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전문가 앞세운 무모한 해외투자유치 활동·치적 쌓기 용 이벤트로 행정력 낭비
  • ▲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지난 5월 이란을 방문해 로만연구소와 줄기세포 공동연구를 위한 MOU를 맺었다.ⓒ충북도
    ▲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지난 5월 이란을 방문해 로만연구소와 줄기세포 공동연구를 위한 MOU를 맺었다.ⓒ충북도

    ‘황금알’로 불리던 2조원대의 이란 투자유치 포기를 선언한 충북도의 연말은 우울하다 못해 참담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제 우등생’으로 포장한 10대 도정 성과를 발표했지만 ‘이란 투자유치 포기 선언’에 모든 성과는 가려졌고 사업을 추진하던 전상헌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실망과 허탈감을 채우기엔 부족했다.

    27일 충북도의회 한 의원은 “우려했던 일들이 연말에 터져 나와 당황스럽다”며 “이쯤 되면 이시종 도지사가 도민에 직접 사과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외 투자유치가 어려운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인력과 조직적인 힘이 필요하다. 이란 투자유치 실패는 명백한 도정 운영의 과오”라고 일갈했다.

    충북경자청과 전상헌 청장이 발표한 이란 투지유치 포기 이유는 미국발 이란 금융제재다. 에둘러 대한항공도 인천~테헤란 직항로 개설을 추진하다가 실패했다고 마치 당연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렇다면 실패의 원인은 미국에 있으니 미국에 가서 따져야 할 웃지 못 할 상황극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투자유치 실패의 주요인은 비전문가들의 투자유치 활동에서 비롯됐다는 개 정설이다. 그렇다보니 사업 대상에 대한 정보력, 국제 금융 흐름에 대한 이해력 등이 전무한 상태에서 추진된 사업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4월 충북도가 이란 투바 전통의학기업이 앞으로 10년간 오송에 20억달러(2조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협약했다며 거창하게 발표 할 당시만 해도 금방이라도 무엇인가 이뤄낸 것처럼 대내외에 포장된 업적을 홍보했다.

    핵심 내용은 이란 투바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오송에 설립하고 신약 제품화 공장 건립, 임상병원 설립, 복제약 생산을 한다는 목표였다.

    때마침 서방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 됐다는 설이 나돌았고 이란의 첫 투자금 200만달러가 곧 송금될 예정이라고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두세 달이 가고 일년이 다 되도록 이란으로부터 한 푼도 들어오지 않자 이시종 지사가 지난 5월 현지로 날아가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고 “투자 확인”을 받아 왔다.

    그 또한 그때뿐, 이란으로부터 어떠한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고 더군다나 이란의 한국 사무소격인 투바코리아는 오송에 입주했지만 월세도 못 내고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것이 알려지며 ‘황금알 이란 머니’에 대한 기대는 ‘모래알’로 변해갔다.

    경자청은 지난달에 실무단을 또 이란에 파견해 사업 파트너를 투바에서 국립연구기관인 ABRII과 테헤란대학교 등이 참여하는 정부지원 사업으로 확대 개편 됐다며 “올해 안에 꼭 투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서한문’ 이라는 특이한 편지 한 장을 받아와서는 마치 확정 공문인양 자랑을 했지만  이미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했다.

    26일 ‘포기’ 발언을 할 때까지도 전 청장은 “이란은 투자 의향이 있는데 미국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식의 변명만 일삼았다.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2년여 동안 ‘2조원 투자유치’를 위한 행적을 돌아보면 뚜렷한 사업대상도 없었고 진행되는 절차도 의문 투성이었다.

    일각에서는 “투바라는 회사가 존재하기는 하느냐”라고 묻기까지 한다.

    이러한 불투명한 사업 추진의 결과는 결국 ‘포기 선언’과 실무책임자인 전 청장의 ‘사표’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모든 투자 유치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해외 투자 유치는 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더 유능한 인력을 배치하고 명확하게 일을 추진해 실패 했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평을 들어야 마땅하다.

    그러한 이유로 이쯤에서 이시종 지사의 대도민 사과가 필요하다. 무모하게 일을 벌여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매달린 애꿎은 경자청 직원들을 혹사시켰으며 도민에게 황금알로 포장된 꿈을 꾸게 한 후 절망감을 안긴 점 등에 대해 말이다.

    사업 실패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토대로 진심어린 반성이 있어야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새해에는 좀 더 유능한 인재를 적소에 배치하고 계획적이며 투명한 일처리로 투자유치 사업을 진행해 이시종 지사가 그토록 염원하는 충북경제 4%의 달성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