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는 ‘빛의길’ 일부 구간[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음성군 편
  • ▲ 전 UN사무총장 반기문 생가.ⓒ진경수 山 애호가
    ▲ 전 UN사무총장 반기문 생가.ⓒ진경수 山 애호가
    보덕산(普德山, 해발 509m)은 충북 음성군 원남면 보룡·하당·덕정리에 걸쳐 솟아 있는 산이다. 원남면 동부 지역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크게 보이는 산이므로 '큰산'이라고도 부른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고향인 원남면 상당1리(행치마을)와 인근 큰산(보덕산)에 얽힌 전설을 바탕으로 비채길(비움과 채움의 길)이 개발되어 있다. 이 길은 하늘길(6.5㎞), 빛의 길(2㎞), 땅길(9㎞)의 3개 테마 코스로 구성된다.

    이번 산행은 ‘반기문평화기념관주차장~반기문생가~보덕산민박~삼거리~모래봉~임도 갈림길 안부~보덕산 정상~반기문평화기념관~반기문평화랜드~반기문평화기념관주차장’의 약 3㎞로 짧은 원점회귀 코스다. 비채길 중에서 ‘빛의길’의 일부 구간을 형성하고 있는 등산로를 이용한다.
  • ▲ 전 UN사무총장 반기문 생가.ⓒ진경수 山 애호가
    ▲ 전 UN사무총장 반기문 생가.ⓒ진경수 山 애호가
    주차장에서 나와 연못 옆에 세워진 보덕정을 지나면 전 UN사무총장 반기문 생가를 만난다. 이곳을 둘러보고 포장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보덕산 민박(쉼터)에 이른다.

    민박집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들어 이동하면 반기문평화기념관이 보이는 길옆에 세워진 한남금북정맥 이정표를 만난다. 큰산 정상까지는 1.0㎞이라고 알린다.

    포장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막다른 길에서 구릉으로 올라서면 반기문 비채길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갈색 낙엽이 잔뜩 깔린 산길을 오른다.
  • ▲ 모래봉.ⓒ진경수 山 애호가
    ▲ 모래봉.ⓒ진경수 山 애호가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촉촉하게 젖은 낙엽을 밟으며 오르다 보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고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산이 허리를 세우기 시작하면서 낙엽길은 나무계단으로 바뀐다. 한 계단 한 계단 발을 딛고 오르다가 문득 지인이 보내주신 정보가 생각이 난다. 

    아무리 값비싼 유기농 음식과 미네랄 물을 마신다고 해도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만 못하다고 한다. 깊은 호흡을 통해 산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르니 어느새 모래봉에 닿는다.
  • ▲ 임도 갈림길 안부.ⓒ진경수 山 애호가
    ▲ 임도 갈림길 안부.ⓒ진경수 山 애호가
    모래봉은 해발 350m로 중간기점이다. 이곳에는 이정표와 비채길 안내도, 그리고 긴 의자 2개가 설치되어 있다. 모래봉에서 조금 내려서니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는 우측으로 반기문평화랜드로 가는 임도로 연결되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다시 가파른 산길과 계단을 반복해서 줄곧 오르막길이 이어간다.

    남들은 내려갈 산을 왜 오르는가? 왜 힘든 일을 사서 하는가?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 나는 산행의 즐거움을 느끼며 ‘나답게 사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 ▲ 함박산 정상을 오르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 함박산 정상을 오르는 길.ⓒ진경수 山 애호가
    요리책은 눈을 황홀하게, 코를 만족하게, 입을 행복하게, 뱃속을 든든하게, 몸을 건강하게 하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요리책’처럼 행복을 만드는 ‘행복책’인 ‘나답게 사는 행복(좋은땅 출판사)’을 준비하여 곧 출판된다.

    이 행복책에 적어 놓은 산행의 느낌을 일부 인용한다. “자연과 하나로 되어가는 순수하고 질박한 느낌과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오묘한 신비, 그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이치를 알아차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보덕산은 앞집 아저씨처럼, 뒷집 아줌마처럼 우리 주변에 흔히 만나는 사람들처럼 평범한 산이지만 큰 덕을 품고 있는 산이다. 산길은 가파르지만, 정상까지 길이 짧아 역시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이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다.
  • ▲ 보덕산 정상에 세워진 정자.ⓒ진경수 山 애호가
    ▲ 보덕산 정상에 세워진 정자.ⓒ진경수 山 애호가
    하얀 잔설이 남아 있는 계단 끝자락에 이르자 상당2리마을(2.45㎞)와 하당저수지(3.1㎞)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바윗길로 조금 오르면 정자가 있는 보덕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정자가 있고, 정자의 동쪽과 남쪽으로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정자를 돌아서 서쪽으로는 비채길 안내도와 보현산 정산(9.5㎞)·행치재(1.4㎞)·하당저수지(2.5㎞)의 한남금북정맥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새벽부터 마이산에서 출발하여 이곳에 도착해서 기념 촬영하는 산객과 인사를 나눈다. 그는 서울에 거주하는데 반기문평화기념관이 있다고 해서 한남금북정맥을 종주하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 산객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 ▲ 정자에서 바라본 가섭산.ⓒ진경수 山 애호가
    ▲ 정자에서 바라본 가섭산.ⓒ진경수 山 애호가
    이제 정자에 올라 북서와 서쪽의 방향을 제외하고 탁 트인 파노라마 전경이 펼쳐진다. 북동쪽으로 음성읍내를 품고 있는 가섭산이 백발노인처럼 희끗희끗한 잔설을 머금고 있다.

    동쪽으로는 흐릿한 구름에 휩싸인 계명산과 월악산을 상상으로만 바라본다. 그리고 원남일반산업단지를 둘러싼 가막산과 오대산 사이로 박달산의 모습을 조망한다.

    남쪽으로는 백마산과 보광산을, 남서쪽으로는 두타산을, 서쪽으로는 진천읍과 읍내를 둘러싼 나지막한 산군들의 물결을 바라본다.
  • ▲ 보덕산에서 하산하는 산길.ⓒ진경수 山 애호가
    ▲ 보덕산에서 하산하는 산길.ⓒ진경수 山 애호가
    정자에도 전망테크에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양지바른 동쪽 전망테크의 눈 녹은 한쪽 곁에서 코로는 맑은 공기를, 입으로는 향긋한 커피를, 눈으로는 파노라마 전경을 마신다.

    오늘도 이렇게 산행의 즐거움으로 ‘나답게 사는 행복’에 관한 한편의 이야기를 엮는다. 커피 향기와 함께 산행하면서 차곡차곡 적바림한 내용을 추억의 향기로 회상해 본다.  

    “산속의 바위와 거목들이 비록 벼락과 태풍을 맞아 갈라지고 부러져도 제자리를 굳건히 지켜 내듯 내게로 다가오는 온갖 기쁨과 성냄과 슬픔과 즐거움에 대해 내 마음자리가 초연하게 대응한다.” 
  • ▲ 반기문평화랜드.ⓒ진경수 山 애호가
    ▲ 반기문평화랜드.ⓒ진경수 山 애호가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하자 구름은 점점 짙어진다. 잔설과 낙엽이 뒤섞여 질퍽한 산길을 조심해서 하행한다.

    가파른 산길을 내려와 포장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반기문평화기념관에 도착한다. 그곳을 잠시 둘러보고 주차장을 지나 반기문평화랜드를 산책한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어서 빨리 종식되어 귀중한 생명이 안타깝게 사라져가는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