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살률 OECD국가 중 ‘1위’…대학, 학생들에 ‘정서적’ 도움줘야
  • ▲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0~2015년까지 한국이 OECD회원국 중에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지목했다.

    전직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공무원, 유명 기업인 그리고 연예인들까지 계속된 자살 소식은 21세기 한국의 암울한 그림자가 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학업성취와 관련한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 대학 캠퍼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9일 오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한 학생이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박사과정 3년차인 한 학생(26)이 연구실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은 평소 학업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시달렸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의 자살사건 대다수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원인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에서는 2011년 4명을 비롯해 올해까지 모두 10명의 학생이 목숨을 버려 더욱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 ▲ 김동식 국장.ⓒ뉴데일리
    ▲ 김동식 국장.ⓒ뉴데일리

    학생들의 자살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음에 따라 KAIST에서는 자살 방지책으로 △스트레스 클리닉 운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 심리검사를 통한 우울증 등의 체크 △전교생 대상 정신건강검진 △상담센터 운영 등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카이스트에서의 잇단 자살은 과도한 경쟁이 원인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쟁에서 밀리기라도 하면 심리적인 상실감을 극복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을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학교 분위기와 고립된 기숙사생활 등이 정서불안은 물론 우울증 등을 야기해 극단적인 선택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KAIST 출신으로 한 연구소에 근무하는 K모씨는 학생들의 자살 원인에 대해 무엇이 문제였는지 분명히 꼬집었다.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지급하는 미친 정책,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 학점 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는 학업부담 가중, 힘든 일이 있어도 그 누구와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사회는 성공이란 목표와 치열한 경쟁이란 현실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에 따라 세계 10위권대 경제규모에 달하고 있는 지금, 한국사회의 괄목할만한 성장의 엔진격인 대학 캠퍼스의 건강을 점검해볼 때가 도래한 것이다.

    먼저 대학이 사회·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능력있는 인력만을 배출하고 공급하는 패러다임에서 과감하게 탈피,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다양한 지도자를 기르는 ‘배움의 공동체’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을 소비자로 혹은 미래의 인력으로만 보는 비지니스적 시각만 가지고는 선진적인 대학문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

    특히 수많은 영재들의 보고인 카이스트 같은 대학들이 기술 주입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덕(德)과 건강한 정신, 그리고 풍요로운 지성을 지닌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도와줘야 할 것이다.

    특히 전공과 연구 경쟁에만 몰두하는 풍토부터 없어져야 하겠다.

    이처럼 잦아지고 있는 대학 캠퍼스 자살현상은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의 적신호로 보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대학들을 예로 들면 학생들이 사회적 인재로서 유능하기를 원하는 동시에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

    정신적 건강은 특별히 물리적 변화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인간 또는 공동체가 다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다.

    우리 대학도 정치적 이념 같은 심각한 주제의 공동체가 아닌 정서적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야 하겠다.

    대학이 학생들의 학업증진과 더불어 정신건강과 관련한 정서적 도움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공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