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이임식서 “검찰·언론·정치권, 하명수사 오명 뒤집어씌우려 해”
  • ▲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이 31일 대전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대전지방경찰청
    ▲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이 31일 대전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대전지방경찰청
    지난해 12월 대전경찰청장으로 취임한 황운하 청장이 1년 1개월 만에 대전청을 떠나면서 검찰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황 전 청장은 지난해 치러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수사와 관련, 2019년 하반기 대전은 물론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이임사에서 검찰 조사를 앞두고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전 청장은 이임사에서 “지나온 경찰인생은 불의한 권력과 맞서 싸워 온 투쟁과 그 대가로 주어진 수난의 길로 점철돼 있다고 표현돼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때로는 검찰과, 때로는 언론과, 때로는 조직내부의 상사들과 또 잘못된 관행과의 의로운 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권력에 중립적이지 못한 경찰수뇌부를 향해 직을 걸고 비판해 왔다. 그런 저에게 검찰과 일부 언론 그리고 일부 정치권에서 하명수사니 선거개입 수사니 하며 오명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황 전 청장은 지난해 초 울산지방경찰청장 재임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수사와 관련, “토착비리와 권력형 부패비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정당한 수사 활동을 진행했던 경찰관들이 죄인처럼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는 어이없는 반 법치주의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찰수사에 저주의 굿판을 펼치듯 선거개입 운운하며 거짓 프레임으로 저와 저를 도와 비리수사에 매진해 왔던 경찰관들에게 견디기 힘든 모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죗값을 치러야 할 부패비리 혐의자들은 되레 큰 소리치고 있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황 전 청장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이 돼버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하기 때문이다. 기소기관이 수사 권한마저 행사한다면 온 도시는 공포에 떨게 될 것이라는 200년 전 프랑스 어느 선각자의 경고는 현실이 돼 지금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검찰을 직접 겨냥 비판했다. 

    황 전 청장은 “검찰이 견제 받지 않는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중립성과 독립성을 방패삼아 얼마든지 나라를 뒤흔드는 독자적인 권력집단이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뼈저리게 학습하고 있다. 무오류의 착각과 오만에 빠진 검찰이 자신만의 잣대로 의혹을 상상하고 그 의혹에 기반해 선택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머릿속에 미리 그려놓은 사건의 틀에 짜 맞추기 수사를 하는 수사권 남용을 해도 아무도 검찰을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리가 피눈물로 지켜 온 민주주의는 파괴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검찰파쇼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수개월의 논란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수개월 동안 국민들은 분열됐고 평온한 일상에 대한 불안은 커졌는데 그 중심에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목소리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두유 히어 더 피플 싱’처럼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는 거대한 함성이 돼가고 있다. 기소기관인 검찰이 수사권까지 행사하는 낡은 체제가 사라지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형사사법제도의 민주화가 이뤄지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공수처 법안의 국회통과는 낡은 검찰제도 붕괴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초 김기현 전 울산시장 조사와 관련, 검찰 조사가 예상되는 그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 중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대전청 직원들에게 전했다.

    한편, 경찰대 1기로 울산경찰청장을 역임한 황 전 청장은 경찰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