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산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남 보령시 편
  • ▲ 오서산 억새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 오서산 억새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오서산(烏棲山, 해발 790.7m)은 충남 보령시 청소면·청라면과 홍성군 광천면 및 청양군 화성면에 걸쳐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이 산은 백두대간 차령산맥 끝자락인 금북정맥의 최고봉으로 우리나라 서해 연안의 산 중에서 가장 높다. 이 산의 이름은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깃들어 사는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산행은 「성연주차장~성골~시루봉~오서산~문수골~성연소류지~용못~성연주차장」원점회귀다. 즉, 1코스로 상행하여 3코스로 하행하는 경로를 선택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오서산 성연주차장(충남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 88)을 이용하면 된다. 이용료는 무료이다.

    주차장을 출발하여 오서산 산촌생태마을을 향해 경사진 아스팔트 길을 오른다. 마을을 향해 이동하는 내내 햇살을 등지고 있는 오서산 산등성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 ▲ 시루봉.ⓒ진경수 山 애호가
    ▲ 시루봉.ⓒ진경수 山 애호가
    마을의 낮은 담장 옆으로 곱게 핀 코스모스와 꽃무릇을 찾아드는 나비들이 산촌마을의 가을 풍경을 더욱 정겹게 한다. 마을 끝자락에 도달하기 전 좌측으로 등산로 입구가 열린다. 

    푸른 대나무 숲을 지나 널찍하고 평탄한 임도의 소나무 숲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숲속의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더불어 도랑에서 조잘대며 흐르는 물소리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주차장 기점 1.2㎞ 지점에서 신암터(0.4㎞)와 시루봉(1.5㎞) 갈림길의 이정표를 만나, 이곳에서 시루봉으로 방향을 튼다. 초입부는 콘크리트 포장된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을 오른다.

    완만한 길로 접어들면서 비포장 임도로 바뀌고, 얼마 가지 않아 좌측으로 시루봉(0.7㎞) 이정표와 함께 나무계단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계단을 오른 후 흙길에 잔돌이 깔린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들고 고되게 한동안 이동하면 오서산(1.1㎞) 이정표와 돌탑이 세워진 시루봉(해발 570m)에 도착한다.
  • ▲ 중계탑과 오서산 고스락 사이의 억새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 중계탑과 오서산 고스락 사이의 억새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시루봉을 지나 돌길에 이어 흙길을 하행한 후 잔돌이 깔린 산길을 오른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참나무의 형상이 굽고 낮게 바뀌고 그 잎들도 서서히 가을 색을 준비한다.

    참나무 숲속 아래에서 긴 의자를 설치하는 작업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눈다. 내가 누리는 편안함은 이처럼 누군가의 노고의 덕분이다.

    나지막하고 굴곡진 참나무의 성긴 숲길에서 벗어나 억새가 피어나기 시작한 초원을 가르며 커다란 바위가 듬성듬성 박힌 피안의 언덕을 향해 오른다.

    언덕을 오르면서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벌판을 감싸는 낮은 산군들의 넘실대는 파도 물결, 그리고 그 뒤로 서해 수평선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한다.

    중계탑이 세워진 구릉에서 시작해 오서산 고스락을 향하는 능선에는 꽃을 피우기 시작한 은빛 억새 물결이 일렁거린다. 그 길을 걷자니 마치 천상을 걷고 있는 신선처럼 자유자재한 마음이 바람을 탄다.
  • ▲ 오서산 고스락으로 향하는 억새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 오서산 고스락으로 향하는 억새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고스락으로 향하는 능선 좌측에는 억새가 피어올라 바람에 날리는 비단 물결처럼 부드럽게 은빛 파도를 일으키고, 우측에는 키 작은 참나무 군락지가 바다를 이룬다.

    거친 해풍을 맞으며 고단한 삶을 누리기 위해 나지막하게 허리를 굽힌 모양의 참나무 모습에서 생존을 위한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것을 느낀다.

    오서산 고스락에 도착하니 널찍한 데크 전망대가 설치돼 있고, 까만 고스락 돌이 의젓하게 서해를 지키고 있다. 사방 막힘없이 굽이치는 능선이 눈을 시리도록 밝게 한다.

    능선 한가운데 서니 세상을 다 담고도 남을 만큼 마음이 열린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에 하얗게 피어나기 시작한 억새꽃이 흐느적거리듯이 필자의 희끗희끗한 수염도 살랑거린다.

    고스락에서 조금 떨어진 억새 포토존에 도착한다. 병풍 바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포토존 무대에 올라 미끄러지듯 펼쳐진 억새 초원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속세의 버거운 짐이 슬그머니 흘러내린다.
  • ▲ 오서산 고스락에서 억새 포토존으로 향하는 억새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 오서산 고스락에서 억새 포토존으로 향하는 억새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억새 포토존에서 1㎞ 떨어진 데크 전망대로 발길을 옮긴다. 하행을 시작하자마자 억새 군락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멋지게 펼쳐진 억새밭이 등산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해풍에 흔들리는 억새의 모습에서 노자의 ‘곡즉전 왕즉직(曲則全 枉則直)’, 즉 ‘휘어짐은 온전하고 구부러짐은 곧 곧게 퍼진다.’라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데크 전망대까지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구릉을 넘나들며 이동한다. 도중에 만나는 가지가지 모양의 참나무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굽어진 모습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구릉에서 바라본 유선형의 능선이 흐릿한 하늘과 맞닿아 마치 천상으로 오르는 계단을 이루는 듯하다. 성연주자창 갈림길 옆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고스락과 멀어져가는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오는 산객 막지 않고, 떠나는 산객 잡지 않는 산처럼 인연에 따라 살련다.

    이어 사방이 억새로 둘러싸인 헬기장을 지나면, 오서산(0.8㎞)·문수골(1.5㎞)·오서전망대(0.2㎞) 갈림길의 이정표를 만난다. 이에 ‘억새 풀에 스며드는 서해의 낙조, 오서산(해발 791m)’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을 지난다. 
  • ▲ 억새 포토존에서 오서전망대로 하행하면서 바라본 오서산 고스락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 억새 포토존에서 오서전망대로 하행하면서 바라본 오서산 고스락 능선.ⓒ진경수 山 애호가
    표지석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데크 로드를 통해 오서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억새를 배경으로 서해안을 감상하는 고즈넉한 시간을 보낸다.

    억새꽃이 만개하여 휘날리며 그 잎이 갈색으로 변한 모습보다 생기 넘치는 초록빛 줄기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부드럽고 고운 억새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풍경을 바구니에 듬뿍 담아드린다.

    부드러운 억새꽃의 향연에 창공이 활짝 열렸으면 금상첨화였으련만 그래도 붓칠한 듯 하늘을 얇게 덮은 구름이 먹구름보다 낫다며 위안한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향긋한 내음이 가을을 맞는 억새의 향기와 조화를 이루니 더할 나위가 없는 로맨스를 즐긴다.

    오서전망대를 출발해 능선으로 조금만 더 이동하면 바위 군락을 만난다. 이곳을 지나면서 서해를 바라보니 천상에서 속세를 내려보는 듯하다. 서해를 항해하는 배들이 이 산을 등대로 삼을 만하다.
  • ▲ 오서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 오서전망대.ⓒ진경수 山 애호가
    6~7m 정도로 높이 솟은 바위 군락을 우회하여 지나간다. 그 바위들은 억새를 지키는 늠름한 장군의 모습으로 서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어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하행하면 서해를 바라보고 있는 2기의 ‘평화통일기원탑’를 만난다. 이 탑은 홍성에 사는 복성규씨가 ‘오서산에 평화를 기원하는 탑을 만들고 싶다.’라는 바람 하나로 7년간(2016~2022) 쌓은 탑이다.

    높이 3.8m 직경 2.5m의 탑과 높이 2m, 직경 1.9m의 탑이 있으며, 탑 꼭대기에는 기러기를 얹혀 놓았다. 이 기러기는 사방을 내려다보며 통일을 열망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하나의 탑 꼭대기에는 보살상이 얹혀 있고, 아래에는 ‘옴마니반메훔’이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글이 있다. ‘지혜와 함께하는 방편이자, 방편과 함께하는 지혜’라는 뜻이다.

    돌탑을 지나 데크 계단을 통해 하행을 시작한다. 내려가는 시간보다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이곳에서 미끄럼을 타면 저 아래 푸른 바다로 풍덩 빠져들 것 같다.
  • ▲ 서해가 조망되는 곳에 세워진 2기의 평화통일기원탑.ⓒ진경수 山 애호가
    ▲ 서해가 조망되는 곳에 세워진 2기의 평화통일기원탑.ⓒ진경수 山 애호가
    하행하는 계단을 품은 산등성이 무명의 낮은 산으로 이어져 서해 속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은빛 억새에 빼앗겼던 필자의 마음도 어느샌가 푸른 바다로 스며들고 있다.

    앞으로 하행해야 할 산길에 시선을 주니 서서히 푸른 소나무 숲이 점점 짙어진다. 데크 계단 끝자락의 집채만 한 바위를 지나 돌길과 계단을 내려간다.

    키 낮고 구불구불한 분재형 소나무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군락지를 지난다. 다시 바위 사이를 잇는 데크 로드를 지나면서 그 옆으로 조망 바위를 만난다.

    이곳에서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왔던 길을 거꾸로 따라가며 오서전망대, 오서산 고스락, 시루봉까지 이어지는 억새를 키운 자랑스럽고 부드러운 오서산 능선을 차근차근 스캔하며 눈과 가슴에 담는다.

    이어 바위 군락을 만나 오서산 산등성과 홍성군 광천읍, 그리고 시원하게 펼쳐진 서해를 조망하며 더불어 차 한 잔의 여유와 휴식을 만끽한다.
  • ▲ 문수골 계곡의 무명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 문수골 계곡의 무명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용트림하는 듯한 소나무를 지나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 놓인 평평한 바위를 만난다. 이곳에 매일 올라 시를 읊으며 서해를 노래하고 삶을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어 데크 계단을 내려와 오서산 전망 데크에 도착해 서해를 다시 감상한다. 이어서 소나무와 참나무가 번갈아 이어지는 흙길을 내려가다가 좌측으로 하행한다.

    문수골(1.6㎞)와 오서산정상(1.8㎞)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 참나무 군락지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것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피곤한 몸을 단숨에 풀어주는 듯하다.

    오서정과 오서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지나고, 가파르고 거친 돌길과 평탄한 길이 반복해서 이어진다. 해발 460m 지점의 쉼터에서 잠시 휴식하고 내려가는데, 상행할 때 만났던 긴 의자 보수 작업자분들을 다시 만난다.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하행을 이어가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량한 물소리가 지쳐가는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문수골 계곡에 이르러 계곡을 건너지 않고 다시 계곡 산행하여 자그마한 폭포와 접선한다.
  • ▲ 용못.ⓒ진경수 山 애호가
    ▲ 용못.ⓒ진경수 山 애호가
    이후 계곡을 건너 평평한 돌이 깔린 산길이 한동안 이어지는데, 작지 않은 규모의 계곡이 호위하듯 마중한다. 이어 짙은 푸르름을 자랑하는 낙엽송 군락지와 활엽수 지대를 지나면서 임도를 만난다.

    화장실이 설치된 이곳에서 임도의 좌측으로 가면 주차장에 도착하고, 임도를 가로질러 콘크리트 포장길로 이동하면 용못으로 이어진다. 용못을 향해 계곡을 따라 이어진 포장길을 내려가면서 오서산 산등성의 온전한 모습을 몇 번이나 돌아다 본다.

    성연소류지를 지나 등산로 2코스 들머리와 3코스 분기점 날머리가 합류되는 이정표와 오서산 등산로 종합안내도를 만난다. 이곳에서 계곡을 따라 마을 관통하면 넙티로와 만난다.

    횡단보도를 건너 우측 용연교 아래에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수심이 깊어 용이 살았다는 용못을 만난다. 이후 넙티로를 따라 이동해 성연주차장에 도착함으로써 약 10.5㎞의 오서산 은빛 억새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