다 느린 헌신을 선택했고, 조명보다 현장을 택했으며, 말보다 행동으로 지역을 지켜온 사람들. 제25회 충북도민대상은 그렇게 충북을 떠받쳐 온 이름들을 다시 불러냈다.

    제25회 충북도민대상 시상식이 17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시상식은 숫자와 정책 성과를 나열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지역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되짚는 시간이었다. 

    농업, 환경, 문화, 산업, 봉사 각 분야에서 평생에 가까운 시간을 충북에 바쳐온 도민 5명이 무대에 올랐다.
  • ▲ 지역사회 부문 충북도민대상을 받은 임대경 농업기술자협회 충북연합회장. ⓒ충북도
    ▲ 지역사회 부문 충북도민대상을 받은 임대경 농업기술자협회 충북연합회장. ⓒ충북도
    ◇ 농업의 ‘현장’을 평생의 답으로 삼다

    지역사회 부문 수상자인 임대경 농업기술자협회 충북연합회장의 삶은 늘 농촌과 함께였다.

    그는 50여 년 동안 농업기술자협회를 중심으로 농민 교육과 기술 보급, 농촌 생활환경 개선에 매달렸다. 

    농업이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근간이라는 신념 아래, 농민의 의식 변화 없이는 농정 혁신도 없다고 강조해 왔다. 책상 위 정책보다 밭두렁과 마을회관에서 답을 찾는 사람이었다.

    충북도 농정혁신 리버스 포럼 위원으로 활동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했고, 영동군 지역발전협의회 대표로서 지역 균형 발전에도 힘썼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향토문화 회장과 충북도 부회장을 맡아 지역 유산을 보존하고, 국립국악원 영동 유치를 위한 활동까지 이어가며 농업을 넘어 지역 정체성 확립에도 기여했다.

    임 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을 영광으로만 받지 않겠다”며 “죽을 때까지 충북과 지역을 위해 더 일하라는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긴 시간을 버텨온 사람 특유의 단단함이 묻어났다.
  • ▲ 홍상표 풀꿈환경재단 이사장. ⓒ충북도
    ▲ 홍상표 풀꿈환경재단 이사장. ⓒ충북도
    ◇ ‘환경’이라는 가치를 지역의 미래로 만들다

    같은 부문 공동 수상자인 홍상표 풀꿈환경재단 이사장은 환경을 ‘이슈’가 아닌 ‘생활’로 만들어 온 인물이다.

    그는 충북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 환경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미호강 맑은물 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맡으며 시민과 행정, 전문가를 잇는 환경 거버넌스 구축에 앞장섰다. 

    개발과 보전이 충돌하는 현장마다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하며, 환경 정책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왔다.

    특히 충북도 환경교육센터 운영과 재활용 시민센터 활동은 환경을 교과서 밖으로 끌어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어린이와 시민들이 직접 배우고 참여하는 구조를 만든 점에서, 그의 활동은 미래 세대를 향한 투자였다.

    홍 이사장은 “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며 “지금의 작은 실천이 다음 세대의 삶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의 헌신은 충북을 ‘환경을 말하는 지역’에서 ‘환경을 실천하는 지역’으로 바꿔놓았다.
  • ▲ 문화체육 부문 충북도민대상을 받은 강대식 충북문인협회 회장. ⓒ충북도
    ▲ 문화체육 부문 충북도민대상을 받은 강대식 충북문인협회 회장. ⓒ충북도

    ◇ 기록으로 남겨진 충북의 얼굴

    문화체육 부문 수상자인 강대식 충북문인협회장은 사라질 수 있는 풍경과 시간을 붙잡아 온 기록자다.

    사진가로서 그는 충북 곳곳을 누비며 불상, 유적, 자연, 사람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다. 수십 차례 사진전을 통해 지역의 아름다움을 알렸고, 그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지역의 자산이 됐다.

    동시에 시와 수필을 통해 충북의 정서를 문학으로 풀어내며 지역 문학의 폭을 넓혔다. 충북문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문학인 대회를 주관했고, 충북문학관 개관 과정에 참여해 후배 문인들의 창작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강 회장은 “누군가는 기록하지 않으면, 지역의 기억은 쉽게 사라진다”며 “남은 시간도 충북의 얼굴을 남기는 일에 바치겠다”고 말했다.
  • ▲ 산업경제 부문 충북도민대상을 받은 이재진 ㈜에이티에스 대표이사. ⓒ충북도
    ▲ 산업경제 부문 충북도민대상을 받은 이재진 ㈜에이티에스 대표이사. ⓒ충북도

    ◇ 산업 현장에서 보여준 책임 있는 성장

    산업경제 부문 수상자인 이재진 충북경제포럼 회장(㈜에이티에스 대표이사)은 산업 현장의 변화를 몸으로 겪어온 기업인이다.

    LG화학 입사 이후 중소기업 대표로 성장하기까지 그는 기술 경쟁력 하나로 승부해 왔다. 

    자동차 클린 부품과 글로벌 전기차 부품 국산화율을 60%까지 끌어올리며,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이는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지역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평가된다.

    충북 중소기업 융합회장과 충북경제포럼 회장으로 활동하며 업종 간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썼다. 경쟁보다 연대를 선택한 그의 행보는 지역 산업 생태계의 체질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초록우산 후원 활동과 투명 경영 실천으로 ‘아름다운 납세자’에 선정된 그는 “기업은 지역 사회와 함께 숨 쉬어야 오래 간다”고 말했다.
  • ▲ 선행·봉사 부문 충북도민대상을 받은 한효동 청주시 응급구조지원 민방위대 대장. ⓒ충북도
    ▲ 선행·봉사 부문 충북도민대상을 받은 한효동 청주시 응급구조지원 민방위대 대장. ⓒ충북도
    ◇ 재난의 순간마다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

    선행·봉사 부문 수상자인 한효동 청주시 응급구조지원 민방위대 대장의 시간은 늘 위기 현장과 함께였다.

    47년간 그는 응급구조 활동과 응급처치 교육을 이어왔고, 코로나19 방역 지원, 산불 피해 복구, 김장 나눔과 장학금 전달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봉사는 특정 시기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다.

    특히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 후원과 시민 참여로 조직을 운영해 온 점은 그의 봉사가 얼마나 단단한 신념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 대장은 “이 상은 제 개인의 공이 아니다”며 “함께 땀 흘린 모든 봉사자와 시민에게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 김영환 “사람의 시간이 충북을 여기까지 데려왔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1953년 완공된 도청 대회의실이 역사적 원형을 되찾아 도민의 공간으로 복원된 의미를 언급하며 인사말을 전했다.

    김 지사는 “충북의 성과는 행정이 만든 결과가 아니라,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며 “도민대상은 수상자 개인을 넘어 165만 도민 모두에게 드리는 감사의 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은 하나의 메시지로 정리됐다. 충북의 도약은 정책 이전에 사람의 헌신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