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과 금봉의 애절한 사랑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제천시 편
  • ▲ 박달재 전망대에서 바라본 박달재공원.ⓒ진경수 山 애호가
    ▲ 박달재 전망대에서 바라본 박달재공원.ⓒ진경수 山 애호가
    시랑산(侍郞山, 해발 691m)은 충북 제천시 백운면과 봉양읍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산행의 들머리로 대부분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절한 사랑이 전해져 오는 박달재를 선호한다. 이 고갯길은 해발 453m로 1997년 박달재터널 개통 후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곳이다.

    차량으로 국도 38호선을 달리다가 박달재교차로에서 박달로로 들어서자마자 ‘박달재 일주문’을 통과한다. 2차선 도로를 따라 약 2.1㎞을 이동하면 널찍한 공간의 박달재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자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가 귓전을 울린다.

    파크텔과 손두부의 두 건물 사이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시랑산 등산로 안내도’와 ‘시랑산 2.3㎞’라고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이 산은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 가사가 ‘천등산 박달재’로 되어 있는 까닭에 세간에 덜 알려져 있다. 실제 천등산(天登山, 해발 807m)은 박달재에서 남서쪽으로 약 9㎞ 이상 떨어져 있다.
  • ▲ 박달재 일주문.ⓒ진경수 山 애호가
    ▲ 박달재 일주문.ⓒ진경수 山 애호가
    출발하자마자 거친 돌길의 된비탈이 이어진다. 약 0.1㎞를 오르자 오른쪽으로 ‘박달재 옛길’ 갈림길을 지나고, 0.3㎞를 지날 즈음엔 왼쪽으로 ‘단군비석’ 갈림길을 만난다. 이 두 곳은 하행할 때 다녀오기로 한다.

    이후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헤쳐나가는 산길은 분칠한 듯 하얀 눈이 얄팍하게 깔려있다. 된비탈을 0.6㎞ 정도 오르자 능선을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내려가는 듯하다가 다시 오르니 ‘박달재(0.9㎞)·시랑산(1.4㎞)’ 이정표가 있는 구릉에 이른다.

    이곳에서 일제가 송진 수탈을 위해 소나무 표면을 V자로 파낸 흔적이 역력한 소나무를 목격한다. 다시는 나라를 잃고 국민과 산천초목이 시련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늘 깨어 있어야 한다.
  • ▲ 시랑산 앞에 놓인 세 개의 산봉우리가 겹쳐진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 시랑산 앞에 놓인 세 개의 산봉우리가 겹쳐진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이어 시랑산을 향해 좌측으로 낙엽이 깔린 내리막길을 이동하다가 작은 구릉을 오른다. 이곳에서 시랑산 앞에 놓인 세 개의 산봉우리가 겹쳐진 능선을 조망한다. 좌측의 벌목지대와 우측의 소나무 숲 사이의 경계를 따라 하행하다가 첫 번째 송전탑 밑을 통과한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이동하다가 계속해서 벌목지대와 소나무숲 경계를 따라 하행한다. 울창한 숲길로 통과하여 내려가자 ‘늘앗고개’에 닿는다. 이곳에서 좌측으로는 공전리와 직진하면 시랑산(0.8㎞)로 이어진다. 서서히 경사를 높여가며 비탈을 올라 능선에 닿는다.

    능선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자마자 우측 산비탈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랑바위’와 눈을 마주친다. 이 바위를 지나자 곧바로 두 번째 송전탑 밑을 통과해 오른다. 이어 북쪽으로 조망이 시원스럽게 터진다. 이후 가파른 경사의 바윗길을 올라 첫 번째 산봉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 돌길을 걷는다.
  • ▲ 사랑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사랑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얼마 걷지 않아 서낭당을 방불케 하는 바위 군락과 커다란 나무를 만난다. 이후 약간 내려가는가 싶다가 다시 눈이 덮인 산길을 0.2㎞쯤 오르자 ‘바위지대’가 길을 막는다. 이끼를 머금은 바위들이 뒤엉킨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이어 가파른 경사가 계속된다.

    한차례 힘을 쏟고 오르고 나서 좌측으로 완만한 길을 이동하자 돌탑이 쌓인 커다란 바위에 닿는다. 이곳이 두 번째 산봉우리다. 곧이어 낙엽이 깔린 활엽수 지대를 하행한다. 두 곳의 쉼터 바위를 지나서 다시 막바지 오르막길을 오르면 해발 691m 시랑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은 거의 없다. 이곳에서 맞은편 등산로로 내려가면 모정리(3.7㎞), 되돌아가면 박달재(2.4㎞)로 이어진다. 시랑산 등산코스의 산세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완만하며 수림은 풍족하다. 오늘도 “나답게 사는 행복”의 이야기를 만든다.
  • ▲ 바위지대.ⓒ진경수 山 애호가
    ▲ 바위지대.ⓒ진경수 山 애호가
    시랑산 정상에서 등산객을 한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하행한다.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가서 ‘단군비석’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약 100m 정도를 오른다. 암봉 위에 노송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단군비석을 만난다.

    여기가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성소(聖所)로 알려진 곳이다. 세 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중앙에는 國祖檀君大皇祖聖靈(국조단군대황조성령), 좌측에는 三仙四靈令司靈(삼선사령사령), 우측에는 白雲山聖化神靈 國祠山王山神之靈(백운산성화신령 국사산왕산신지령)이라고 새겨져 있다.

    시랑산 인근의 천등산(天登山, 해발 807m)·인등산(人登山, 해발 667m)·지등산(地登山, 해발 535m)이 차례로 천(天)·인(人)·지(地) 순서로 이어져 태극무늬를 이룬다고 하여 삼등산(三登山)이라 했다고 전한다. 천등산에는 ‘천지인성단(天地人聖壇)’이 세워져 있다.
  • ▲ 시랑산 정상.ⓒ진경수 山 애호가
    ▲ 시랑산 정상.ⓒ진경수 山 애호가
    ‘단군비석’에서 내려와 하행하다가 좌측으로 ‘박달재 옛길’로 들어선다. 곧이어 이층 누각의 전망대에 올라 박달재와 그 일대에 조성된 박달재공원을 조망한다. 박달재관광안내소 및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연인상, 그리고 박달재노래비가 가까이 내려다보인다.

    이 고갯마루는 과거 천등산과 지등산의 영마루라는 뜻에서 이등령으로 불리다가 이 일대에 박달나무가 많이 자생한다고 하여 박달재라 불리었고, 근처에서 금봉낭자를 사랑했던 박달도령이 죽었다고 하여 박달재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옹달샘 방향으로 ‘박달·금붕이 가묘’ 갈림길을 지나 이동하다가 우측 계단을 통해 공원으로 내려선다.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연인상’을 만나 초석에 적힌 박달재에 얽힌 사연을 읽어본다.
  • ▲ 단군비석.ⓒ진경수 山 애호가
    ▲ 단군비석.ⓒ진경수 山 애호가
    장원의 부푼 꿈을 안고 한양으로 가던 박달은 고개 아래 촌가에 하룻밤 머물려다 길손을 맞이하는 금봉의 순수하고 청초한 모습에 정신을 빼앗기고 금봉도 박달의 준수하고 늠름한 모습에 잠을 못 이루고 달밤을 거닐다가 역시 금봉을 그리면서 서성이던 박달을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다.

    몇 날을 머물며 금봉과 사랑을 속삭이던 박달은 과거에 급제한 후 혼인을 하기로 언약하고 과거를 치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난다. 그날부터 금봉은 박달의 장원급제를 서낭신께 빌었으나, 과거가 끝나고도 박달로부터 소식이 없자 크게 상심하여 고개를 오르내리며 박달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다가 한을 품고서 삶을 거두고 만다.

    한편 한양에 온 박달도 과거 준비는 잊은 채 금봉을 그리는 시만 읊다가 낙방한 후, 금봉을 보기가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금봉의 장례 사흘 후 되돌아와 금봉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땅을 치며 목 놓아 울었다.
  • ▲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연인상.ⓒ진경수 山 애호가
    ▲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연인상.ⓒ진경수 山 애호가
    그렇게 울다가 고개(嶺)를 너울너울 춤추며 오르는 금봉의 환상을 보고 뒤쫓아 가서 와락 금봉을 끌어안았으나 금봉의 모습은 사라지고 박달은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고 만다. 이후 사람들은 이등령을 박달재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연인상 옆에는 1948년에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틋한 사연을 담은 ‘울고 넘는 박달재(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울었오 소리쳤오 이 가슴이 터지도록.”

    꼬마 신선 박달이와 꼬마 선녀 금봉이의 캐릭터를 지나 맞은편 박달이 및 금봉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포토존을 둘러 본다.
  • ▲ 천년목찰 목굴암.ⓒ진경수 山 애호가
    ▲ 천년목찰 목굴암.ⓒ진경수 山 애호가
    그리고 박달재 일주문 방향으로 약 50m 정도 떨어진 곳에 목각공원(제천시 백운면 산81-8번지)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 공원은 박달이와 금봉이의 한풀이를 위해 두 인물을 중심으로 조성된 곳으로, 박달이와 금봉이의 사랑 이야기를 12단원(만남-셀레임-사랑-약속-이별-기원-기다림-낙심-절망-운명-자책-허무)으로 표현한 목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외에 박달재의 유래를 표현한 24점의 목각작품, 인간의 생로병사를 작품으로 표현한 12연기상, 인간의 띠를 작품으로 표현한 12지신상, 인간생활상을 작품으로 표현한 인간생활상 등의 목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목각공원의 작품들은 불교 조각가는 성각 스님(속명 어성호)에 의해 탄생되었다. 공원 한쪽의 도로변에 있는 천년목찰 목굴암(千年木刹 木窟庵)을 둘러본다. 1층에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에 불상을 조각한 목굴암과 오백나한(五百羅漢)을 봉안한 1인 법당이 있고, 2층에는 목각작품 전시장이 있다.
  • ▲ 오백나한전.ⓒ진경수 山 애호가
    ▲ 오백나한전.ⓒ진경수 山 애호가
    섬세하게 표현된 작품들을 보자마자 엄청난 정성과 노력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도로 건너편에는 목각공원 조각실이 있다. 목굴암에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고려명장 김취려장군 대첩비’를 마주한다.

    이곳 박달재는 1217년(고려 고종 4) 거란군이 10만 대군으로 침공해 왔을 때 김취려 장군이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전공을 세운 전승지로도 유명하다. 박달재 옛길을 시랑산의 산행 들머리로 정하면 목각작품을 감상하면서 힐링하는 것은 덤이다.

    이번 산행코스는 ‘박달재~송전탑1~늘앗고개~사랑바위~송전탑2~바위지대~시랑산 정상~단군비석~박달재 전망대~목각공원~박달재’ 원점 회귀하는 약 5.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