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선 찬성, 충북에선 회피”…입장 바꾸는 ‘정치인의 이중 메시지’경제성도, 효율성도 없는 ‘KTX 세종역’…왜 선거철마다 되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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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일 세종시청에서 최민호 시장으로부터 지역현안을 청취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KTX 세종역 신설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번에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기폭제가 됐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인의 교통 공약, 그중에서도 KTX 세종역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서울 접근성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지역 여론을 흔들고 있다.문제는 그 방식이다. 김 후보는 세종시에서는 “정부세종청사 시절 가장 불편했던 것이 교통이었다”며 “세종에 KTX 정거장이 생기면 서울에서 1시간 이내 도달이 가능해 행정수도로서의 기능도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충북도청에서는 입장을 바꿨다. 세종역 관련 질문에는 명확한 입장을 피하고, 대신 CTX(광역급행철도) 구축 필요성만 강조하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선을 그었다.이중 메시지에 대한 비판은 곧바로 쏟아졌다. 세종에선 찬성, 충북에선 침묵. 충청권 내부 균열을 인식한 채 지역마다 다른 견해를 밝힌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었다.충북도는 곧바로 반박했다. “KTX 세종역 설치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안전성과 경제성 면에서도 문제가 크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앞으로 CTX가 개통되면 세종과 오송 간 접근성은 대폭 개선되므로, 세종역은 더는 필요 없다”는 논리로 정면 대응했다.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부터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이후, 선거철마다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2017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근거로 B/C(비용 대비 편익) 값이 0.59에 불과하다고 밝히며 사실상 설치 불가 방침을 정한 뒤에도 정치권의 단골 공약으로 살아남았다.효율성 문제도 여전하다. 세종역이 신설되면 인근 공주역과 오송역 사이 거리가 불과 22㎞로, 고속철도의 운행 효율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차가 잦아지면 오히려 전국 KTX 이용자 전체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게다가 “공무원 전용역을 세우자는 것이냐”는 국민적 반감도 여전히 존재한다.물론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이 오송역에 내려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은 현실이다. 시간 낭비가 크다는 불만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는 세종청사 건립 당시부터 충분히 예상된 사안이었다. 세종시가 제시한 ‘세종역 부지’를 보더라도, 결국은 내려서 다시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 개선책이 되기 어렵다.정말 공무원 교통 편의를 위해 역을 신설하려는 것이라면, KTX를 이용해 세종청사 지하 등에서 직접 하차해 도보로 이동 가능한 수준의 인프라를 마련할 계획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종역 신설’이라는 카드는 꺼내서는 안 된다. 실현 가능성도, 지속 가능성도 없는 얘기를 지역 민심을 자극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결국, 이번에도 세종역 카드는 지역 표심을 노린 ‘단기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실현 가능성은 둘째치고, 충청권 내부의 갈등을 다시 부추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지역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결국, 표를 의식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충청 민심을 너무 가볍게 본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갈등은 만들기 쉽지만, 봉합은 어렵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지역 간 불신과 대립으로 이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세종역 논의는 더는 선거용 ‘공약 단골 메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수도의 기능, 충북과의 협력적 발전, 그리고 국가 철도망의 효율성까지 모두 고려한 책임 있는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통 포퓰리즘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계획과 장기적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