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 걷는 듯한 ‘느린호수길’ … 5.4km 걷기 딱 좋아호수에 수십만 마리 ‘논뿔병아리’날갯짓… 조각공원‧황새공원은‘덤’
  • ▲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출렁당리의 아름다운 야간 경관. 이 출렁다리는 낮에 봐도 아름답지만 밤에 보면 그 야경이 장관이다.ⓒ김정원 기자
    ▲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출렁당리의 아름다운 야간 경관. 이 출렁다리는 낮에 봐도 아름답지만 밤에 보면 그 야경이 장관이다.ⓒ김정원 기자
    야간 조명쇼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충남 예산군 응봉면 후사리 35 ‘예당호 출렁다리’(폭 1.8m, 주탑 높이 64m, 길이 402m). 국내에서 가장 길다는 예당호 출렁다리를 낮에만 보고 가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황새의 고장답게 예산의 예당호 출렁다리는 황새를 상징한다. 흰색의 출렁다리는 하늘로 곱게 솟은 주탑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펼쳐진 케이블의 아름다운 모습은 거대한 황새가 길고 흰 날개를 펼쳐 호수 위를 비상하듯 펼쳐진 환상적인 조형물을 보여주고 있다. 

    야간엔 형형색색의 조명의 쇼가 펼쳐진다. 파란, 빨강, 노란색 등으로 좌우 대칭을 이룬 출렁다리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또한 출렁다리 인근의 조각공원 등도 볼 만하다. 

    또한 문화광장의 황새 알과 둥지의 조형물은 장수와 행복을 기원한다. 

    황새의 야생복귀를 위해 2009년 황새마을로 선정된 예산은 국내 유일의 황새(천연기념물 199호)의 고장으로 한국교원대가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증식에 성공한 황새들이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산다. 출렁다리 인근 황새공원은 2019년 황새 65마리를 방사한 뒤 88마리까지 늘어났다. 황새공원에는 그동안 153마리가 이 곳을 거쳐 갔다.
  • ▲ 황새 날개를 상징하는 충남 예산군 예당호 출렁다리.ⓒ예산군
    ▲ 황새 날개를 상징하는 충남 예산군 예당호 출렁다리.ⓒ예산군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낮에 출렁다리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고 가겠지만, 야간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또 다른 출렁다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가야만 제대로 예당호를 봤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예당호를 찾은 사람이 2019년 4월 6일부터 2020년 1월 11일까지 300만 명에 이른다. 

    예당호는 2008년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예당호의 크기가 일반 저수지 규모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먼저 예당호에 들어서면 출렁다리가 눈에 들어오지만, 호수의 저수량에 기가 질린다. 예당호의 둘레는 40㎞, 동서의 길이가 3㎞로 그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당호 트레킹은 먼저 출렁다리부터 체험하는 것이 좋다. 출렁다리는 중간에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주탑’이 중심을 잡아주기는 하지만 상당히 출렁거린다. 중간쯤 가면 좌우 흔들림이 심해지고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물론 출렁다리가 출렁거리지 않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만은 오금이 저려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띌 정도다. 

    출렁다리 주탑에 올라 탁 트인 예당호를 조망하면 더 높은 곳에서 관찰할 수 있어 좋고 사진촬영을 하기에도 좋다. 
  • ▲ 높이 64m의 예당호 출렁다리 주탑.ⓒ김정원 기자
    ▲ 높이 64m의 예당호 출렁다리 주탑.ⓒ김정원 기자
    출렁다리 중앙에 하늘로 높이 솟은 주탑은 올라갈 때는 왼쪽으로 회전하며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반대로 회전하며 계단을 밟고 내려오기 때문에 약간 어지럽다. 마치 머리를 숙인 채 코를 잡고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코끼리 게임’을 하는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이어 반대편을 걸어 출렁다리 북쪽 끝에는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할 있도록 포토존과 넓은 휴식공간이 설치돼 있고 물막이 방향으로 조금 더 가다보면 예당호 물막이와 연결된 ‘부잔교’(131m)가 나온다.  

    여기까지가 출렁다리 주변 경관을 관람하는 것이라면, 그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면 둘레길을 가는 코스다. 출렁다리를 통과해 본격적인 ‘느린호수길(5.4㎞)’을 걷기 시작하면 제대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트레킹 코스는 끝없이 데크길로 이어지는데, 이 길은 예당호 등촌길 도로와 산자락 또는 호숫가에 조성돼 있다. 

    예당호 느린호수길은 무엇보다 계단이 많지 않다. 호수 안에 데크길이 조성돼 있어 마치 물 위를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어 계속 걷다보면 여러 곳의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저절로 닦아준다.

    호수와 도로가 평행선을 이뤄 걷는 느린호수길은 인근에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지만 호수를 조망하기에 좋고 호숫가 마을을 둘러보며 혼자 걸어도 심심치 않다. 등촌 마을 앞 호숫가에는 좌대가 많이 설치돼 있어 낚시꾼들이 고기를 낚는 모습도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 
  • ▲ 예산군 예당호 느린호수길.ⓒ김정원 기자
    ▲ 예산군 예당호 느린호수길.ⓒ김정원 기자
    호수 중앙에는 논뿔병아리 수십만 마리가 마치 섬처럼 물 위에 떠 있다. 그 규모가 엄청나다. 관광객들은 연꽃이 진 흔적으로 착각할 정도로 시커멓게 보인다. 평일에도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지 않지만 날씨가 흐린 날과 오후에는 논뿔병아리가 호수 색깔과 비슷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가장자리를 보면 새들이 연신 날갯짓하는 모습을 관찰하고서야 엄청난 규모의 ‘새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느린호수길을 한참 걷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자 끝까지 갈 수 없어 도중에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버스나 택시를 타고 출발지로 되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고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걷기 시작하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어둠이 드리웠다. 

    왕년의 영화배우를 만나는 호사도 누렸다. 그는 예당호 출렁다리 주차장 건너편 건물 1층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영화배우 신일룡 씨(73)였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 청년처럼 보였다. 

    그는 두 달 전부터 이곳에서 점포를 내고 호두파이를 판매하고 있었다. 나이 든 관광객들이 왕년의 영화배우인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지금은 영화배우로 활동은 하지 않지만 호두파이 사업을 위해 예당호까지 접수한 것이다.  
  • ▲ 예당호 호수 위에 조성된 데크길.ⓒ김정원 기자
    ▲ 예당호 호수 위에 조성된 데크길.ⓒ김정원 기자
    주말에는 신 씨의 점포 앞에서 많은 관광객들을 위한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고 이에 관광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이어 예당호 출렁다리의 야간 경치가 일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선 시장기를 속이기로 했다. 신일룡 씨에게 검증된 맛있는 ‘어죽’ 음식점을 소개받았다. 앞서 느린호수길을 걸을 때 예당호에 민물고기가 풍부해 민물고기와 어죽 음식점이 눈에 많이 띄었기 때문에 지레짐작으로 물어 본 것이다. 

    신 씨의 소개로 출렁다리가 잘 보이는 음식점을 찾아 어죽을 주문했다. 신 씨의 소개로 왔다고 하니 업주가 반색을 한다. 음식점 주인은 “1인분은 판매하지 않지만, 조금 있으면 고객들이 오니 그 손님들의 음식을 만들 때 1인분의 어죽을 함께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 ▲ 영화배우 신일룡씨가 예산 예당호 앞 ‘신일룡의 호두파이’본점에서 갖 구운 호두파이를 화로에서 꺼내고 있다.ⓒ김정원 기자
    ▲ 영화배우 신일룡씨가 예산 예당호 앞 ‘신일룡의 호두파이’본점에서 갖 구운 호두파이를 화로에서 꺼내고 있다.ⓒ김정원 기자
    잠시 기다리니 고객 서너 명이 몰려들었고 잠시 후 어죽(7000원)이 나왔다. 밑반찬은 물김치와 깍두기, 미역줄기 등 두 가지로 단출했지만 음식이 깔끔하고 정갈했다. 어죽에는 민물고기를 삶은 육수에다 쌀과 국수, 수제비를 넣고 그 위에 후추를 뿌렸다. 매콤한 어죽의 맛은 과거 시골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예당호 인근에는 수덕사를 비롯해 충의사, 추사고택, 삽교평야, 가야산, 황새공원, 덕산온천 등 ‘예산 10경’ 중 일부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특히 예산사과가 맛이 좋다.  

    예당호를 가기 위해서는 국도를 이용해 예산군 예산읍을 거쳐 가거나 당진고속도로를 이용, 수덕사IC 등을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다. 


  • ▲ 예산군 예당호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는 어죽.ⓒ김정원 기자
    ▲ 예산군 예당호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는 어죽.ⓒ김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