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폭포‧연리지 보는 즐거움[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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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산(해발 647m)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자리 잡은 산으로, 원래는 제당산이었다. 그러나 용세골 용추폭포 근처에서 멋진 연리목이 발견됨에 따라 연리목의 의미를 담아 사랑산으로 개명된 산이다.사랑산의 산행기점은 용추슈퍼(괴산군 청천면 사기막리 49) 바로 위쪽의 유료 주차장이다. 산행 코스는 ‘주차장~전망대~코끼리바위~전망대~사랑바위~사랑산 고스락~삼거리봉~마당바위~연리지~용추폭포~주차장’의 원점회귀이다.길가에 세워진 사랑산 등산 안내도에서 출발하여 임도를 따라 0.1㎞ 정도 이동하면 우측으로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곳이 산행의 들머리인 셈이다. 초입은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완만한 산길을 걷는다.산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단풍 색깔의 농도가 짙어진다. 우리네 삶도 자연처럼 세월의 밥그릇이 늘어날수록 자신만의 맛으로 깊고 그윽한 맛이 저절로 우러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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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면서 조망이 터지지만 시원치 않다. 잠시 암릉 구간을 지나면 사면지의 임도를 가로질러 오른다. 등산로에는 ‘사기막리(0.5㎞)와 사랑산(1.6㎞)’의 이정표가 있어 쉽게 찾는다.계단을 오르자 움푹 팬 약간 경사진 등산로가 이어진다. 그 모습을 보자니, 지난 세월 무명으로 인한 어리석은 일로 마음이 헐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래서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는가 보다.암반 길을 오르다가 밧줄이 설치된 구간을 지나면 조망점에 이른다. 이곳에서 평화로운 사기막리 마을 풍경과 옥녀봉, 그 뒤로 군자산을 조망한다.이어지는 바윗길에서 늘 푸른 소나무와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 참나무, 그리고 온통 진한 갈색으로 온몸을 덮은 참나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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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바윗길의 깊어가는 가을 단풍은 사색의 향기를 뿜어내기에 손색이 없다. 단풍 색깔을 따라 마음도 포근해지고 세상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 만큼 활짝 열리는 듯하다.얼마 가지 않아 코끼리바위에 도착한다. 대충 보면 그냥 선바위 모양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늘어진 바위 선이 코끼리의 코 모양과 흡사하다. 이처럼은 자연은 일부러 함이 없지만 이루지 못할 것이 없는 신비와 오묘함을 지녔다.발아래로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괴산~상주간 도로를 조망하고, 코끼리바위 덩어리를 넘어서 하행한 후, 다시 암릉 구간을 오른다. 늘어진 밧줄을 무심하게 그냥 지나쳐 암반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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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 틈새에 뿌리를 박고 빗물을 가두어 생명수로 삼고, 아침 이슬로 감로수로 삼아 살아가는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고, 주어진 환경에 지족하며 살아가는 그 방식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방패 간(干) 자가 선명하게 보이는 바위를 지나서 가을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이어 비스듬한 암반이 이어지고, 마당같이 너른 암반 끝 조망점에는 무명의 바위가 무심하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조망점을 지나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바위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금방이라도 쓰러져 내릴 것 같은 바위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그 옆으로 약간 떨어진 암반 위에 동그란 바위가 마치 방울방울 맺힌 눈방울을 연상케 한다.누군가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필자는 그 동그란 바위를 ‘눈물바위’라 이름 짓고, 바위 군락을 오르자 위태롭게 선 눈물바위의 주인인 ‘사랑바위’를 만난다. 이 위치는 사기막리로부터 0.8㎞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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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위태롭게 바위 모퉁이에 얹혀 있는 모습이 마치 사랑의 위태로움을 표현한 것과 같다고 하여 사랑바위라고 붙였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바위 아래에는 사랑의 씨앗인 눈물바위가 있다. 그러나 사랑은 위태로운 사랑도, 슬픈 사랑도, 기쁜 사랑도 있으니 어쨌든 사랑은 평안과 위안을 준다.사랑바위 바로 윗자리에 있는 비행접시바위를 밟고 오른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이제 흙길이 이어지고, 한동안 청록을 자랑했던 참나무가 갈색과 황색의 빛깔로 곱고 아름답게 몸을 치장하고 이루는 숲길을 걷는다.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며 걷다 보면 사랑산의 주능선과 만나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청록과 갈색이 어우러진 산길을 오르다 보면 좌측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산군들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점을 만난다.세월의 흐름에 따라 비록 산의 겉모습은 변해갈지라도 그 속은 여전히 그대로 여여하지 않을까? 자연과 진리는 늘 그대로 있을 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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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에서 바윗길로 바뀌면서 잠시 내려갔다가 이내 다시 사랑산 고스락을 향해 산길을 오르는데, 우측으로 마치 참새처럼 앉아 있는 일명 참새바위를 지난다.온통 찬란한 황금색으로 단장한 참나무 단풍이 푸근하게 감싸고 있고, 자유분방하게 놓인 바윗길 사이를 오른다. 그 색깔이 얼마나 화려한지 눈이 부실 정도다.황금으로 가득한 보물창고를 행복한 마음으로 한동안 걸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이 행복한 순간이 영원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돌탑을 쌓는다.드디어 사랑산 고스락에 도착하니, 바위 위에 ‘해발 647m 사랑산’ 고스락 돌이 얹혀 있다. 이곳에서 0.3㎞를 이동해 삼거리봉(해발 641m)을 거쳐 용추폭포로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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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봉을 향해 흙길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은 황색계열 물감을 풀어놓은 듯 충만한 노란 단풍의 향연에 심취해 걷는다.삼거리봉에 도착해 하행할 때도 일부 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밧줄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경사가 완만하여 명상산책을 즐기면서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오색찬란한 단풍에 매료되어 마당바위까지 하산하는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 눈요기에 호강한 오늘, 이 행복의 순간을 만들어 준 자연에 감사하고,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그렇게 대체로 완만한 산길을 이동하다가 크고 너른 마당바위를 만난다. 이후부터 연리목까지 약 0.4㎞는 제법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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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사이를 밧줄로 연결된 가파른 산길을 구불구불 하행하는데 여전히 울긋불긋한 숲길이 이어진다. 이어 예쁘게 단장한 모습을 자랑하듯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참나무 숲길을 통과한다.다시 참나무 사이를 연결한 밧줄을 잡고 급경사의 산길을 하행한다. 돌길이고 가팔라서 집중해서 산길을 내려간다.하행 길에 조망바위에 올라 화려하고 찬란하게 치장한 용세골 단풍을 감상한다. 그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벌린 입이 다물 수가 없다.이어서 지금까지의 가파른 산길은 데크 계단에게 배턴을 넘겨주고, 계단 중간쯤에 이르면 천연보호수 연리지를 만난다. 연리지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는 과정에서 수간이 융합되어 한 그루로 자라난 나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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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연리지 사이로 지나가면 백년해로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 혹여 사람들이 그럴까봐 연리지 둘레에 보호망을 설치해 놓았다.연리지를 지나 계단을 마주 내려서면 이정표와 사랑산 숲길 안내도를 만난다. 이곳의 이정표는 ‘사기막리(1.3㎞)‧사랑산(1.7㎞)‧용추폭포(0.05㎞)’를 가리키고 있다.가을을 품은 용추폭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전망 데크에 도착한다. 용추폭포는 절묘하게 2단으로 연결되어 계곡물이 떨어지면서 폭포를 이룬다.폭포 아래에는 집채만 한 바위와 함께 주변의 알록달록한 단풍 색깔이 드리워진 너른 못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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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폭포에서 다시 세거리로 돌아와 용추골을 따라 형성된 속리산둘레길을 걸어 이동한다. 계곡의 큼직하고 널찍한 바위가 있어 잠시 쉬어 간다.상류 계곡은 오색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가득하다. 하류의 계곡물은 물속에 반쯤 잠긴 돌의 상부 그림자를 드리우고, 수면 위로 간신히 머리만 내민 바위 위에 눌러앉은 작은 돌의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계곡물은 수면에 글씨를 써도 그대로 유지될 것처럼 고요하다. 바다의 파도처럼 일렁이는 마음을 용세골 물처럼 고요하고 차분하게 참선에 든다.잠깐의 휴식으로 눈과 귀와 마음을 채우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이런 청정한 마음을 간직하고 용추슈퍼 주차장에 도착하여 약 4.8㎞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