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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4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북 제천·단양선거구 예비후보자들의 공약 중 ‘대학병원 유치’가 이틀에 한번 꼴로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어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단골공약으로 ‘표심’을 향해 등장하는 ‘대학병원 유치’는 열악한 지역 의료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가능성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대학병원 유치’는 제천·단양 유권자들의 민심을 쏠리게 할 수 있는 명분 있는 충분한 공약일 수 있다.
제천·단양의 인구는 2월말 현재 모두 16만6453명(제천 13만5802명, 단양 3만651명)으로 이중 노인인구인 65세 이상이 3만1657명(제천 2만3791명, 단양 7866명)으로 전체인구에 21.5%를 차지하면서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로 다가서고 있다.
도시인구가 고령화로 넘어가면서 노령 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뇌혈관 질환과 심장전문병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다.
이 같은 절실한 이유 탓인지 각 예비후보들마다 지역의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대학병원’유치를 선거 공약으로 들고 나섰다.
권석창 예비후보(새)는 “제천·단양지역은 급속한 고령화로 심뇌혈관 질환이 늘어나고 있어 설치 요건을 완화해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주장했다.
엄태영 예비후보(새)도 “의료 불평 등을 대폭 완화하는 법률안을 발의·제정해 제천에 대형병원을 유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형병원 유치가 필수라는데 이견이 없다”며 “병원이 들어서면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라며 유치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같은 당 김기용 예비후보는 구체적인 방안과 추진계획도 밝혔다.
김기용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재단이사로 활동 중인 순천향대 대학병원 분원을 제천에 유치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한 김부성 학교법인 동은학원(순천향대학교)이사장과 이문수 순천향대학 천안병원장에게 제천지역에 대학병원 설립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충북 북부지역은 물론 경북 북부권역과 강원도를 아우르는 대형병원이 될 수 있으며 제천이 의료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김회구 예비후보(새)는 “대형병원이 인구가 적은 지방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지역 거점병원’을 제시하고 나섰다.
그는 “지역 병원 가운데 거점병원을 지정해 세금 감면과 의료진 처우 개선, 고가 의료장비 지원, 거점병원 의료진의 대형병원 파견 지원 등의 ‘지방 거점병원 육성에 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인만 예비후보(새)는 헬스케어리조트와 연계한 대학병원 유치를 들고 나왔다.
그는 “대학병원을 설립하려면 적자운영을 면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국내 만성신부전 투석 환자 10만명 가운데 1000명 정도를 제천에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후보자들의 경쟁적인 ‘대학병원 유치’ 공약에 대해 유권자들은 “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노린 표심잡기에 불과하다”며 “선거철면 되면 대형병원, 대학병원 유치가 단골공약이 되고 있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대학병원 유치는 지난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서도 쏟아진 공약이다.
‘대학병원 유치’에 대해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이나 대형종합병원의 경우 단일인구 30만 명이 넘어야 구상할 수 있으며 주변 인구까지 합쳐서 60만명 이상은 돼야 고민할 수 있는 상태”라며 “배드 300병상 이상에 고가의 장비, 권역응급의료센터, 내혈관센터 등을 갖춰야하며 의사 수만도 50∼60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34만 명의 단일인구를 갖고 있는 강원도 원주기독교병원도 매년 적자운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제천시 인근 충주시도 충북도립병원인 충주의료원과 건국대병원 등 2곳이 있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제천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무차별 쏟아내는 ‘헛공약’,‘막공약’이 남발될 수 없도록 정치인들이 유권자들과 실행을 약속한 공약을 심의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공약심의기구’라도 구성해야할 판”이라며 “유권자들의 꼼꼼한 판단과 실현 가능한 공약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