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박정희시대가 그립다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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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백수는 미친 듯이 퍼붓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안보 불안에다 경제위기까지 겹쳤는데도 정치권은 제정신이 아니다. 환각상태에 빠져서 똥오줌을 구분하지 못한다. 무엇이 중(重)하고 무엇이 급(急)한지도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만약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군인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을 만큼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만약 4·19 때처럼 피 끓는 청년들이 있었다면 벌써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죽은 듯이 침묵만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누가 어떻게 극복해야하는 건가? 마땅히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선거가 한 달 앞으로 임박했다.

    선거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면 되는 것이다. 거리에서 목이 터지라 외칠 필요도 없다. 총으로 무장하고 협박할 필요도 없다. 투표장에 나가서 의사표시만 하면 된다. 그러면 세상은 뒤집어진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렇다면 어떤 놈들을 먼저 퇴출시켜야 하는 건가?”

    최백수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읽고 있는 카톡 메시지에 답이 다 나와 있다. 4·13총선에서 선거혁명을 일으키자는 주장은 구체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과자, 병역 기피자, 불쌍한 대리 운전기사에게 반말하며 폭행하는 여자, 자식 취직을 위해 직권을 이용해 압력 가하는 놈, 자식이 로우스클을 졸업할 실력도 못되는데 대학에 찾아가 압력 가하는 놈.

    국회입법을 조건으로 검은돈 챙기는 놈. 정상배와 결탁해 검은돈 받는 놈, 방산 비리에 연관된 놈, 국가원수에 막말하는 놈, 툭하면 폭언하는 놈, 북한을 찬양하는 종북 좌파, 임시직 철폐를 부르짖으며 실제로는 비정규직 목 조르고 연봉 1억 이상 받아 챙기는 귀족노조 놈들.

    학교에서 대한민국을 음해하라고 교육하는 전교조 놈들, 제 아비 죽으면 사십구재만 지내고 탈상하는 놈들이 여행 가다 사고로 죽은 학생들의 상주가 되어 2년이 다 되도록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정신 나간 놈들, 헌법 49조에 의한 다수결의 원칙을 어기고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국회를 마비시킨 놈들.

    북한 인권법 결의를 외면하는 놈들, 노동개혁 법안을 흥정대상으로 삼는 놈들, 국회의원 수를 백 명 이내로 줄이자는데 동의하지 않는 자, 지방의원 없애는데 동의하지 않는 자, 국회의원 특혜를 없애자는 데 동의하지 않는 자….

    이런 놈들이 직무를 성실히 했나 따져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국회부터 바로 잡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 국민이 팔 걷고 나서서 4월 13일 표로 바로 잡읍시다! 이번엔 두 눈을 부릅뜨고 퇴출시켜야 합니다. 이런 놈들은 절대로 표를 찍어줘서는 안 됩니다.“

    최백수는 가슴 후련한 공감을 느낀다. 그만 카톡을 닫으려다가 만다. 가장 중요한 말이 눈에 뜨여서다.

    “이 내용을 지인들께 전하시는 것만으로도 나라가 바로 섭니다. 국민이 화가 많이 나셨나 봅니다. 이런 분노의 글이 마구 돌고 있는 걸 보면. 저도 화가 납니다!“

    그렇다! 글을 읽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선거혁명을 일으킬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전해야만 불씨를 살릴 수가 있다. 그 불씨가 사방으로 퍼져서 산불이 되고, 그 산불이 천지를 불태울 수 있다.

    옛날 같으면 감히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지금이니까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을 몇몇 놈들이 장악하고 있을 땐 엄두도 못내는 일이었다. 지금은 언론보다도 위력이 강한 SNS가 있다.

    언론에서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입도 뻥끗 못하는 말들을 다 토해낼 수 있는 카톡도 있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최백수는 전달 버튼을 누른다. 순식간에 200명에게 퍼진다.

    그 200명이 또 퍼뜨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산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마침 바람까지 알맞게 불지 않는가. 최백수는 희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때 또 자동차 가는 소리가 난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진동으로 해놓았던 게 아직까지 그대로 있다. 한밤중 느닷없는 카톡 소리에 잠이 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근데 누구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