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여성의 삶·복식·유물 재조명…맹씨행단 가을 풍경 더한 역사·문화 복합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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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사성이 직접 심었다고 전해지는 650년 된 은행나무 ‘쌍행수’가 노랗게 물들어 있는 맹씨행단.ⓒ아산시
충남 아산 고불맹사성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창맹씨 온양댁’ 특별전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를 포함한 희귀 유물들을 공개하며 주목받고 있다.이번 전시는 2025~2026 아산방문의 해를 기념해 대전시립박물관이 소장 중이던 유물을 대여해 마련된 것으로,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특별전의 핵심 유물은 2011년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 종중 묘 이장 과정에서 발견된 한글편지다.편지는 영안도(함경도)에서 근무하던 조선 초기 군관 나신걸(1461~1524)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마음을 담아 부인에게 보낸 것으로, 훈민정음 반포 약 40여 년 뒤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한글이 일상생활에서 빠르게 사용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돼 2023년 보물로 지정됐다.이와 함께 짧은 홑저고리, 옅은 하늘빛이 남아 있는 솜치마, 옆트임 무명 바지, 쪽빛 장의 등 조선 전기 여성의 복식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도 대거 전시된다.출토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살린 의복·침구·생활용품들은 500년 전 한 여성의 일상과 정서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이번 유물들은 명정에 적힌 ‘신창맹씨’라는 이름과 함께 출토된 점을 바탕으로, 조선 초기 명재상 고불 맹사성(1360~1438)의 증손 맹석경의 딸이자 나신걸의 아내의 묘로 밝혀졌다.단순한 출토품을 넘어 맹씨 가문의 가계, 조선 초기 사대부 여성의 삶, 당시의 복식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고불맹사성기념관 주변은 가을의 절경과 어우러져 관람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기념관 맞은편에 자리한 맹씨행단에는 맹사성이 직접 심었다고 전해지는 650년 된 은행나무 ‘쌍행수’가 노랗게 물들어 있으며, 고려 말에 지어진 국내 현존 가장 오래된 민가와 구괴정·세덕사 등 역사 공간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이 시기, 특별전 관람과 함께 둘러보기에 제격이라는 평가다.기념관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은 한글의 조기 확산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와 조선 전기 여성 생활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맹씨행단의 가을 정취와 함께 깊이 있는 역사 체험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