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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한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UN 사무총장’이 됐다고 했을 때 온 국민이 그를 자랑스러워 했다. 그저 TV에 나오는 그의 모습과 그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만 봐도 “우리나라에 저런 훌륭한 인물이 있구나”하며 우리 국민들에게 크게 호감을 샀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그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는 소식에 온 국민의 관심이 그에게 쏠려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지역 새누리당 관련 인사들의 탈당 도미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지역정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역의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일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그의 대권행보에 동참하기로 하는 등을 공식화 하면서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의 대거 이동이 초읽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충주시당협 위원장)은 3일 당내 신년모임을 가진 뒤 충주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충주 출신이고 충주시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반 전 총장이 대선출마를 하면 함께 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신당을 창당할지, 아닐 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반 전 총장을 따라 탈당도 고려하고 있다”고 앞으로 자신의 거취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도내 경대수·박덕흠·권석창 의원도 같은 뜻”이라고 전하면서 “새누리가 분당된 상황에서 끝까지 보수가 하나 되는 노력을 계속 하길 바라지만 하나가 되지 않더라도 연대 방안을 찾고 반 총장이 어떤 당을 선택하든 함께 할 생각”이라고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조길형 충주시장도 반 전 총장과 동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의원과 조 시장이 반 전 총장 대열에 합류할 경우 도의원, 시의원 등은 물론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대거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정가와 반기문 측 인사 등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와 신당 창당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창당 준비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며 이미 신당 창당에 따른 법적 구성 요건을 갖추기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입국하면 사무실을 서울 마포에 두고, 창당에 필요한 창당발기인대회를 위해 200명 이상의 발기인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창당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많은 인사들이 발기인에 합류할 뜻을 밝히고 있다”며 “탄핵 정국 일정상 빨라질 대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해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사무총장 공관을 나오기에 앞서 취재진들을 만나 “12일 오후 5시 반께 아시아나 비행기 편으로 귀국하려 한다”고 밝혔는데, 정치 행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어떤 세력과 함께 정치를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아직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서울 가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한 뒤에 적당한 계기에 결정하겠다”고 답을 흐렸다.
이어진 ‘제3지대 출마설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았느냐’는 질문에도 “지금은 대답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반 전 총장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보도와 ‘스웨덴 정치 모델을 추구한다’는 등의 보도에 대해서도 “나는 그런 얘기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차기 대통령의 적임자임을 은근히 시사했다.
그는 ‘정치권의 넓은 연대나 화합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가급적 광범위한 사람, 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우리나라에 어려움이 온 것은 대화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정치를 할 경우 광범위한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편 안희정 충남지사는 4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해 “10년 동안 남북분단과 아시아 지역의 긴장에 대해서 무슨 역할을 했느냐”고 칼끝을 겨눴다.
안 지사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같이 따져 물은 뒤 “노무현 정부와 우리 국민들이 반 전 총장을 그렇게 응원해준 이유는 분단된 국가 내에서 유엔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는 요구도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그런 측면에서 난 그분이 하려는 정책적 비전과 나라를 이끌겠다고 하는 철학이 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 전 총장을 비난했다.
그는 반 전 총장 등을 둘러싼 개헌을 통해 정계개편론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통령 선거를 몇 개월 남겨놓고 개헌을 가지고서 ‘이리 모여라 저리 모여라’하는 것은 도대체 개헌을 하겠다는 분들인지 대통령 선거에 관심 있다는 분들인지 분명히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개헌에 관심이 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당장 치르는 데 판을 흔들고자 하는 행동들일 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처럼 안 지사가 반 전 총장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뻔할 듯 싶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와 정당한 도전과 대응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 지사도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자신의 강인함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기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대권주자라면 적어도 권력의지가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또한 도덕성과 용병술 등 여타 많은 능력도 갖춰야 하는 것도 필수다.
그러나 특히 필요한 것은 오욕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