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仙巖峰과 馬驛峰의 연결점[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 ▲ 신선암봉 상행길에서 바라본 깃대봉.ⓒ진경수 山 애호가
    ▲ 신선암봉 상행길에서 바라본 깃대봉.ⓒ진경수 山 애호가
    깃대봉(해발 835m)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의 마역봉(馬驛峰, 927m)과 신선암봉(神仙巖峰, 해발 937m)을 잇는 연결점에 뾰족하게 우뚝 솟은 산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원풍로에서 새터교를 건너 새터마을(한섬지기)을 통과하여 중원대로의 수옥정2교 아래 주차하면 된다. 주차장 부근에 간이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다.

    이번 산행은 ‘새터마을 주차장~용성골펜션~말용초폭포~제1갈림길~제2갈림길~제1전망대~제2전망대~깃대봉~책꽂이바위~제2갈림길~원점회귀’ 코스다.
  • ▲ 말용초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 말용초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새터마을 주차장을 출발하여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용성골펜션으로 용성골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용성골펜션 주차장 입구에서 멀리 보이는 깃대봉을 조망하고, 주차장 가로질러 정자쉼터로 간다.

    정자쉼터 옆 소나무 군락지와 간이 화장실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간다. 계곡을 건너 자그마한 밭 옆을 지나 싱그러운 청록의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이명현상처럼 들리는 매미의 울음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용성골펜션에서 등산로를 따라 약 0.4㎞을 이동하면 말용초폭포를 만난다. 이 폭포는 말용초(馬鎔草)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말용’은 말의 다리가 흘러내리는 물을 의미하고, ‘초’는 초목이 자라는 물의 의미한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길고 가늘게 흐른다.
  • ▲ 너른 반석이 깔린 계곡 길.ⓒ진경수 山 애호가
    ▲ 너른 반석이 깔린 계곡 길.ⓒ진경수 山 애호가
    아름다운 계곡 속에 자리하고 있는 말용초폭포 좌측으로 난 등산로를 오르면서 ‘새터 암벽장’이라는 표지판을 지나 말용초폭포 상부의 계곡을 건너 이동한다.

    소나무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청록의 숲속으로 완만한 등산로를 걷다가 계곡을 건너서 숲길을 다시 걷는다. 이처럼 숲길과 계곡이 반복되는 길을 수차례 거쳐 이동한다. 

    등산로는 완만하지만, 온·습도가 매우 높은 날씨에 후덥지근하여 땀을 주체할 수 없이 흘린다. 산행 도중에 간간이 휴식을 취하며 지친 몸을 달래고, 생명수로 수분을 보충하며 천천히 산을 오른다.

    한섬지기로부터 1.7㎞ 지점에서 깃대봉과 신선암봉의 제1갈림길을 만난다. 이후 계곡을 건너 숲길을 이동하다가 마지막으로 만나는 너른 반석이 깔린 계곡에서는 그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른다.
  • ▲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령산 방향의 백두대간.ⓒ진경수 山 애호가
    ▲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령산 방향의 백두대간.ⓒ진경수 山 애호가
    계곡 길에서 다시 숲길을 이동하여 제1갈림길으로부터 0.3㎞ 떨어진 거리에서 전망대와 깃대봉의 제2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1.5㎞ 떨어진 전망대를 거쳐 깃대봉을 오르기로 한다.

    이곳부터는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한다. 등산로가 가팔라지면서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밧줄을 잡고 오른다. 한바탕 땀을 쏟고 잠시 숨을 고르며 울창한 참나무 숲의 비탈을 걷는다.

    산비탈을 돌아가면 다시 소나무 숲이 우거진 가파른 능선을 오른다. 이어 점점 굵직한 바위들이 안내하는 길을 오르니, 조망바위가 있는 제1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푸른 하늘과 구름이 가득한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무대를 배경으로 조령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을 조망한다.
  • ▲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선봉 방향의 산등성.ⓒ진경수 山 애호가
    ▲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선봉 방향의 산등성.ⓒ진경수 山 애호가
    다시 암릉 구간을 오르는데, E.T. 얼굴을 닮은 바위를 지나고 임반길 한가운데에서 가지를 양쪽으로 뻗은 소나무를 만난다. 암반을 거쳐 지나간 소나무 가지가 등산객의 발길에 짓밟혀 헐어 있어 미안한 마음에 밟지 않고 건너뛴다.

    암릉 구간은 흙길로 바뀌고 집채만 한 바위를 만나 좌측으로 내려가면서 우회하여 진행한다. 밧줄을 잡고 다시 암벽을 오르면 제2전망대인 전망 바위에 이른다.

    이 바위 위에는 품위 있는 소나무가 참선하듯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망 바위에 올라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자연 배경으로 북쪽에는 연어봉·신선봉·마역봉의 산등성, 남쪽에는 조령산의 백두대간 산등성이 굴곡진 선을 그린다.
  • ▲ 깃대봉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 깃대봉 고스락.ⓒ진경수 山 애호가
    전망 바위에서 내려와 안부로 내려가는 도중에 고사 직전의 소나무를 만나, 그를 안고 세파를 잘 견디며 지금껏 살아 준 것에 감사하며, 조금만 더 살아달라고 마음을 전한다. 마치 극락세계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는 뵌 느낌이다.

    안부에 도착하여 허리를 곧추세운 깃대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마사길이라 미끄럼에 주의해서 오른다. 활엽수 숲속 산비탈에서 바위를 얇게 썰어놓은 듯한 편평한 구들장 바위를 만나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잦아들게 한다.

    이어 매우 가파른 암반에 설치된 밧줄을 잡고 오른 후, 참나무 숲이 우거진 능선 비탈을 돌아가자 한섬지기와 휴양림매표소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0.1㎞를 종아리가 뻐근하도록 더 오르면 깃대봉 고스락에 도착한다.
  • ▲ 하행하면서 바라본 깃대봉 옆모습.ⓒ진경수 山 애호가
    ▲ 하행하면서 바라본 깃대봉 옆모습.ⓒ진경수 山 애호가
    깃대봉 고스락은 사방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이 없다. 이곳에서 조령3관문까지는 0.9㎞로 지척이고, 신선암봉까지는 3.5㎞, 한섬지기까지 3.6㎞이다. 뜨거운 날 한발씩 내딛는 노력으로 오른 고스락에서 보람을 느낀다.

    올라온 방향으로 0.1㎞를 하행하여 만난 갈림길에서 한섬기지 방향으로 하산한다. 마사가 깔린 급경사 지형에 설치된 밧줄의 도움으로 하행한 후 평탄한 참나무 숲길을 걷다가 좌측 조망 바위로 가서 백두대간 산등성을 감상한다.

    이어 매우 가파른 경사를 밧줄을 잡고 내려간 후 평탄한 소나무 숲길을 걷다가 떠나는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고사목과 깃대봉을 이루는 바위가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낸다. 눈높이로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 ▲ 하산길에 만난 책꽂이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 하산길에 만난 책꽂이 바위.ⓒ진경수 山 애호가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면서 잘게 쪼개진 바위가 마치 책꽂이에 꽂힌 책과 같다. 얼른 꺼내어 이 바위의 일대기를 알아보고 싶다. 이 바위 끝자락엔 틈새를 파고들어 생명을 이어가는 소나무가 함께 한다.

    깃대봉 5지점 안내판을 지나면서 암릉 구간을 하행한다. 바윗길을 이리저리 건너며 징검다리 건너듯 하고, 가파른 암반 길을 만나 매달린 밧줄을 잡고 안전하게 하행한다.

    암반 길의 가파른 지형을 그대로 이어받는 마사가 깔린 등산로를 천천히 안전하게 하행한다. 가파른 길도 제2갈림길을 눈앞 두고 그 기세가 한풀 꺾이며 완만하게 바뀐다.

    귓전을 때리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지친 몸을 달래주고, 짧은 삶을 사는 자기를 한 번쯤 생각해 달라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래, 매미야,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짧은 삶에 최선을 다하는 너의 충실함과 사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너의 정직함을 배우련다.
  • ▲ 말다리처럼 흘러내리는 말용초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 말다리처럼 흘러내리는 말용초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제2갈림길을 지나 약 0.5㎞을 하행하면 제1갈림길을 지나고, 이후 약 0.5㎞를 더 하행하면 약 3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길고 가는 물줄기의 말용초폭포를 만난다. 말용초의 맑은 물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선사한다.

    말용초는 바위소의 길이가 5m, 너비 1m, 깊이 2m에 이르며, 폭폭수는 약 100m의 반석을 타고 흘러내리며 많은 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인적이 없는 말용초폭포에서 오롯이 나 홀로 독차지한다.

    푸른 물과 노송, 반석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부신 계곡물의 노래를 들으며 하행하여 계류를 건너 용성골주차장을 지난다. 그 이후 청류가 흐르는 물길을 따라 콘크리트 길을 하염없이 내려가 주차장에 도착해 한여름 약 6㎞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