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안전신문고에 주정차위반 신고 ‘속출’청주 상당구청, 휴대폰 촬영 신고 월 3천건…공무원들 항의 ‘골머리’ 주정차 위반 4만원…소화전 두배‧어린이보호구역 3배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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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에 화풀이식 보복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최근 행정안전부의 ‘안전신문고’에 주정차 위반 등을 사진 촬영해 신고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주민들 간의 불신은 물론 갈등까지 촉발하고 있다.최근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거주하는 A 씨는 아파트 후문 입구에 주차했다고 구청으로부터 3만2000원의 주정차위반과태료부과 사전통지서를 받았다. 사전통지서에 찍힌 사진이 주차선에 살짝 물린 것이 화근이었다.A 씨가 이렇게 주정차 위반으로 과태료를 낸 것이 벌써 3차례나 된다. 물론 주정차를 위반한 것은 전적으로 A 씨 탓이다. 문제는 주변에 이렇게 당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그러나 주차공간이 부족해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지 못한 채 아파트 주변 골목이나 도로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에 주차하려면 월 20만 원의 주차료를 내야 하므로 매일같이 주차 전쟁을 벌이고 있다.그런데 문제는 건널목이나, 횡단보도 주차선에 살짝만 물려도 누군가 사진을 찍어 안전신문고에 올린다는 것이다.대부분 안전신문고를 통해 주정차위반과태료부과 사전통지서를 받아들 때마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불법 주정차에 대한 신고 정신은 탓할 수는 없지만,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안전신문고를 통해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부과받았으니 사진을 찍어 신고하는 ‘분풀이식 신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청주시 상당구청만 해도 월 3000건이 넘는다. 건널목 등 주정차 위반은 4만 원, 소화전 주변 주정차 위반 두 배(8만 원), 어린이보호구역은 세 배(12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법의 취지가 주정차를 근절하겠다는 것은 이해하더라도 안전신문고에 신고하는 사람들이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는 화풀이식 ‘보복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그러나 문제는 불법 주정차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안전신문고에 신고한 사람을 찾을 수 없고, 정작 엉뚱한 사람만 그 보복대상이 된다는 점이다.구청 직원들은 안전신문고를 통해 불법 주정차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를 부과받는 사람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친다. 주정차 과태료 중 이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이 가장 많고 항의 강도도 가장 세다고 한다.청주시 상당구청 관계자는 “안전신문고를 통해 월 3000건이 넘는 신고를 들어온다”며 “내가 당했으나 누군지 모르지만 ‘너도 당해봐라’는 식의 화풀이 신고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를 일일이 해명하느라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문제는 안전신문고 제도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이며, 안전신문고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받고서야 이런 제도가 있는 줄 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신고자가 함께 사는 아파트 주민이나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사진을 찍어 신고한다는 점에서 주민들 간의 갈등 또는 신고자로 의심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신고한 사람을 찾겠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라며 이런 방식의 신고와 과태료 부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지자체로서는 안전신문고를 통해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부과를 통해 세수가 늘어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안전신문고는 제도 취지와 달리 주민들 간의 불신과 의심, 갈등만 키우고 있다.행안부의 안전신문고는 생활 속의 불편한 사항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지만, 쓰레기 불법 투기, 심한 악취나 소음, 일반 불법 주정차 관련 신고는 ‘생활 불편신고’에 해당해 안전신문고의 포상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런데도 불법 주정차에 대한 신고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안전신문고는 재난 또는 그 밖의 사고‧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위험 상황을 행정기관 등에 신고하는 행위로 그 분야는 △도로‧시설물 파손 및 고장 △건설‧공사장 위험 △지하수 미등록 시설‧방치공 △대기오염(미세먼지 불법 배출 포함) △수질오염 △교통위반 △기타 환경‧안전위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