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自然 그대로의 순수한 암릉미[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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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神仙峰, 해발 967m)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충주시 수안보면의 경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마역봉(馬驛峰, 해발 920m)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충주시 수안보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백두대간에 솟아 있다.이번 산행은 자연 그대로의 암릉미를 만끽하기 위해 신선봉·마역봉의 연계 산행한다. 산행코스는 ‘고사리(유료)주차장~조령산자연휴양림입구~너덜지대~안부갈림길~신선봉~926봉~924봉~마역봉~조령~고사리주차장’이다.주차장을 출발하여 울창한 숲 터널을 이룬 평탄한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조령산자연휴양림 입구로 약 0.7㎞를 이동한다. 신선봉·마역봉은 해발 900m 넘는 산이지만 산행기점이 해발 400m 정도이어서 초보 등산객도 많이 찾고 있다.조령산자연휴양림 표지석에 도착하기 직전 ‘조령산자연휴양림 안내도’ 바로 옆에 신선봉 등산로입구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신선봉까지는 1.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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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뻗어 오른 울창한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가 바윗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 입구로부터 0.3㎞까지는 완만한 산길이지만, 이후부터 등산로의 바윗돌도 점점 커지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우렁찬 매미 노랫소리의 응원을 받으며 산길을 오른다. 온·습도가 높아 온몸에서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땀이 줄줄 흘러내려 닦아내기 바쁘다.바윗돌이 폭넓게 깔린 등산로를 오를 때는 길을 잃지 않으려고 등산 리본을 찾아가며 오른다. 여러 등산객의 정성이 가득 담긴 돌탑을 지나고, 잔돌이 깔린 산길을 오르는가 싶더니 신선봉 등산코스의 명물인 가파른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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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지대를 오르기 전에 바위에 앉아 턱까지 차오른 숨을 진정시키고, 달궈진 몸을 찬물을 마시며 식히면서 휴식을 취한다. 너덜지대에는 등산객들이 세워 놓은 돌탑이 수두룩하다. 너덜지대 옆으로 조성된 돌계단을 오르면서 돌계단 조성에 수고하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너덜지대는 연어봉과 신선봉 갈림길인 안부에서 끝난다. 이처럼 만물은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가 생겨나고, 하나가 생겨나면 다른 하나가 사라지니 어찌 생사가 따로 있으며, 생사의 고통이 있을 수 있을까? 이게 신선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안부에서 약 0.2㎞를 오르면 신선봉인데, 그 길이 꽤 거세고 힘들다. 가파른 바윗길과 산길을 오르면 젓가락처럼 쪼개진 바위들이 수저통에 꽂혀 있는 듯한 전망 바위에 이른다. 이곳에서 서서 스쳐 지나가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조령산, 신선암봉, 주흘산 등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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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돌길을 이동하면서 옆모습을 살짝 내민 신선봉을 훔쳐본다. 이어서 칼날바위능선을 조심해서 건너면 신선봉을 지키는 수문장 바위를 지난다. 나지막한 숲길을 통과해 어림잡아 3m가 넘는 암벽을 넘는다.암벽을 오르니 마패봉과 수안보 석문봉 갈림길에 세워진 신선봉 정상 이정표가 고스락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이어 만난 펑퍼짐한 나지막한 선바위 우측 옆 남쪽 벼랑으로 가서 연어봉으로 이어지는 930봉과 수옥폭포의 수원지인 원풍저수지를 조망한다.신선봉 남쪽 벼랑 끝에 있는 노송이 붉은 가지를 펼쳐 내리고 세월을 머금은 기품을 지닌 멋진 자태를 드러낸다. 노송에서 신선봉으로 돌길을 몇 발자국을 옮기면 좌측으로 신선봉 고스락 돌이 있고, 우측으로 편하게 누운 전망 바위가 신선이 노닐다가 갈 만큼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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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락의 전망 바위 끝자락에 서면 아름답고 풍요로운 우리 산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파도 물결처럼 너울대는 산등성을 구별하는 것이 의미가 없지만, 구태여 찾아본다면 조령산과 주흘산, 그리고 월악산의 산등성이 넘실댄다.마역봉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을 조망한 후, 고스락에서 내려와 마역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고스락의 조망 바위를 우회하여 하행한 다음 너른 반석을 만난다. 그곳에서 926봉, 924봉, 마역봉을 차례로 조망하고, 이어 소나무의 향기가 그윽하고 자연미가 고스란히 묻어난 암릉길을 하행한다.소나무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깎아지른 절벽을 내려간 안부에서 다시 직벽의 바위를 오른다. 암벽을 오르니 신선봉에서 이어진 암릉 구간이 병풍처럼 직벽을 이룬다. 이어 926봉을 향해 산행을 계속하는데, 날카로운 바윗길이 거칠고 험하여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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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윗길에 이어 평탄한 참나무 숲길을 걸다가 다시 바윗길을 올라 926봉을 넘는다. 칼날처럼 잘게 쪼개진 칼바위 사이를 바람처럼 비켜 간다.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숲길이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을 다독거린다.남쪽을 향해 고개를 든 조망 바위를 만난다. 이곳에서 하늘 아래로 낮게 드리운 구름과 맞대어 겹겹이 층을 이루며 이어지는 산등성을 바라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산을 오르는 이유가 이런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을 닮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조망 바위에서 넘어야 할 암봉인 924봉과 마역봉을 바라보고 산행을 이어간다. 들쑥날쑥한 바윗길을 걷는 내내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와 참나무가 교대로 호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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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바윗길을 걷다가 바위의 얇은 토층에서 자라다가 비바람을 이기지 못해 쓰러진 소나무를 보면서, 근본에 충실하지 않고 졸지에 부자가 되거나 별안간 출세하여도 결코 그 안락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그런 깨달음 덕택인가 평탄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이후 암반이 나오면서 소나무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안부로 내려가니 휴양림매표소 갈림길의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이 대략 신선봉과 마역봉의 중간 지점이다.924봉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면서 등산로가 얌전해져서 간만에 편안한 걸음을 한다. 작은 구릉을 올랐다가 다시 완만한 숲길을 내려간다. 이어 흙길을 오르는가 싶더니 가파르고 거친 암릉 구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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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경사의 암릉 구간을 오르면서 두꺼비 바위와 만나고, 924봉 고스락에서 신선봉의 실루엣을 바라본다. 봉우리를 넘어서자마자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924봉의 바위 슬랩을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이어 암릉길이 이어지면서 하행 도중에 천사 바위와 조망 바위를 만나고 다시 바위 슬랩을 내려간다.이제 장승 바위를 지나 마역봉으로 향한다. 바윗길을 오르고 칼날처럼 솟아 있는 칼바위와 금방이라도 자신이 태어난 우주로 비행을 시작할 듯한 비행 바위를 만난다. 비행 바위에 올라 신선봉과 마역봉으로 이어지기 산등성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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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칼날바위능선을 살금살금 조심해서 건너가자마자 다시 암벽을 트래버스 한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한바탕 호되게 땀을 흘리며 암릉 구간을 건너면 숲길을 잠시 하행한 후 다시 산을 오른다.커다란 바위를 지나면 하늘재 8.6㎞, 부봉삼거리 4.0㎞, 사문리탐방지원센터 2.3㎞, 조령3관문 0.9㎞라고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고, 마역봉 고스락 돌과 접견한다.이 봉우리는 마패봉이라고도 하는데, 암행어사 박문수가 이 산을 넘으면서 마패를 걸어놓고 쉬어 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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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역봉 고스락에서 남쪽으로 깃대봉·신선암봉·조령산 등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백두대간을 조망하고, 동쪽으로는 포함산·탄항산·주흘산·부봉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신선봉과 원풍리를 조망한 후 조령으로 하산한다.하행 초기에는 경사가 급한 길을 내려가다가 이내 온순한 내리막길을 한동안 이동한다. 이후 경사가 가파른 돌길을 내려가면서 주흘산과 부봉을 지척에서 조망한다.평범한 하산길이 되는가 싶더니 급경사의 바위 슬랩을 소나무들 사이사이를 엮어 놓은 밧줄을 잡고 하행한다. 곧이어 이어지는 직벽 바위도 조심해 내려가서 돌길을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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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지나간 세월 속에서 거센 비바람에 시달린 선바위를 만난다. 모진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온새미로 간직한 그 모습에서 삶이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지 않아야 함을 배운다.이후 계단과 돌길을 따라 이동하다가 성벽 구간을 지나 군막터(軍幕址, 조령관을 지키던 군사들의 대기소)에 이른다. 이곳은 백두대간 마역봉과 조령산 사이의 고개로 해발 650m의 조령(鳥嶺) 또는 새재이다.경북 문경시의 영남3관문(嶺南第三關)을 통과하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조령관(鳥嶺關)으로 바뀐다. 연풍새재의 이모저모를 둘러본다.과거길을 걸어 주차장으로 회귀하면서 새재를 노래한 시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령산자연휴양림입구를 지나 고사리주차장에 도착하여 약 6.4㎞의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