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도시락, ‘충주’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다“밥 한 끼에도 품격이”… 도시락 밥·된장국·고추 한 개·무말랭이·김치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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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4일 충주에서 열린 제19회 충북장애인도민체육대회에서 선수단에 제공된 도시락. 밥과 된장국, 고추 1개, 무말랭이, 고추장, 김치가 전부다.ⓒ독자 제공
“밥 한 끼에도 품격이 있다.”충주시가 주최한 제19회 충북장애인도민체육대회에서 터져 나온 ‘부실 도시락’ 논란은 이 말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선수단에 내민 것은 환영과 격려가 아니라, 초라한 도시락 한 상자였다. 경기력의 기본인 식사조차 챙기지 못한 주최 측의 부주의는 장애인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문제는 지난 24일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 불거졌다. 일부 선수단에 제공된 1만2000원짜리 도시락은 밥, 된장국, 고추 한 개, 무말랭이, 김치가 전부였다. 기대와는 거리가 먼 구성에 선수들은 어이없어했고, 장애인 단체들의 비판 성명까지 이어졌다. 도시락을 열어본 선수들의 당혹스러운 표정과 이를 지켜본 체육회 관계자들의 굳은 얼굴이 현장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특히 지난해 고품질 도시락이 무료로 제공돼 호응을 얻었던 것과 대조되며 실망감은 더욱 컸다. 일부 시·군 체육회가 자율적으로 도시락 업체를 선택하려 했으나, 충주시장애인체육회가 밥차 운영이 가능한 여러 급식업체의 ‘목록’을 제공했다고 한다. 일부 시·군의 자체 조달 희망도 묵살됐다. 사전 품질 점검조차 없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논란이 확산하자 충주시는 각 시군에 도시락 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실망과 분노는 이미 곳곳에 퍼졌다. 청주의 한 도시락 업체 대표는 “3천~4천 원짜리도 못 된다”며 혀를 찼고, 한 장애인 선수는 “경기력에 직결되는 식사를 이렇게 준비 없이 내놓다니, 너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조길형 충주시장은 28일 현안업무보고회에서 “문제점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체육회의 업체 추천 과정까지 감사부서를 통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소래포구 바가지요금, 제주 비계삼겹살 사건처럼 작은 부주의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하나 되는 충북도민’이라는 구호 아래 열린 장애인 체육대회가 진정성 있게 기억되려면, 기본부터 철저했어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말이 아닌 실천에서, 그리고 밥 한 끼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법이다.그동안 ‘충주맨’이 만든 충주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부실 도시락으로 무너졌다. 작은 부주의가 만든 큰 상처, 충주시는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고 같은 실망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