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기 中 장군의 조카…한중 수교 前 중국 전역 ‘한인회 결성’“58년 함께한 아내 치매 8년째…팔순상은 아내 위한 것”
  • ▲ 노태우 정권 당시 한중수교 민간외교 공로자 조흥연씨(80)가 자식들이 마련한 팔순잔치에서 지인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노태우 정권 당시 한중수교 민간외교 공로자 조흥연씨(80)가 자식들이 마련한 팔순잔치에서 지인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칠십이나 육십으로 생각했는데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가는 줄 몰랐어요.”

    노태우 정권 당시 한·중 수교의 민간외교 숨은 공로자 널리 알려진 조흥연 씨(80)의 팔순 잔치가 2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서 열렸다. 

    이날 잔치에는 조 씨의 가족과 친지, 지인들이 참석해 팔순을 축하했다. 조 씨는 조남기 전 중국 인민해방군 장군(1927~2018, 조선족 출신으로 최고위직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장 등 역임)의 조카이자, 수교 이전부터 중국 전역에서 한인회를 조직하며 한·중 교류의 물꼬를 튼 인물로 평가된다.

    조 씨는 “세월을 살다 보니 어떻게 하다 보니까 팔순이 됐더라”며 “진짜 인생이 덧없이 흘러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그는 “58년 결혼생활을 함께한 아내가 치매를 앓고 있어 오늘 팔순은 나보다 내 사랑하는 부인의 팔순이라 생각하고 소박하게 음식을 준비했다”며 잔치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살면서 ‘치매’라는 병마는 정말 우리가 서로 주의해야 될 무서운 병”이라고 덧붙였다.
  • ▲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에서 인민해방군 장군까지 오른 조남기 장군의 조카 조흥연 씨.ⓒ김정원 기자
    ▲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에서 인민해방군 장군까지 오른 조남기 장군의 조카 조흥연 씨.ⓒ김정원 기자
    중국과의 인연도 회고했다. 그는 “마흔도 안 돼 중국으로 건너가 초대 한인회를 조직했고, 1988년부터 대한민국과 수교를 준비했다. 1992년 9월 한중수교 마지막 사인할 때도 옆에 있었다”며 “한때 중국 상해 한인회를 만들어 현재까지 이어진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씨와의 인연으로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맡았고,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재정을 맡았다. 그 인연으로 민주당의 골수가 됐다”고 전했다.

    조 씨는 “지금은 청주 고향에서 생활하며 9년째 치매를 앓는 아내를 돌보며 지내고 있다”며 “여러분의 격려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며 “모두 번창하고 행복하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남기 장군의 후손들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중국 자연부장관(국토부 장관) 등을 맡아 활동 중이며 후손들이 아주 잘 됐다”며 “공산당은 후손들에게 철저하게 관리하고 자리를 만들어주는 체계가 있다”고 귀띔했다.
  • ▲ 조흥연 씨가 삼촌인 조남기 장군(우)과 생전에 사진을 촬영한 모습이다.ⓒ사진 조흥연 씨 제공
    ▲ 조흥연 씨가 삼촌인 조남기 장군(우)과 생전에 사진을 촬영한 모습이다.ⓒ사진 조흥연 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