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자성체 결합한 ‘마그논-광자 하이브리드 칩’ 통해 ‘양자 간섭 실시간 구현’김갑진 교수팀 “양자 스핀트로닉스 새 분야 열고 고효율 양자정보 처리 전환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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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전도 회로 기반 마그논-광자 하이브리드 시스템.ⓒKAIST
KAIST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 연구팀이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niv. of Illinois Urbana-Champaign, UIUC)와 공동연구를 통해, ‘광자-마그논 하이브리드 칩’을 개발해 자성체에서 다중 펄스 간섭 현상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KAIST 물리학과 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팀은 ‘빛’과 ‘자석 내부의 진동(마그논)’이 함께 작동하는 특수한 칩을 개발해 멀리 떨어진 자석 사이에서 신호(위상 정보)를 전송하고, 여러 개의 신호가 서로 간섭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조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이는 자석이 양자 연산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세계 최초의 실험으로, 자성체 기반 양자컴퓨팅 플랫폼 개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자석의 N극과 S극은 원자 내부에 존재하는 전자의 스핀(spin)에서 나오게 되는데, 여러 원자가 모였을 때 나타나는 스핀들의 집단적인 진동 상태를 마그논(magnon)이라고 한다. 마그논은 특히, 정보를 한쪽으로만 전달하는 비상호성(nonreciprocity) 특성을 가질 수 있어, 양자 노이즈 차단을 통한 소형 양자 칩 개발에 응용될 수 있고, 광 및 마이크로파와 동시에 결합할 수 있어 양자 정보를 수십 km 거리로 전송하는 양자 통신 소자로도 응용할 수 있다.특수한 자석 물질인 반강자성체(antiferromagnet)를 이용하면 양자컴퓨터의 작동 주파수를 훨씬 빠른 속도, THz(테라헤르츠) 대역으로 높여서 현재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한계를 뛰어넘는, 복잡한 냉각 장비 없이도 상온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의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그러나 마그논을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팅과 통신 시스템 전반의 구현에 필요한 이 모든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마그논 위상 정보, 즉 마그논의 파동이 언제부터 시작되고 움직이는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 및 측정하고, 그것을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었다. -
- ▲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 물리학과 송무준 박사(오른쪽).ⓒKAIST
김 교수 연구팀은 작은 자석 구슬인 이트륨 철 가넷(Yttrium Iron Garnet, YIG) 2개를 12㎜ 간격으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 구글, IBM 등의 양자컴퓨터에서 사용되는 회로인 초전도 공진기를 설치해 한쪽 자석에 신호(펄스)를 넣어서 다른 자석까지 정보가 잘 전달되는지를 측정했다.그 결과, 수 나노초(ns) 길이의 아주 짧은 하나의 펄스부터 최대 네 개의 마이크로파 펄스를 입력했을 때 그로 인해 생기는 자석 내부의 진동(마그논)이 초전도 회로를 통해 멀리 있는 다른 자석까지 손실 없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고, 여러 펄스 사이에 간섭을 일으켰을 때 각각의 위상 정보를 유지하며 신호가 예측대로 보강 또는 상쇄되는 것(결맞음 간섭 현상)을 실시간 도메인에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나아가 연구팀은 여러 펄스(신호)의 주파수와 이들 간의 시간 간격을 조절해 자석 안에 생기는 마그논의 간섭 패턴을 임의로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전기 신호 입력을 통해 마그논의 양자 상태(위상 정보)를 자유롭게 제어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했다.이번 연구는 양자 정보 처리 분야에서 필수적인 여러 개의 신호(다중 펄스)를 활용한 양자 게이트 연산이 자성체-초전도 회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도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결과는 자성체 기반 양자 소자가 실질적으로 양자컴퓨팅에 활용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상에 없는 기술을 제안하라’는 KAIST 글로벌 특이점 연구사업에 ‘자석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모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시작됐다”며 “그 여정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 연구결과는 양자 스핀트로닉스(quantum spintronics)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의 가능성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고효율 양자정보 처리 장치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물리학과 송무준 박사후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하고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의 이 리(Yi Li) 박사, 발렌틴 노보사드(Valentine Novosad) 박사, 일리노이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UIUC)의 악셀 호프만(Axel Hoffmann) 교수 연구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네이처 출판 그룹이 출간하는 국제 학술지 ‘엔피제이 스핀트로닉스(npj spintronics)’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1일, 4월 17일에 연이어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