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 초정행궁·초정약수·탄산온천 체험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청주시 편
  • ▲ 초정고개 갈림길에서 부채돌골로 가는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 초정고개 갈림길에서 부채돌골로 가는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구녀산(九女山, 해발 484m)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과 미원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이 산은 ‘등린이(등산 어린이)’도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구녀산은 인평저수지에서 출발하여 초정문화공원까지 이어지는 종주코스로 산행하거나, 좌구산(坐龜山, 해발 657m)과 연계하여 산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초청약수를 찾는 방문객들은 이티재에 주차하고 구녀산 정상을 다녀오는 왕복 약1.6㎞의 짧은 코스를 선호하며, 산행 후 초청탄산온천을 즐긴다. 

    이번 산행은 구녀산 원점회귀 코스로, ‘텃골경로당~제실골소류지 갈림길~구녀산성 세거리~구녀산 정상~초정고개 갈림길~부처돌골~텃골경로당’의 약 6.55㎞의 중거리 코스다.
  • ▲ 흙벽돌집의 요사가 있는 구려사.ⓒ진경수 山 애호가
    ▲ 흙벽돌집의 요사가 있는 구려사.ⓒ진경수 山 애호가
    텃골경로당(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신길 15) 앞에 주차하고, 포장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한적하다 못해 적막한 느낌마저 풍기는 시골길을 걷자니 마음도 저절로 고요해진다.

    길옆으로 휴식기에 접어든 논에는 하얀 쌀가루를 뿌려 놓은 듯 잔설이 널려 있다. 그 풍경이 내년 벼농사의 풍작을 위해 푹 쉬도록 품어주는 듯하다. 

    텃골경로당을 출발하여 0.6㎞를 이동하니 구라산성의 남쪽 계곡에 있었던 사찰이 이전된 구려사를 만난다. 흙벽돌집 요사와 대웅전 앞의 석조여래좌상이 멋진 풍경을 그려낸다.

    석조여래좌상은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뛰어난 조각 솜씨로 불상을 섬세하게 묘사되었으나, 오랫동안 비바람에 노출되어 마멸이 심한 상태다. 
  • ▲ 제실골소류지에서 구녀성으로 가는 포장길.ⓒ진경수 山 애호가
    ▲ 제실골소류지에서 구녀성으로 가는 포장길.ⓒ진경수 山 애호가
    구려사에서 약 50m를 이동하면 제실골소류지 세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좌측 길은 구녀성으로 이어지고, 우측 길은 초정고개 갈림길로 연결된다.

    이번 산행은 좌측 길로 올라 우측 길로 하행하는 코스다. 포장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조잘대며 흐르는 계곡을 두어 차례 가로질러 간다.

    소한이 지나고 대한의 맹추위가 며칠 동안 계속된 이후 날씨가 풀린 탓인지, 아니면 콘크리트 포장길이 햇살을 받아 따뜻하게 데워진 탓인지, 성급하게 봄기운을 느껴본다.

    하기야 입춘이 일주일 남았으니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요즘은 계절을 구분한 24절기도 지구 열대화로 위기를 맞는 듯하다. 인간의 욕망은 원시시대를 벗어나 우주시대를 열었지만, 멈추지 않으면 지구 멸망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 ▲ 상고머리를 깎은 듯 가지런한 가지를 뻗은 서낭나무.ⓒ진경수 山 애호가
    ▲ 상고머리를 깎은 듯 가지런한 가지를 뻗은 서낭나무.ⓒ진경수 山 애호가
    작은 농막을 지나 고도를 높여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 뒤를 돌아 산군의 능선이 펼치는 멋진 풍광을 기대하고 바라보지만, 미세먼지로 뒤덮여 희멀겋다.

    언제쯤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날을 살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안타까운 맘을 달래며 콘크리트 포장길을 약 0.9㎞를 오르자 상고머리를 깎은 듯 가지런한 가지를 뻗은 서낭나무를 만난다.

    이전 집터가 있던 곳으로 여겨지는 널찍한 공터가 펼쳐진다. 우측으로 푸른 소나무 숲이 단정하게 미소를 짓고, 좌측으로 정성스럽게 단장한 고상한 우물터가 있다.
  • ▲ 구녀성터의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 구녀성터의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우물터를 지나 산비탈을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구녀성(구라산성) 정자 쉼터가 있는 구녀성 세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좌측의 운동시설이 있는 등산로는 이티재로 이어진다.

    정자를 지나면서 구녀성터의 흔적을 밟으며 이동한다. 이 성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라 하며, 신라가 백제의 낭비성(지금의 상당산성 또는 삼년산성)과 대결하기 위해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능선을 걸으며 구녀산 정상으로 향한다. 산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찬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여태껏 비탈길을 오르면서 느꼈던 포근한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우리네 삶도 이와 같아 아래에 있을 땐 무탈하다가도 정상에 오르면 갖가지 풍파에 시달린다.
  • ▲ 구녀산 정상.ⓒ진경수 山 애호가
    ▲ 구녀산 정상.ⓒ진경수 山 애호가
    정자 쉼터에서 0.2㎞를 이동하여 구녀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이 없고, 정상석 옆에는 돌탑이 세워져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인평저수지와 인밑소류지가 푸른빛으로 존재를 알린다. 등린이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고,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드문드문 소나무 군락을 만난다. 우측으로 조망이 터지지만, 미세먼지로 신통치 않다. 그 대신에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오른 소나무가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싱그러움을 자아낸다.

    걷는 내내 생각은 달아나고 단지 숲과 함께 걷고 있는 것만을 알아차릴 뿐이다. 더욱이 스마트폰은 휴가 중이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이것이 바로 “나답게 사는 행복”이 아닌가 싶다.
  • ▲ 소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 소나무 숲길.ⓒ진경수 山 애호가
    작은 구릉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걸으니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아마도 우리네 삶도 기쁜 일만 있다면 밋밋할 것이다. 그래서 희로애락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래도 기쁨, 성냄, 슬픔, 즐거움에 미혹되어 본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것을 잘 다스려서 참나를 찾을 때 비로소 “나답게 사는 행복”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르막과 내리막길, 평탄하고 비탈진 길이 연거푸 이어진다. 소나무 숲도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나타났다가 없어졌다가를 반복한다.
  • ▲ 소나무 가지에 앉은 새.ⓒ진경수 山 애호가
    ▲ 소나무 가지에 앉은 새.ⓒ진경수 山 애호가
    좌측으로 초정약수세종스파텔과 초정약수원탕, 그리고 일화초정공장을 조망한다. 초정행궁을 찾아보려 하지만,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 밑을 지날 무렵 어디선가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발길을 붙든다. 새소리는 가깝게 들리는데 새가 보이질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새를 발견한다.

    참새인지, 종달새인지 알 수 없지만, 옥구슬이 구르면서 내는 소리보다 더 청아하고 맑은 울음소리가 마음을 유리알처럼 깨끗하게 한다.

    그 소리는 남을 부러워 한 것도 더 욕심낼 것도 없으며, 지금 당장 먹을 것만 있어도 만족하다는 소리로 들린다. 새는 이미 무소유의 삶을 터득하고 사는 듯하다.
  • ▲ 부처돌골로 향하는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 부처돌골로 향하는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코로 깊은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코끝이 느끼는 감각은 차갑다는 것보다 시원하다.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몸속의 잡것들을 토해낸다.

    이제껏 한 번도 산객을 만나지 않은 채 호젓한 걷기가 계속된다. 긴 의자가 높여 있는 구릉을 내려서면 초정고개 갈림길의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좌구정(1.4㎞), 좌측으로 가면 초정고개(2.8㎞)와 만난다. 구녀산 정상으로부터는 0.7㎞가 떨어진 곳이다.

    등산로가 편안한 편이라 좌구정 방향의 부처돌골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올록볼록한 길과 비탈길을 걷고, 오르막을 오르기도 한다. 눈길을 걷기도 하면서 줄곧 내리막길을 걷는다. 
  • ▲ 하행하는 임도.ⓒ진경수 山 애호가
    ▲ 하행하는 임도.ⓒ진경수 山 애호가
    부처돌골에 이를 때쯤에 초정고개 갈림길로 되돌아간다. 이정표를 지나서 좌측으로 전봇대가 세워져 있는 길로 내려간다.

    메마른 숲으로 뒤덮이고 잔돌이 깔린 거친 임도를 내려간다. 얼었던 흙이 녹으면서 길은 질퍽댄다. 쇠편골에 다 닿을 무렵 태양광발전소를 만나 펜스를 따라 이동한다.

    이후 널찍하고 질퍽한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초정고개 갈림길에서 1.5㎞를 내려오면 제실골소류지 세거리 갈림길과 만나고, 이후 포장도로를 걸어 텃골경로당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초정행궁으로 이동한 후, 곳곳을 관람한다. 세종대왕은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초정행궁으로 행차하였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121일 동안 기거하면서 초청약수로 눈병과 피부병을 낫기 위한 요양 생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