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시즈너, 김치 통조림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정조준방부제 없이도 2년 보존…30년 노하우 집약한 ‘K-캔테크놀로지’버려질 뻔한 못난이 배추, 세계인이 찾는 수출 효자로 변신“김치 캔화는 폐기 위기 식재료의 부가가치 창출 성공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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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옥 ㈜시즈너 이사가 못난이캔김치 제조과정 및 수출 준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못생겼지만 맛은 최고입니다.”식품 제조기업 ㈜시즈너가 ‘못난이김치캔(대표 노동영, 충북 괴산군 청안면 칠보로 712-1)’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30년 경력의 식품엔지니어가 설계한 통조림 가공 기술에 충북산 원재료를 바탕으로 한 정직한 맛이 더해진 결과다. K-푸드의 새로운 수출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제품은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식품 기술력으로 중무장한 대표적인 ‘착한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시즈너는 2024년부터 ‘못난이김치’ 브랜드 개발에 착수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시즈너는 과거 종갓집 브랜드로 김치 캔 시장에 10년 이상 참여해 온 경험을 살려, 자체 브랜드 못난이김치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시즈너 측에 따르면 현재 3만 캔 규모의 초기 물량을 확보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주요 타깃 국가는 베트남, 일본, 폴란드, 유럽 전역 등이다.◇못난이김치 3만캔 초기 물량 확보…하반기 본격 ‘수출 시동’김주옥 시즈너 이사는 “김치 제품은 기본적으로 발효식품에 분류되지만, 해외에서는 발효식품에 대한 인식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발효를 억제한 김치 통조림이 매우 유리하다. 저희 제품은 공기를 완벽히 차단하는 진공 설비와 고온 살균 기술을 통해 방부제를 전혀 쓰지 않고도 2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엔지니어 출신인 김 이사가 수십 년간 식품 가공 현장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
- ▲ 김주옥 ㈜시즈너 이사와 연성일 충북도 농식품유통과 농식품산업팀장이 못난이김치캔을 들고 그동안 사업 추진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그는 “캔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 제거와 진공 상태 유지”라며 “이를 위해 단순한 설비가 아니라 숙련된 기술자와 공정 노하우가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실제로 시즈너는 동원과 함께 국내 김치캔 시장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기술력에서는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못난이김치’라는 브랜드명은 소비자에게 친숙하면서도 제품 철학을 명확히 드러낸다. 비주얼이 다소 불규칙하거나 상품성이 떨어진 배추를 사용하지만, 위생적으로 절단 가공해 맛과 영양은 그대로 유지한 김치다.절단 김치를 활용해 만든 통조림은 버려질 수 있는 원료의 활용도를 높여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한다. 충북 괴산 등지의 고춧가루, 마늘, 대파 등 국산 원재료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HACCP 인증을 거쳐 안전하게 가공된다.◇캠핑족·1인 가구‧해외 유학생 등 다양한 소비자층 ‘겨냥’시즈너의 못난이김치캔은 일반 가정은 물론 캠핑족, 1인 가구, 해외 여행객, 유학생 등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한다. 실제로 제품 하나만으로도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라면 토핑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며, 편리성과 보관성, 안전성을 두루 갖춘 제품이다. -
- ▲ ㈜시즈너 김주옥 이사가 자체 브랜드로 생산한 복음김치와 맛김치 캔을 자랑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진공 상태에서 멸균 처리된 이 제품은 파손의 위험이 적고, 냄새가 외부로 배지 않아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적합하다는 평가다.“한 개의 김치캔이 갖는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라면에 넣어 먹으면 새콤한 맛이 배가되고, 햄이나 돼지고기와 볶아 김치찌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김치볶음밥, 김치토스트 등 퓨전 요리에도 적합하죠. 간편식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김 이사의 말이다.시즈너는 김치캔 외에도 다양한 HMR(가정간편식) 제품 라인을 준비 중이다. 김치찌개 캔, 볶음김치 캔, 김치볶음밥 캔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를 통해 해외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한다. 충북도의 지원을 받아 식품 박람회 및 해외 전시회에 지속해서 참가하고 있으며, 일본, 동남아 바이어들과 협력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김 이사는 “김치캔은 단순한 보존식품이 아니라, 기술과 정성이 담긴 K-테크놀로지의 결정체”라며 “앞으로 못난이김치 브랜드가 전 세계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품질과 마케팅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김치캔, 기술·정성이 담긴 ‘K-테크놀로지의 결정체’현재 시즈너는 청주 본사를 중심으로 약 8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서울에 별도 영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수출 확대에 따라 향후 인력 확충과 생산 라인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못난이김치캔의 연간 수출 목표는 초기에 약 10억 원 규모이며, 향후 3년 내 50억 원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
- ▲ ㈜시즈너 생산시설에서 공캔에 조리된 못난이김치를 정량 만큼 캔에 충진하고 있다.ⓒ㈜시즈너
못난이김치캔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농업과 산업, 기술과 문화가 결합한 복합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충북 지역경제와 농가 소득에 기여하는 이 제품이야말로 진정한 K-푸드 수출의 ‘뉴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못난이김치의 탄생 배경은 폭락한 배춧값에 수확조차 하지 못한 채 밭에 방치된 배추들을 보고 김영환 충북지사가 “이렇게 좋은 배추가 그냥 버려질 수는 없다”며 못난이지만 먹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배추들을 수거해 김치를 만들고, 저렴하게 공급하자는 제안에서 출발하였다.못난이캔김치 산업의 배경은 코로나 이후 공급 과잉으로 배춧값이 폭락하면서 유통업자들이 수매를 꺼렸고, 결국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하면서 ‘밭에서 썩는 배추’가 현실이 되었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 충북도의 ‘캔김치 산업 육성 사업’이다.◇밭에서 썩는 배추’ K-푸드 수출의 ‘뉴 아이콘’으로초기에는 일회성 대책처럼 시작했지만, 소비자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유통 편의성과 보관 안정성이라는 캔김치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캔김치가 단순 저장식품을 넘어 새로운 김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캔김치는 배추김치에서 시작해 총각김치, 파김치, 막김치 등으로 품목을 확장하였고, 멸균 처리를 통해 2년 이상 실온 보관이 가능한 제품으로 진화했다. 현재 음성에 있는 ‘시즈너’와 ‘보성일억조’가 주력 생산 업체로 참여하고 있으며, 시즈너는 기존 OEM 방식을 넘어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며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
- ▲ ㈜시즈너 생산시설에서 못난이김치캔을 시머 작업을 통해 밀봉시키고 있다.ⓒ㈜시즈너
연성일 충북도 농식품유통과 농식품산업팀장은 “시즈너 제품은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100% 국내산 원료를 사용해 품질 면에서도 우수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골프장 등 유통처 다변화는 물론 수출과 군납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연 팀장은 “김치 소비가 줄고 물류와 수출이 어려운 여건에서, 농가와 식품기업 모두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한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못난이 김치’ 같은 부가가치 창출 모델을 계속 발굴해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시즈너의 캔김치 개발에 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못난이김치는 캔김치까지 사업이 확장하면서 2022년 말 본격화된 이후 현재까지 약 2500t 규모의 생산량을 기록했고, 누적 매출은 85억 원에 달한다. -
- ▲ ㈜시즈너는 못난이김치캔을 제조한 뒤 마지막 공정인 멸균기와 자숙을 통해 내부에 있을 수 있는 균들을 살균한다. 사진은 레트로트 및 자숙 공정.ⓒ㈜시즈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