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서원대 교수, ‘2024 한국음악상 공로상’ 수상코로나 이후 음악계 활동 많이 축소…협회 중심의 변화와 쇄신 통한 활성화 필요“협회에 젊은 회원 많이 참여, 지역 인재들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됐으면”“4학년 학생들에게 연주와 음악 기획·연출 등 다양한 체험 기회 제공 위해 많은 노력”
  • ▲ 김혜진 서원대 음악교육과 교수가 지난 17일 '2024 한국음악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김 교수는
    ▲ 김혜진 서원대 음악교육과 교수가 지난 17일 '2024 한국음악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음악이나 예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양승갑 기자
    김혜진 서원대 음악교육과 교수가 지난 17일 ‘2024 한국음악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한국음악상은 사단법인 한국음악협회가 주관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매년 한국 음악계의 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된다.

    서원대 음악교육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서원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및 동대학원(음악교육)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 국립음대와 상명대 뉴미디어음악학 박사 과정, 한세대 피아노 교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음악교육학회 이사, 한국피아노교수법학회와 충북피아노연구회, 충청피아노교육학회의 고문 등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청주시 음악협회 부회장도 맡아 지역 음악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김 교수를 만나 음악계의 발전 방안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지역 음악계 분위기는 어떤지.

    “코로나 이후로 활동이 많이 축소됐다. 음악계도 전반적으로 침체된 느낌이다. 다만, 코로나가 끝나고 약 1~2년 전부터 문화재단 사업들이 조금씩 활성화되면서 작은 단체들이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다행히 이런 지원 덕분에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어려움 없이 음악 활동을 해왔던 사람들도 이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활동이 힘든 상황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요즘 음악 관련 활동을 보면 예전처럼 어린이들이 다니던 학원들이 사라지고 있다. 중학교를 넘어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만돼도 음악을 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 음악계 침체의 원인은.

    “한국의 교육과 정치적인 요소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부터 문화예술 관련 정책들이 많이 축소됐고, 그로 인해 음악과 예술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 문제였다. 아이들이 실제로 음악을 경험하며 감동을 느끼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경제가 성장하면 문화예술 분야도 더 활성화돼야 하지만, 현재 사람들은 물질적인 것에 더 집중하고 있어 음악이나 예술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것 같다. 과거에는 문화예술을 받아들일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경제적인 만족감이 더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 ▲ 김 교수는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양승갑 기자
    ▲ 김 교수는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양승갑 기자
    - 지역 음악 교육은 어떤 상황인지.

    “충청권에는 충북예고를 비롯한 많은 예술계 고등학교들이 있지만, 지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어렵다. 지역에서도 예술적인 환경을 마련하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지역 인재를 위한 기회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 대학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출신 인재들이 돌아와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교향악단에서도 지역 출신들을 일정 부분 선발하고, 음악 관련 단체들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지자체의 노력도 중요한데.

    “지자체에서 음악 교육 환경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 중학교와 같은 특수한 학교가 생겨서, 지역 아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청주 지역에 예중이 설립되면 아이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은 청주에 우수한 학생들이 있을지라도, 결국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타 지역 예고나 예중으로 떠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서울로 가서 대학도 서울로 가고, 결국 지역에서 떠나버리는 구조가 된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는 지역 인프라가 중요하다. 인재들을 지역에서 양성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울에서 유학을 하거나 대학을 나오더라도 결국 순위가 정해져 있어서 예술 분야에서도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례로, 충주에서는 재즈를 하는 부부가 미국에서 공부한 후, 충주댐에서 영감을 얻고 자리를 잡은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우리 지역에도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역 특성에 맞는 창작 공간을 제공하면서 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 김 교수는 “협회에 젊은 회원들이 많이 들어와 중심이 되고, 분위기도 쇄신해 협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양승갑 기자
    ▲ 김 교수는 “협회에 젊은 회원들이 많이 들어와 중심이 되고, 분위기도 쇄신해 협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양승갑 기자
    - 음악협회의 역할과 활동은.

    “청주지역 음악협회는 예전에는 특정 대학교가 중심이 되어 활동이 활발했으나, 현재는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청주와 충북 지역 음악계가 발전하려면, 젊은 인재들이 참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협회에 20대와 30대 회원들이 드물어졌다.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협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음악을 하려면 서울로 가야 하는 분위기였고, 그로 인해 지역에서 음악을 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 음악교육과 학생들의 진로 지도는.

    “학생들이 연주, 기획, 행정 등 다양한 진로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문화예술 공연의 기획이나 연출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겠다. 또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 ▲ 김 교수가 지난 17일 받은 ‘2024 한국음악상 공로상’ 증서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양승갑 기자
    ▲ 김 교수가 지난 17일 받은 ‘2024 한국음악상 공로상’ 증서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양승갑 기자
    학생들하고 상담을 해보면 음악 교육 이외에도 연주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고, 행정 업무를 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야말로 진로에 대한 희망이 다양하다. 문화재단이나 기획사에서 연출 업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연결시켜주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임용고시를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 캡스톤 디자인 교육을 받고 왔다. 올해부터 음악교육과 학과장을 맡아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긴다. 지역과 연계시켜서 학생들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길과 방향을 제시해주는 수업의 필요성을 느낀다. 4학년 때 연주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나 기획, 연출 등 다양한 분야를 지역과 연결해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전문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실제로 본인들이 가서 사례도 찾아보고, 활동도 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청주시 음악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교수는 “회원들과 함께 청주 음악협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지역 음악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가 지역 음악계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협회에 젊은 회원들이 많이 들어와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쇄신해 협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