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미래 기둥·들보 세우고 품격 갖춘 도시 육성”
  • 한범덕 청주시장.ⓒ청주시
    ▲ 한범덕 청주시장.ⓒ청주시
    존경하는 청주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청주시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충북 청주에서 나고 자란 반칠환 시인의 시(‘새해 첫 기적’)처럼, 저마다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여건과 환경에도 모두 각자의 보폭으로 기해년을 보내고 2020년 한날한시에 경자년 새해를 함께 맞았습니다.

    항상 바라는 일이지만 올해는 특히, 시민 여러분 모두의 매일이 기적과 같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웃는 청주’를 만들겠다는 뜨거운 포부를 품고 임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습니다. 날수로는 550일째, 달수로는 19개월째, 햇수로는 벌써 3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550일을 거슬러 올라가 시정목표를 정하던 그때를 되돌아봅니다. 단순하고도 자명해 보이는 그 목표가 얼마나 이루기가 어려운 일인지 새삼 겁이 덜컥 났습니다.

    ‘함께’도 어렵고 ‘웃는’도 어렵지만, ‘함께 웃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 다시 청주시의 역할을 생각해봅니다.

    누군가는 지금이 리더도, 현자도, 영웅도 없는 3무(無)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것이 특별한 개인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는 단호히 이제 그 역할은 시민 모두의 몫이 되었다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능력껏 내딛는 모든 걸음이 우리 사회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라는 협치기구를 통해 현명한 답변을 끌어내는 현자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민 모두의 삶이 안정되게 빛날 수 있도록 청주라는 집을 탄탄하게 지어보려고 합니다. 섬돌은 불리한 조건을 가진 분들을 위해 도약의 발판이 돼줄 것입니다. 기단과 주춧돌은 천년이 지나도 흔들림이 없도록 안전한 집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20년 뒤, 100년 뒤 미래를 멀리 보고 설계할 수 있도록 기둥과 들보도 튼튼하게 세우겠습니다. 

    섬돌과 주춧돌, 기둥과 들보와 서까래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안방과 건넌방, 대청마루와 누마루가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복지, 경제, 안전, 문화 등등 시정의 곳곳이 진짜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목표와 같은 의미입니다. 청주가 우아한 품격을 갖춘 깨어있는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민들의 걱정과 한숨 그리고 요구를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걱정들이 서로 상반된 정책을 필요로 하곤 합니다. 내 집 가진 사람의 집 값 하락 걱정과 집 한 채 마련이 목표인 사람의 집 값 상승 걱정, 지역경제에 기여하기 위한 안정적인 경영환경 마련이라는 목표와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가질 권리, 땅의 값어치를 올리는 일과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나눠 가지는 것과 공평한 출발선을 만들기 위해 부족함을 채워 주는 것, 출퇴근길 교통체증 걱정과 걷기 좋은 안전한 환경에 대한 요구 각자가 처한 환경과 삶의 조건에 따라 상반되는 고민이 대립하는 때, 그때부터 청주시의 고민은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다 나은 정책적 대안을 찾아야 하며, 옳은 방향을 찾기 위해 대화하고 논쟁해야 합니다.

    값어치를 생각하기에 앞서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좋은 것을 좇기보다는 옳은 것을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올해에도 과정에 투자하는 시간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다시,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청주의 근원적 고민에 대한 답으로 다음의 3가지 원칙을 다시 세우겠다는 각오를 들려드립니다. 

    3무(無), 불안과 불편, 불쾌함이 없는 도시가 되게 하겠습니다.

    민선7기 출범부터 계속 강조해 오는 대로 시정의 첫 번째 목표는 안전한 도시입니다. 재난안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지하안전 체계 확립, 사람중심의 도로환경 개선, 범죄예방 환경설계 등을 통해 자연재해와 사회재난, 범죄로 인한 불안이 없게 하겠습니다.

    노동현장의 안전문제도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2018년 12월, 홀로 석탄운반용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벨트에 끼어 사망한 24살 청년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에야 우리는 매일 3명의 김용균이 산업재해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역할과 한계에도 올해는 산업재해 문제와 관련해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환경현안은 불편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미세먼지는 심각한 안전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교통은 불편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분야입니다. 대중교통 활성화협의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준공영제, 시내버스 노선개편도 원만히 시행되도록 하겠습니다.

    대중교통 체계의 완비와 더불어 청주는 걸으며 즐기는 도시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도심 내에서는 차를 가지고 이동하는 것보다 대중교통과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편해지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트램의 도입도 서둘러 검토하겠습니다. 움직임이 편치 않은 어르신 등 이동약자의 불편을 없애도록 모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불쾌함은 자원의 순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자원선순환의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쓸 만큼만 깨끗하게 사용하고 다시 쓸 것과 버릴 것을 제대로 분류하는 일은 시민 여러분께서 같이 해주셔야 합니다. 나머지 고민은 청주시가 하겠습니다.

    분류체계를 제대로 만들어 시민 여러분께 정확히 알리는 일, 다시 쓸 것을 잘 수집하고 올바르게 순환시키는 일, 지구의 정화능력에 맞추어 묻을 것과 태울 것을 구분하여 처리하는 일은 시간이 들더라도 꼼꼼히 고민하고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

    3생(生), 지역경제와 원도심, 전통의 가치가 살아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일 할 맛이 나게 하겠습니다. 땀 흘려 모은 가계소득은 청주페이를 통해 지역 내에서 소비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리하여 노동자,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역의 모든 경제주체가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살 맛 나는 지역경제를 일구겠습니다.

    재생의 원칙은 언제나 사람중심입니다. 쭉 뻗은 도로보다 구불구불 마을길이 돋보이도록, 도시공간에 사람의 숨결을 더하겠습니다. 역사와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재생의 원칙하에 우암동, 내덕동, 운천·신봉동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1500년 고도의 정체성이 청주의 문화에 고스란히 스며들 수 있도록 역사자원을 가치 있게 쓰겠습니다. 

    3편(便), 육아와 여가활동, 창업이 어느 도시보다도 편하게 하겠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 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기쁨이고, 해이고, 노래라는 사실을 아이를 키워본 부모님들이라면 다들 아시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낳는 두려움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도록, 그것이 얼마나 감동적인 축복인지 알 수 있도록 청주가 함께 돌보겠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물론 공동육아나눔터와 다함께 돌봄센터를 곳곳에 설치해 그렇게 정말 노랫말처럼,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창업은 청주의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오창과 테크노폴리스의 IT, 오송의 BT 산업이 나날이 성장해 국가경제의 중추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이런 좋은 여건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미래를 위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규제와 걸림돌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청년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올해 청주시는 ‘청주시선’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정확히 듣고자 합니다.

    시민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간혁신의 실험도 계속합니다. 시청 본관 3층의 비채나움으로부터 시작된 공간혁신은 올해 완공될 흥덕구청사로, 국제설계 공모가 진행될 청주시청사로 이어집니다.

    공간의 변화는 새로운 행정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외부는 높은 문턱이, 내부는 칸막이가 단절시켰던 폐쇄적인 환경으로부터, 시민들 누구나 함께 어울려 즐기고 직원 모두가 함께 정책을 만들어내는 열린 청사로 변화할 것입니다.

    독선과 권위적 행정의 시대에서 상생과 협치 행정의 시대로의 변화를 통해 시민중심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습니다.

    올해도 물론 대단하고 거창한 성과를 바라고 뛰지 않겠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수식되는 도시는 원하지 않습니다. 아이와 부모, 노동자와 기업인과 소상공인, 선생님과 학생, 청년과 어르신, 도시와 농촌 사람 그 모든 청주의 구성원들의 삶터가 우아한 품격을 갖추기를 꿈꾸겠습니다. 저는 언제나 청주시민 편에 서겠습니다.

    경자년 새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의미 그대로 시민 모두가 진정으로 ‘더불어 함께 웃는’ 기적이 일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안녕하시기를 바라봅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