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한 회맛에 미식가 문전성시…칼국수·소머리국밥·순대국밥 등 먹거리 즐비
  • ▲ 서천수산물특화시장 입구.ⓒ박근주 기자
    ▲ 서천수산물특화시장 입구.ⓒ박근주 기자

    충남 ‘서천특화시장(서천군 서천읍 충절로 42)’은 활력이 넘친다.

    젊은이가 돌아오고 나이 드신 노인도 시장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5만6000여 명의 작은 시골 군 단위 지역에 소재한 전통시장 치곤 꽤나 잘 나간다는 느낌이다.

    서천특화시장 신동일 상인회장은 이런 느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서천의 자연환경, 서천에서 잡히는 어종, 사통팔달 교통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천 금강하구둑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게 만드는 데크 산책길과 철새도래지가 있어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서천의 넓은 개펄에서 잡히는 다양한 어종뿐만 아니라 고기 맛은 미식가들을 불러 모은다.

    미식가들은 바다와 민물이 만나면서 물고기들의 근육이 강해져 맛이 찰지고 쫀득한 느낌이 다른 곳보다 강하다고 한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등 국가 교통망과 연계된 다양한 국도노선은 서천으로의 접근성을 수월하게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서천의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젊은이들이 가업을 이어가며 지역을 지킬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 ▲ 서천특화시장 청년상인 박서정 씨와 어머니 한성숙 씨.ⓒ박근주 기자
    ▲ 서천특화시장 청년상인 박서정 씨와 어머니 한성숙 씨.ⓒ박근주 기자

    서천특화시장에서 부모님의 가업을 잇기로 한 박서정 씨(25)도 이곳의 활력을 믿고 있다.

    박 씨는 “친구들처럼 직장 생활을 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아빠 엄마와 전통시장에서 가업을 잇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뛰어들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손님이 몰려들면 정신이 없다”며 “현재 서천특화시장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보다 조금 나이 든 젊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유는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어서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정오를 막 지났지만, 이미 수산물 코너 상인들은 손님들에게 팔 횟감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평일인데도 손님들이 이 가게 저 가게에 들러 흥정을 하고 있었다.

    장사가 되다보니 웬만한 회사에서 월급쟁이로 고생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매력이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이제 막 오후가 됐지만 부모님 가게인 ‘서천상회’에도 손님들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결혼을 해서도 이곳 전통시장에서 가업을 잇겠다”며 “건어물 가게를 더 넓히고, 디자인을 예쁘게 만들어 인터넷 시장으로도 진출해 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에는 청년기업인으로 선정돼 서천군으로부터 승계 지원금도 받았다.

  • ▲ 40년 인생의 노하우를 아들에게 물려주길 원하는 김용자 씨.ⓒ박근주 기자
    ▲ 40년 인생의 노하우를 아들에게 물려주길 원하는 김용자 씨.ⓒ박근주 기자

    이웃 농산물동에서 ‘믿음 떡사랑’ 가게를 하는 김용자 씨(64)는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주려고 승계 작업을 하고 있다.

    아들은 지역 명문대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던 중 가업을 승계하면 어떻겠냐는 어머니의 제의를 말없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서른일곱의 미혼인 아들은 떡 가게 외에 고추·기름 방앗간 일을 하며 일을 배우고 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하던 일을 보고 거들며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을 것이라고 부모님들은 생각한다.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려고 했던 배경에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인 듯 했다.

    바로 ‘도토리떡’.

    도토리 떡은 특유의 쫄깃한 식감으로 가을이 되면 시장 고객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특히, 도토리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손님들에게 떡과 도토리의 만남에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서천의 ‘모시송편’은 손꼽히는 특산물이다. 농산물동에 들르는 외지 손님들은 빠지지 않고 손에 들고 간다.

    그동안 전통시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아들에게 전수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있다.

  • ▲ 서천특화시장의 성공 교과서로 통하는 허정회 할머니.ⓒ박근주 기자
    ▲ 서천특화시장의 성공 교과서로 통하는 허정회 할머니.ⓒ박근주 기자

    올해 84세의 허정희 할머니는 현대상회를 하면서 4남매를 잘 키워낸 ‘시장의 모범’ 상인으로 꼽힌다.

    큰 아들은 교사로, 작은 아들은 치과의사로, 막내아들은 사업가로 키워냈다. 딸 역시 좋은 사위를 만나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허 할머니는 전통시장의 살아있는 ‘성공 교과서’로도 불린다.

    허 할머니는 “좋은 제품을 들여와 마진을 조금만 남기고 팔면 된다”며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남을 속이면 당장 돈은 될 줄 모르지만 나중에는 손님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신뢰를 잃으면 사업은 망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40년 성공 비법을 살짝 털어놨다.

    수산물 시장에 먹거리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먹거리동’에서는 또 다른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 ▲ 한마당 식당 주인 이복례 씨가 건강에 좋은 호박 칼국수를 들어보이고 있다.ⓒ박근주 기자
    ▲ 한마당 식당 주인 이복례 씨가 건강에 좋은 호박 칼국수를 들어보이고 있다.ⓒ박근주 기자

    이곳에서는 칼국수와 소머리국밥, 순대국밥을 만날 수 있다. 수산물 못잖게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한마당’ 식당을 운영하는 이복례 씨(60)는 “호박칼국수는 우리 먹거리동에 오셔야만 드실 수 있는 별미고, 순대나 소머리국밥도 서천 관광을 하시고 나면 꼭 찾는 메뉴에 속한다”며 “특히, 소머리 국은 다른 데서 사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이 지역을 찾는 분들에게 깊은 맛을 느끼고 오래오래 기억되도록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드시고 간 분들이 인터넷에 올려주기도 해 홍보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활기에 찬 서천특화시장은 요즘 축제 분위기다. 

  • ▲ 서천특화시장 신동일 상인회장이 새로운 계획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박근주 기자
    ▲ 서천특화시장 신동일 상인회장이 새로운 계획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박근주 기자

    올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지역선도형시장’사업 대상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요소를 가미하고, 지역의 뛰어난 자연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신동일 서천특화시장 상인회장은 “지역의 특성도 살릴 겸 먹거리동에 이 지역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며 “상인회에서 의견을 들어 다양한 발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