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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산은 ‘충북의 정원’이다.
미동산은 사시사철 번갈아 얼굴을 바꾸는 꽃과 다양한 모양의 옷을 갈아입는 수목들로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다.
산림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목 숲이 이제는 잘 가꿔진 꽃과 정원, 다양한 수종에 등산 길까지 갖춘 충북의 대표 정원이 됐다.
철마다 이곳을 오다보니 이제는 모든 길이 익숙해졌다. 사람 소리에 놀라 푸드덕 날아가는 새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다. 길섶에서 만나는 다람쥐들이 인기척에 놀라 황급히 도망가는 모양도 낯설지 않다.
미동산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수목원길 51 일원 약 250㏊의 면적에 조성돼 있고 인근 운암리, 금관리의 높은 산들이 에워싸고 있다.
1996년에 처음 개설된 미동산은 1998년 청주종묘장이 이곳으로 이전해 자리를 잡은 뒤 임도와 등산로를 추가하면서 방문객들이 다시 오게 만들었다.
등산을 위해, 가벼운 휴식을 위해,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의 성화에 따라갈 때도 있지만 후회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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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산 등산로는 ‘해오름길’과 ‘해아람길’, ‘톳나무숲길’ 등 세 갈레의 길이 있다.
해오름길은 미동산 수목원 일대를 가장 멀리 둘러싸고 있는 등산로다.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
등산로 전체 길이는 약 8.6㎞에 이른다.
충북산림환경연구소는 두 시간 반이면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초심자에게는 무리다. 많게는 한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한다.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 전망대 안내판 2개, 관측용 망원경 2개, 포토존 1개를 설치해 놔 제법 불편을 많이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정상은 약 557.5m로 미동산 쉼터, 이동식 화장실이 있다.
간혹 출몰하는 고라니에 놀랄 수도 있다. 고라니 정원도 만들어 놓았는데 사람에 놀란 짐승들이 후다닥 뛰면 벌써 건너편 산기슭에 다다른다. 군데군데에는 멧돼지가 파 놓은 구덩이가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햇볕을 가리는 나무가 적어 별로였다.
등산로 초입과 중간에는 그럭저럭 참나무들이 줄 지어 서 쉼터를 만들어줬지만 전망대를 지나면서는 키 큰 나무가 없어 등 뒤에 따가운 햇살을 그대로 받아야 했다.
올라가면서 참나무와 소나무가 번갈아 가며 뿜어대는 피톤치드가 청량제의 역할을 했다면 내려갈 때는 무릎과 엉덩방아를 걱정해야 했다.
이제는 제법 큰 나무들이 그런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 조금만 더 크면 여느 유명 등산길 못잖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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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아람길은 미동산 수목원 조성을 위해 임도로 만들어 썼던 길이다.
임도의 길이는 약 8㎞에 이른다. 길이 널찍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걷기 좋은 길이다.
비교적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코스다. 처음 와보는 사람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정문에서 출발해 고라니쉼터~미동산쉼터~은방울쉼터~방문자센터로 내려오면 된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오를 수도 있어 전에는 간혹 동호인들의 자전거 행렬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폐쇄됐다.
하지만 지루한 코스이기도 하다. 한참을 오르다 제법 산언덕에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길이 또 이어진다.
임도로 처음 조성한 까닭에 깎아내린 작은 비탈들은 등산객에게 걱정도 안긴다. 여름철 장마가 지면 속살 드러난 산허리의 흙들이 쏟아져 내릴까 해서다.
자동차를 정문 주차장에 주차하고 2시간을 돌아 제자리로 오는 순환로여서 그다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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톳나무 숲길은 수목원을 가로질러 정원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길이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탐방로로 약 3.5㎞에 이른다.
적어도 한 시간 반은 잡아야 하고, 겨울에는 더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어쩌면 다른 등산로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미동산의 수많은 초목들을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한정 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가벼운 마음과 차림을 허락하는 길이다.
이곳은 산림박물관과 같은 전시시설, 목재문화체험장 등의 체험시설, 수목전문원이 들어서 있다.
방문 코스는 유전자보존원~목재문화체험장~산림환경생태관~습지원~잔디광장~녹색나눔숲~열린마음나눔길~산림박물관~중앙광장~방문자센터로 내려오는 길이다.
가을 톳나무길을 따라가 봤다.
가을 산행의 묘미가 크지는 않지만 지금껏 지나쳤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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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떠받치고 있는 굵은 메타세콰이어 숲은 보기만 해도 듬직하다. 충북산림환경연구소가 메타세콰이어를 안아보라고 목재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까칠까칠한 겉껍질을 통해 말을 전해온다. ‘겨울이 온다’고 아니 ‘가을이 간다’고.
메타세콰이어도 겨울보다는 가을을 부여잡고 싶은 모양이다.
메타세콰이어 숲 건너편 호수에서는 분수의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방문객들에게 힘찼던 여름을 기억하게 하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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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아쉬움의 계절임이 틀림없다.
이 아쉬움을 잡으려 많은 산행객들이 내려온다. 작은 호수에 내려온 가을 감상에 빠진 등산객들도 눈에 들어온다.
습지원에서는 이미 가을 준비를 마친 듯하다. 갈색의 잎을 내리고 갈대와 부들은 물속으로 들어갔다.
겨울 준비를 하지 못한 풀벌레들이 한 낮의 온기를 느끼려는지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갈대와 부들도 마지막 가을 햇살을 즐기려는지 몇몇은 팔을 들고 있다.
여전히 아름답고 황홀한 순간이다. 그 가운데 나도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