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전시의회에 ‘김경훈 그림자’ 어른거린다”

대전시의회에 ‘김경훈 전 의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김 전 의장은 4년 전 이미 뽑아놓은 의장 후보를 밀어내고 자신이 차지하면서 당에 ‘반기‧반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이후 김 전 의장은 제명된 뒤 복당은 했지만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당시 반란의 결실물인 의장직 쟁취가 자신의 실력이라고 할 지는 모르지만, 재임기간 내내 ‘의장’자리를 강탈했다는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대전시의회 작금의 사정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잘못된 학습효과 탓인지 똑같은 상황이 반복, 재연되고 있다.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이 시쳇말로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아주 한심한 수준으로 낙제점이다. 대전시 공무원들도 “전반기에 후반기 의장후보를 뽑아놓치나 말지….” 혀를 차고 있다. 

시의원들은 의장후보를 자기들이 뽑아놓고 뒤집으며 ‘판’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의원들의 수준이 한심하다고 못해 시정잡배만도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시의원들이 감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한심한 의원들’이라고 몰아붙여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최근 대전시의원들 일부가 차기 의장 자리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볼썽사나운 투전판처럼 감투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말 대전시의원들이 왜 이렇게 수준 낮은 행동을 하는지 대전 시민으로서 부끄럽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전시의회 A의원도 “대전시의회 정말 ‘골’ 때린다”고 규정했다.

이러니 지방의원들의 수준이 한심함을 넘어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온다. 풀뿌리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자신들이 약속한 일까지 뒤집고 있어 집행부 견제 등 의회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이라고 믿는 것보다는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지금 일련의 볼썽사나운 행동들은 지방권력이 민주당 1당 독주체제가 들어서며 자기들끼리의 리그라는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전시장과 5개구청장, 지역 국회의원 등 지방권력을 모두 싹쓸이하면서 견제세력이 안타깝게도 없다.

 

더구나 지난 15일 이후 대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선 초등학교 어린이까지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 아닌가. 이런 와중에 자리 다툼에 몰입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대전시의원 전체 의원22명 중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1명을 제외하곤 모두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러다보니 자당 의원들 간의 자리다툼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심한 것은 조승래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이 의원들과 만나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아랑곳 없이 자리다툼에 꿈쩍도 안는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민주당은 3일 의장단 선거에서 ‘제2의 김경훈 사태’가 일어난다면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당헌 당규에 따라 강력히 처리하고 다시는 당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 그리고 4년 후 총선에서 전 지역구에 몰아준 시민들의 표심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의원 자신들이 전반기에 의장선출 당시 후반기 의장후보를 미리 뽑아놓고 이를 무시하고 번복한다면 더 이상 이들에게 희망을 걸 수 없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한 약속과 행동을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시의회를 맡겨본들 무슨 기대를 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전시 초선의원들이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선배 의원들로부터 의장단 선거를 뒤집고 판을 흔드는 것을 배워서 안 된다. 시의원으로서의 자존심과 독립성을 지키되, 대전시의회 발전이라는 것이 눈곱만큼도 찾지 못한다면 의원직을 걸고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지방의회는 집행부 견제 못지않게 의회운영의 절차와 규정, 의원들 간의 약속이라는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하는데, 그 이전에 의원들 스스로가 한 약속조차 안 지키니 대전시의회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3일 대전시의회 임시회에서 신임 의장단 선거가 치러진다. 끝내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져 극심한 내홍과 함께 ‘시의회 무산론·해산론’이 나올지, 아니면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키고 성숙한 의정상을 보여줄지 여부는 전적으로 대전시의원 자신들에게 달려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