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경찰서, 75년 유령 무적자 할머니 호적 찾아줘 ‘귀감’
  • ▲ 충주경찰서 박창호 서장이 직원들과 함께 A할머니 사연을 청취하면서 지원방안과 호적 찾기를 지시하고 있다.ⓒ충주경찰서
    ▲ 충주경찰서 박창호 서장이 직원들과 함께 A할머니 사연을 청취하면서 지원방안과 호적 찾기를 지시하고 있다.ⓒ충주경찰서
    충북 충주경찰서가 지난 75년간 호적 없이 살아온 70대 할머니에게 호적을 만들어 준 사연이 알려져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9일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수확기를 맞아 최근 충주 농촌에서 발생한 30여건(총 380만원 상당)의 농산물 절도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A 할머니(75)를 용의자로 붙잡았다.

    그러나 경찰은 CCTV분석을 통해 A 할머니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조사에 들어갔으나 등록 지문이 없는 무적자로 밝혀져 깜짝 놀랐다.

    A 할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12살 때 부모를 잃은 후 혼자 살아왔고, 식모살이와 식당일 등으로 지내오다 노령이 되면서 충주시 주덕읍 한 여인숙에 기거하며 산나물을 채취해 시장에 내다 팔면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해 왔다”고 진술했다.

    이런 중에 할머니는 “여인숙 월세 15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농작물에 손을 댔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받은 박창호 서장은 할머니를 구속하기 보다는 불구속 송치를 지시했다. 이어 A 할머니의 호적을 찾아 줄 것도 주문했다.

    경찰은 A 할머니 휴대전화를 마련해 준 데 이어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할머니의 호적을 찾아주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경찰의 도움으로 이 할머니는 관할 동사무소에 긴급 복지서비스를 신청해 정기적으로 쌀과 마스크를 받게됐으며, 가족관계등록부 결정만 나오면 평생 없던 호적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비와 함께 안정적인 주거도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창호 서장은 “생계를 위해 부득이 범죄를 저질렀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호적도 없이 떠난다는 사실이 무척 슬프게 느껴졌다”며 “늦게나마 할머니에게 인생의 황혼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릴 수 있어 매우 보람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