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가루 쌀 빵’ 대회서 인터콘티넨날 호텔,하얏트 호텔 이어 3위 ‘금상’40여년 정미소 운영하다 ‘농촌지역 쌀 재고’ 등 안타까움에 돌파구로 ‘쌀빵’ 도전숱한 시행착오 끝에 100%쌀빵 성공… 10명 직원이 다양한 빵 제작·매장 고객 붐벼
  • ▲ '미잠미과' 정창선대표가  ‘올해 최고의 가루 쌀 빵’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결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양승갑 기자
    ▲ '미잠미과' 정창선대표가 ‘올해 최고의 가루 쌀 빵’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결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양승갑 기자
    충북 진천군이월면의 농촌 마을에 위치한 제과점에서 만든 쌀 빵으로, ‘올해 최고의 가루 쌀 빵’ 대회에서 일류 호텔 제빵사들과 함께 입상한 60대 제과점 대표가 화제다.

    지난 10일 서울 가락몰에서 ‘2024년 가루 쌀 제과, 제빵 신메뉴 개발 지원 사업’에 참여한 전국 30개 제과점이 ‘올해 최고의 가루 쌀 빵’을 두고 실력을 겨뤘다.

    참가 제과점은 대한민국 제과, 제빵 명장, 서울 유명 호텔, 지역 빵집 명소들로, 가루 쌀 신 메뉴 2종을 출품해 맛과 창의성, 시장성 등을 평가했다.

    '미잠미(米)과' 정창선대표(65)는 이번 대회에 ‘이태리 쌀 깜빠뉴’와 ‘막걸리 쌀 파운드’를 출품해 ‘금상’을 수상했다. 대상은 인터콘티넨날 호텔의 ‘솔잎쌀 무스케이크’와 ‘오미자 플라워 쌀 데니쉬’가, 최우수상은 하얏트 호텔 ‘더 델리’와 베이커리 ‘리종’이 각각 선정됐다.

    '미잠미과'는 품평회에서 입상한 제품을 다음 달 1일부터 제과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 ▲ 정창선대표가 이번 대회에 출품한‘이태리 쌀 깜빠뉴’(위)와 ‘막걸리 쌀 파운드’.ⓒ진천군
    ▲ 정창선대표가 이번 대회에 출품한‘이태리 쌀 깜빠뉴’(위)와 ‘막걸리 쌀 파운드’.ⓒ진천군
    정 대표는 작년에 이어 올해 참가한 대회에서 가루 쌀 빵 전문 제과점으로 다년간 축적한  비결을 바탕으로 가루 쌀의 배합 비율을 개선해 맛과 식감은 살리고, 심미성과 대중성을 갖춘 신제품으로 금상을 차지했다.

    정 대표는 아버지가 진천군이월면미잠길42에 물려주신 정미소를 40여 년 동안 운영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져가는 농업인들의 아픔이 피부에 느껴졌다. 자식처럼 벼를 키우고도 제 값을 받기 힘들고, 해마다 창고에 재고로 쌓여가는 쌀을 보면서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진천 농업기술센터가 시작한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신기술 보급 사업을 알게 됐다. 정 대표는 진천 지역 쌀 재배 농가들을 설득해 함께 사업을 신청했고, 사업 계획서와 '진천을 쌀 빵의 근원지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좋은 평가를 받아 사업에 선정됐다.

    “처음엔 진천에서 재배해 온 팔방미 품종으로 정미소에서 직접 제분해 쌀가루를 만들었어요. 그러나 빵을 만들어본 적도 없던 제가 쌀가루로 빵을 만들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100% 쌀 빵을 만들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정 대표는 아들과 딸을 학원에 보내 몇 개월 동안 기술을 배우게 했다. 온 가족이 새벽까지 매달려 계속 쌀 빵을 만들고 테스트했다. 수 없이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제대로 된 쌀 빵이 만들어졌다.

    “가족들이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쌀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성공할 자신이 있었죠.”

    그러나 성공의 기쁨도 잠시였다. 쌀 빵이 밀가루로 만든 빵과 비교해 식감이 부드럽지 못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어떻게 하면 부드러운 식감으로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때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한 것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빵 전용 품종인 가루 쌀이었다.

    “가루 쌀로 빵을 만들어보니 확실히 달랐어요. 식감이 한층 부드러웠고, 쌀로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으면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밀가루 빵의 맛과 유사했어요. 특히 쌀 눈으로 빵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특허를 받고, 대통령상까지 수상했습니다.”
  • ▲ 정창선 대표는 '전국 최고의 쌀 빵 제과점에 '미잠미과' 이름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양승갑 기자
    ▲ 정창선 대표는 '전국 최고의 쌀 빵 제과점에 '미잠미과' 이름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양승갑 기자
    현재 '미잠미과'에는 10명의 직원이 빵을 만들고 있다. 판매되고 있는 쌀 빵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다. 식빵, 카스텔라, 바게트부터 앙버터, 인절미, 크림빵, 소시지 빵 등 최근 인기 있는 빵들까지 모두 가루 쌀 100%를 사용해 만들고 있다. 미잠미과는 가루쌀로 만든 건강하고 맛있는 빵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여러 방송 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지금은 직접 매장을 찾아 구입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택배 주문하는 고객들도 크게 늘었다.

    정 대표는 쌀 빵이 우리나라의 대표 상품이 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가루쌀을 적극 홍보하여 재배를 확대하고, 쌀 빵 연구와 인력을 양성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에서도 쌀빵을 먹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쌀 빵은 최근 건강 트렌드에 딱 맞는 식품입니다. 밀가루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는 분들도 쌀 빵을 드시면 속이 편안하다고 합니다. 미래에는 이 넓은 논밭 사이에 가루 쌀로 만든 쌀 빵 등 가공 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전문 단지가 조성되기를 희망합니다.”

    정 대표는 “전국에 유명 제과점들이 많지만 우리는 가루쌀을 원료로 하는 만큼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라며 “앞으로 빵 명장들을 초빙해서 기술 제휴와 연구를 통해 다시 ‘대상’에 도전하고, 전국 최고의 쌀 빵 제과점에 '미잠미과' 이름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