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 걷기길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제천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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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산(龍頭山, 해발 871m) 충북 제천시 송학면 포전리와 모산동 경계에 솟아 있는 제천의 진산이다. 북서쪽으로 석기암산(해발 906m)과 감악산(해발 920m)이 이어지고 산기슭에서 흘러내린 물이 용두천을 이루어 의림지로 흘러든다.이번 산행은 비룡담 저수지 옆 십여 대 주차공간과 화장실을 갖춘 주차장를 기점으로 한다. 산행코스는 ‘비룡담 저수지 주차장~용담사 입구 갈림길~계단구간~용담사 갈림길~용두산 고스락~수련원 갈림길~용담사 입구 갈림길~비룡담 저수지 주차장’으로 약 5.46㎞이다.산행전이나 후에 비룡담 저수지와 솔밭공원 사이에 조성된 비룡담길(2.4㎞)을 걸으면서 호수가 안겨주는 잔잔한 감성과 성(城) 조형물을 보는 이국적 풍경을 즐길 수 있다.비룡담 저수지와 약초원 사이에 조성된 솔향기길(3.95㎞)을 걸으면 우량한 소나무에 풍부하게 진한 솔향기를 맛보며 솔솔 피어나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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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바로 위에 제천시청소년수련원 방향(2.3㎞)과 용담사 방향(2.48㎞)의 두 곳으로 용두산 정상을 오를 수 있는 이정표와 빛바랜 용두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용담사 방향으로 완만한 경사의 콘크리트 포장길을 걷는다.용두산에서 발원하여 의림지를 향해 흘러 내려가는 계곡물을 옆에 끼고 오르자니, 물이 늘 낮은 곳에 위치하려는 물의 속성에서 겸손과 겸허를 배운다.주차장을 출발하여 약 0.5㎞ 되는 지점에서 용담사 입구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잔설이 남아 있는 완만한 산비탈 길을 오른다.아침 맑은 햇살이 하얀 눈에 반사돼 세상을 영롱하게 비추고, 차가운 공기는 가슴을 시원하고 상쾌하게 뚫어주니 저절로 마음이 이 산처럼 순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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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계단을 오르니, 긴 의자가 있는 A-2지점에 닿는다. 이제부터 소나무 숲이 울창한 능선 길을 걷는다. 적당히 차갑고 깨끗한 공기와 빽빽하게 들어찬 키 큰 소나무 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맑은 햇살은 신선의 발걸음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끊어질 듯 이어지는 하산 행렬의 산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주차장 기점 1.0㎞을 오르니 용담사(0.5㎞) 갈림길에 닿는다. 날뛰듯 기분 좋은 산행이 계속되지만 A-3지점을 지나면서 연거푸 만나는 송전탑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수많은 산객들이 찾은 이 산의 인기만큼이나 등산로는 움푹 파인 곳이 많다. 산객의 발걸음이 조금씩 먹어 들어간 골이 이젠 제법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지금 용두산이 지닌 그 아픔을 치료할 때가 되었지 않나 싶다.산길은 능선에서 다시 비탈길로 이어진다. 서서히 허리를 펴는 능선을 향해 오르다가 가파른 계단구간을 올라 주능선에 닿는다. 노송이 울창한 숲길을 오르는데, 작은 구릉을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능선과 비탈을 번갈아가며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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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초목 덕택에 우측으로 송학산(해발 819m) 윤곽을 어슴푸레하게 조망하고, 좌측으로 의림지 내려다보며 이동한다. 그것도 잠시 이내 숲으로 가로막혀 조망이 없이 산을 오른다.눈이 쌓인 거칠고 가파른 구간을 한동안 거친 숨소리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오른다. 겨울 산행은 보행 속도를 조절해 땀을 적게 흘려야 저체온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체질 탓인지 조금만 움직여도 워낙 땀을 많이 흘리니 겨울산행이 고역이 아닐 수 없다.A-5지점을 지나면서 백설이 소복하게 쌓인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걷는다. 뽀드득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능선 길은 소나무에서 참나무로 서서히 겹쳐지면서 참나무 숲길로 바뀌기 시작한다. 고스락을 오르는 계단을 눈앞에 두고 온통 참나무가 뒤덮인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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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다가 얼어붙은 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르니 매우 널찍한 마당에 순백색의 눈이 깔려 있어 눈이 부실 정도다. 짙푸른 하늘과 대비대여 더욱 밝게 느껴진다. 헬기장 표시는 눈 속에 숨어버렸다. 주위를 둘러싸고 벤치가 10여 개 설치돼 있다.북쪽의 가장자리에 '龍頭山 해발 873m'라고 새긴 아담한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그 옆으로 평상이 설치돼 있다. 그 자리엔 먼저 도착한 산객들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점심과 얘기의 맛을 즐기고 있다.헬기장 남쪽 끄트머리 데크 전망대에 서면, 동쪽으로는 강원도 영월군과 제천시 경계를 이루는 송학산이 피라미드 같은 모습을 드러낸다. 남동쪽으로는 올라온 능선이 파도물결처럼 겹겹이 일고 있다.남쪽 아래로는 용두산이 품은 의림지가 백설을 안아 밝게 빛나고, 그 뒤로 시가지를 너머 성산(해발 424.6m)이 아스란하다. 남서쪽으로는 백곡산(해발 763.9m) 줄기가 우람한 근육을 자랑한다. 이외에는 나무가 우거져 조망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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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용담사(1.96㎞)수련원(2.1㎞) 방향과 감악산(10㎞)·송한재(0.8㎞) 방향, 그리고 올라온 방향인 비룡담 저수지(2.48㎞) 방향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이번 산행은 용담사를 거쳐 원점회귀하기로 한다.소나무를 두른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소나무가 빼곡한 능선을 걷는다. 세찬 햇살이 하얀 눈에 반사되어 하행하는 길을 훤하게 밝힌다. 온 세상이 어둠에서 벗어나 이처럼 광명의 세계가 되었으면 좋겠다.B-4 지점을 지나 계속해서 뽀드득 소리를 내는 동행자의 발걸음과 함께 눈길을 걸으니 기쁨이 배가 된다. 용두산-03 푯말을 지나자 뱃속이 텅 비어 하트 모양의 구멍까지 뚫어진 한 그루의 노송을 만나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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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자신의 고상한 자태를 간직하려는 몸부림 아니 그보다 오히려 생사를 초월한 도사 같은 노송 앞에 자못 숙연해지고 존경스럽다. 이어 계단을 내려가 진한 솔향기와 피톤치드가 듬뿍 쏟아져 나오는 숲길을 하행한다.전망이 없는 데크 전망대를 지나 다시 하행 코스의 세 번째 계단을 내려간다. 이어 용두산 고스락에서 약 0.8㎞ 되는 지점에 이르러 송전탑이 있는 수련원(1.3㎞) 갈림길, 위치번호 B-3에 닿는다. 이곳에서 용담사(0.8㎞)까지 빼곡한 소나무 숲 비탈길을 내려간다.용담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하얀 잔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갈색 솔잎이 모습을 드러낸다. 당장 앞으로 꼬꾸라질 것 같은 가파른 길, 이 길로 산을 오른다면 코가 땅에 닿을 것 같이 가파른 산길을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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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길을 거의 다 하산할 쯤에 계곡 길로 용두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어 널찍한 공간을 지나자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기와지붕의 집 한 채가 보인다. 이곳은 600여 년 된 옛 절터에 50여 년 전 태고종에서 중창한 용담사(龍潭寺)이다.아담한 모습의 법당과 그 앞에는 수수한 석탑이 순수한 자연과 어울리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용담사 앞쪽 개울에는 용두산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맑디맑은 계곡물이 투명한 얼음을 쌓으면서 쉼 없이 흐른다.이후로 콘크리트 포장길을 걸으며 약 0.2㎞로 이동하면 ‘용담사 입구 기점’의 용두산 정상 갈림길 이정표에 닿는다. 이곳에서 좌측의 용두산 정상(1.96㎞)을 향해 오르면 상행할 때 만난 용담사 갈림길과 합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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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용담골을 따라 포장길을 걸으면서 한적한 산촌 풍경과 마주한다. 기세가 한풀 꺾인 오후 햇살과 찬바람을 안으며 걷자니 어느새 비룡담 저수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솔밭공원 앞 주차장까지 다시 이동한다.수령 수백 년을 헤아리는 노송이 즐비한 솔향기 가득한 솔밭공원으로 들어선다. 노송림에 어우리는 여러 점의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어 운치가 있다. 솔밭공원에서 의림지까지 이어지는 솔밭공원길은 무장애 나눔길이 조성돼 있다.솔밭공원 구간을 지나서 옥구슬처럼 맑고 고운 물이 흐르는 개울을 따라 의림지까지 이어진 데크길을 걷는다. 데크길 중간 중간에 마련된 전망쉼터에서 용두산 능선을 조망한다.의림지(義林池)는 신라 진흥왕 때 만든 저수지로 둘레 약 2㎞, 호수 면적 15만1470㎡, 저수량 661만1891㎥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의 3대 수리시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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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동굴을 지나 홍류정과 용추폭포 유리 전망대에 도착한다. 홍류정에 올라 의림지와 용두산이 펼치는 아름다운 전경과 유리 전망대를 걸으면서 용추폭포의 낙하수를 감상한다.유리 전망대를 건넌 후 우람한 풍채를 자랑하는 적송을 지나 경호루를 만난다. 아름드리 노송 사이에 자리한 정자 누각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경호루 뒤편으로 올라가서 자연석을 타고 흘러내리는 장엄한 의림지의 폭포수와 홍류정 및 유리전망대를 한 눈에 조망하면서 의림지의 옛 정취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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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폭포는 제천시 신월동에서 온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터져 죽었다는 전설에서 ‘용터지기’라고도 전해진다.보트장 옆에는 물속으로 줄기를 내려서 가지를 하늘로 치켜세우며 살고 있는 노송이 있고, 곳곳에서 아름드리 노송이 자리하면서 자연의 신비와 운치를 한껏 느낄 수 있다.맞은편 1807년(순조 7)에 세워진 소나무 숲속의 영호정을 바라본다. 호수를 향해 여유롭게 늘어뜨린 소나무 가지와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 깔린 백설, 그리고 새파란 하늘이 빚어내는 풍광이 그야말로 한 폭의 수묵화다.호수 다리를 건너 의림지 한 가운데 자리한 순주섬과 건너편 우륵정을 조망한다. 의림파크랜드를 지나 호수 갓길을 따라 솔밭공원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오니 산책 거리가 약4.5㎞이다. 산행과 곁들인 호수 산책을 하고나니 ‘나답게 사는 행복’의 하루가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