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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대전을지대학교병원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혹시 내가’ 또는 ‘혹시 나도’라는 생각에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기 쉽다.
조금이라도 ‘유사증상’이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마른기침이 나고 미열도 있는 거 같기도 해요. 나와 만나고 부딪치고 어느 공간에든 함께 있는 사람들이 감염자일 수 있을 것 같고, 손을 씻어도 손잡이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두렵네요.”
“미열이 조금 있었는데 순간 확 무서워지면서 ‘만약 내가 감염이 되면 오늘 나랑 접촉한 사람들도 모두 밀접접촉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상임신처럼, 상상코로나 같아요. 소식 접할 때마다 목이 칼칼하고 기침도 나는 것 같고 머리도 아프고… 안 아프던 몸이 괜히 아픈 것만 같아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크게 확산하면서 아주 조금의 기침이나 열감에도 혹시 본인이 감염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이런 걱정 탓에 타인을 만나는 것조차 피하며 걷잡을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아울러 △주변 지인이 자가격리 중이거나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처에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섰지만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거나 △생필품이나 식재료들을 대량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 텅 빈 상품진열대를 보게 되는 등 관련 상황과 직접적으로 마주할 경우 그 공포감은 더욱 높아진다.
공포증, 일명 ‘포비아(phobia)’는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국한돼 발생하는 공포를 특징으로 한다. 또 건강염려증은 질병이나 장애 정보에 집착해 모든 증상을 자신에게 대입시켜 다가올 질병이나 장애를 걱정하며 정신적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 공포증 및 건강염려증을 진단하는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이번 코로나19 감염 확산 시점에 맞춰 갑자기 발생한 공포증 및 건강염려증은 일시적인 반응일 가능성이 더 높다.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는 “통상 공포증이나 건강염려증은 발생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돼야 하고, 다른 진단이나 환경적 상황을 배제해야 진단이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누구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충분히 위험과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불안의 정도가 과도하게 심하거나 이러한 감염 위험이 감소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불안과 공포가 지속된다면 이는 좀 더 정밀한 정신건강의학적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막연한 불안과 공포로부터 헤어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출처 및 근거 없는 정보(소문)보다 정확한 정보와 과학적인 지식에 근거해 차분하고 안정되게 현 사태를 이해하고 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믿을만한 소식은 기본적으로 공공기관 혹은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얻는 것이 좋다.
또 내 자리(역할)에서 감염방지 및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감염 공포로 인해 더욱 고립되고 움츠러들 수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공식적인 발표와 원칙, 준수사항들을 기민하게 받아들이고 따를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윤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사회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겪고 있는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고 함께 헤쳐 나아가야 함을 잊지 말 것”을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