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단양군 편
  • ▲ 충북 단양 월악산 국립공원 제비봉 등반길에 안개가 잔뜩 드리워져 있다.ⓒ진경수 山 애호가
    ▲ 충북 단양 월악산 국립공원 제비봉 등반길에 안개가 잔뜩 드리워져 있다.ⓒ진경수 山 애호가
    2022년 11월 10일, 끝물 단풍을 즐기기 위해 충북 단양 월악산국립공원 제비봉(해발 721m)을 찾는다. 오늘 날씨는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으로 생겨나서 겨울이면 어김없이 인간을 괴롭히는 미세먼지가 나쁨이고, 더하여 안개가 자욱하다.

    오전 10시 10분경 월악산국립공원 제비봉 화장실 옆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제비봉 탐방로 입구가 있다. 탐방로 초입부터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이어서 철제 난간에 의지해 바위 능선을 오른다.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고, 또 다시 철제 난간을 오르기를 반복한다. 발아래로 장회나루와 강 건너 구담봉이 안무와 미세먼지에 쌓아 뿌옇게 보인다. 
  • ▲ 제비봉 탐방로 입구.ⓒ진경수 山 애호가
    ▲ 제비봉 탐방로 입구.ⓒ진경수 山 애호가
    탐방로 입구에서 0.4㎞ 이동하면 조망 쉼터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제비봉 방향을 올려다보니 산봉우리들이 안무와 역광으로 인해 산세를 분간하기 어렵다. 오히려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신비함이 앞으로 펼쳐질 제비봉의 절경이 더욱 기대된다.   

    조망 쉼터에서 계단과 암릉을 0.2㎞ 정도 오르면 안무 속에서 뻗어 나오는 제비봉의 바위 줄기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水墨畵)와 같다. 안무가 사라지는 순간의 풍광이 점점 궁금해진다. 
  • ▲ 제비봉 바위 줄기는 한 폭의 수묵화.ⓒ진경수 山 애호가
    ▲ 제비봉 바위 줄기는 한 폭의 수묵화.ⓒ진경수 山 애호가
    제비봉의 절경(絶景)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등산로에 가로 놓인 바위가 워낙 많이 밟히어서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아름다운 만큼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계단 구간 끝자락의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고 구담봉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소나무를 만난다. 이 소나무를 너무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무심코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서 잡았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소나무 허리가 반질반질할 정도로 닳아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 옆 철제 안전 난간을 붙잡고 이동해도 될 텐데…. 아파하는 소나무를 이젠 등산객들이 일부러라도 의식해야 하지 않을까…?
  • ▲ 등산객들의 손길에 몸살을 앓는 소나무.ⓒ진경수 山 애호가
    ▲ 등산객들의 손길에 몸살을 앓는 소나무.ⓒ진경수 山 애호가
    거북 또는 용의 등처럼 생긴 암반을 밟으며 걸으니, 마치 구름을 타고 노니는 신선(神仙)이 된 듯하다.  

    마지막 계단을 다 오르니, 생기 있게 온새미로 자리를 지키는 고사목과 마주친다. 늙음이 그저 세월 따라 힘없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비록 죽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지만, 생기 있게 늙어가야 함을 이 고사목이 일깨워준다. 이 모습이 얼마나 황홀한지 그 옆의 살아있는 젊은 소나무가 오히려 애잔하게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비스듬하게 펼쳐지는 암반 위로 생명수를 찾아 이리저리 뿌리를 뻗어내고 있는 소나무들이 우리네 인생살이를 보는 듯하다. 
  • ▲ 산 나무보다 생기가 넘치는 고사목.ⓒ진경수 山 애호가
    ▲ 산 나무보다 생기가 넘치는 고사목.ⓒ진경수 山 애호가
    공원지킴터 기점 1.0㎞까지의 암릉과 계단 구간이 제비봉 풍광의 절정을 이룬다. 

    이어서 낙엽이 뿌려진 돌 블록과 가파른 소나무 숲길, 그리고 까만 산돌을 깔아놓은 굴참나무 숲길을 오르기도 한다. 

    마치 양탄자처럼 깔린 암반 위를 오르고, 낙엽을 이불 삼고 있는 나무뿌리를 피해 가며 오르면, 어느덧 제비봉(해발 721m) 정상에 도착한다.  

    이 봉우리의 이름이 ‘제비봉’이라 불리게 된 까닭은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 방면에서 이 산을 바라보면 충주호 쪽으로 부챗살처럼 드리워진 바위 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모습처럼 올려다보이기 때문이라 한다. 
  • ▲ 월악산 제비봉 정상.ⓒ진경수 山 애호가
    ▲ 월악산 제비봉 정상.ⓒ진경수 山 애호가
    제비봉 정상에서 0.8㎞ 지점까지 하산하니 정상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제비봉의 자태를 감상한다.

    제비봉 정상에서 1.3㎞ 하산하면 암릉과 계단 구간이 이어지는데, 제비봉 풍광의 절정을 이루는 구간이다. 

    미세먼지로 인해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기는 어렵지만 어리 짐작으로 그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보기에 충분하다.
  • ▲ 하산 구간에 암릉 구간과 계단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 하산 구간에 암릉 구간과 계단구간.ⓒ진경수 山 애호가
    암릉 구간의 우측으로 병풍처럼 늘어진 기암절벽의 바위 능선을 감상하고, 아래로는 청풍호와 구담봉이 그려내는 명품 그림을 감상한다.  

    상행 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암릉이 멋지게 펼쳐진다. 인위적인 계단이지만 이곳 암릉과 잘 조화를 이루니, 더욱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암릉 구간을 내려가는 시간은 힘들게 올라오는 시간보다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다시 계단을 내려서면 이 등산로가 얼마나 몸살을 앓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등산로 한가운데 생명줄을 잇고 있는 굴참나무 뿌리가 30cm 이상 파인 것이 입증해 준다. 이 탐방로의 휴식기가 필요할 듯하다.
  • ▲ 안개가 걷힌 제비봉의 등산로가 아름답다.ⓒ진경수 山 애호가
    ▲ 안개가 걷힌 제비봉의 등산로가 아름답다.ⓒ진경수 山 애호가
    암릉 구간과 계단 구간을 하산하고 나서, 산을 오를 때 안개 때문에 뚜렷하게 보지 못했던 풍광을 넋 놓고 바라본다.  

    바위 능선이 부챗살처럼 청풍호로 드리워진 모습이 보이고, 그 뒤로 아스라이 제비봉 꼭대기가 보인다.  
  • ▲ 치마자락처럼 산줄기가 완만한 아름다운 제비봉.ⓒ진경수 山 애호가
    ▲ 치마자락처럼 산줄기가 완만한 아름다운 제비봉.ⓒ진경수 山 애호가
    이후 0.5㎞를 철제 난간과 지그재그 계단을 이용해서 주차장으로 하산한다. 제비봉은 절경만큼 몸살을 앓고 있어 산행의 즐거움보다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다. 오늘 산행에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비봉 탐방로에 휴식이 주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