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천의 맑은 물과 어우러진 眞景山水[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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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에 위치한 가령산(加領山, 해발 642m)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한다. 이 산은 화양구곡(華陽九曲)을 내려다보며 오를 수 있으며, 낙영산(落影山 해발 684m), 도명산(道明山, 해발 643m)과 함께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충청북도자연학습원 삼거리에서 자연식당 방향으로 10m 정도 이동하면 계곡 방향으로 ‘탐방로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화양천으로 내려가면 계곡의 아름다운 풍광에 저절로 매료된다.계곡을 건너 우측 방향으로 가면 가령산 등산로 입구에 이른다. 멀어지는 물소리를 대신해 청아한 새소리와 함께 계곡을 따라 흙길을 오른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탐방로는 돌길로 바뀌고 길옆으로 아름다운 자태의 바위들이 출현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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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를 오르면서 기암괴석들과 노송들이 함께 연출하는 자연풍광에 눈이 호강한다. 그들이 즐기는 세월 놀이에 동참해 자연의 도를 배운다. 사람들은 빈곤한 사람들한테 빼앗아서 여유로운 사람에게 바치지만, 자연은 여유가 있는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것을 채운다.이어서 만나는 바위 덩어리 틈새로 빠져 나가면 편안한 길을 한동안 걷게 된다.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자 그 옆으로 설치된 철제 계단을 오른다. 계단 끝에서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은 도명산과 산 아래로 굽어보이는 충청북도자연학습원, 그리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화양계곡이 조망된다.화양계곡에 있는 ‘화양구곡(華陽九曲)’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 빗대어 불렀다고 한다. 제1곡부터 차례로 경천벽(擎天壁), 운영담(雲影潭), 읍궁암(泣弓巖), 금사담(金沙潭), 첨성대(瞻星臺), 능운암(凌雲臺), 와룡암(臥龍巖), 학소대(鶴巢臺), 파곶(巴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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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끝자락 바위 위의 모진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소나무를 보고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 함을 배운다. 또한 바위는 자신의 일부를 소나무에게 내어주지만 간섭하지도 생색내지도 아니한다. 이것이 바로 삶의 지혜다.해발 505m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바위들과 명품 소나무들이 펼치는 조화의 신비를 느끼고, 바위는 바위대로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뽐내는 멋진 형상을 한껏 감상하며 오른다. 세 개의 바위가 하나의 바위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도(道)를 본받고 있는 천지인(天地人)를 닮았다.간간이 조망이 터지는 바위에 올라서면 사자봉과 도명산이 보인다. 거북바위에 도착하지만 추락 위험이 있는 암릉 지역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 바위를 우회해 철제 난간이 설치된 탐방로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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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로 올라와 우회한 암봉을 돌아보니 바윗돌을 차곡차곡 쌓고, 그 틈새 사이로 소나무를 가꿔 분재한 모습과 같다. 그 자태가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고 장엄하여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바윗길을 오르면서 다채로운 풍광을 연출하는 기암과 소나무의 조화에 감탄한다. 해발 589m 지점을 지나면서 참나무 숲이 우거진 암릉을 오른다.곧이어 헬기의 이착륙의 안전을 지키는 용(龍) 바위를 만난다. 이 바위를 넘어서면 훤히 트인 조망이 가능한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에서 참나무 숲속으로 들어가 한 동안 걸으면 가령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고스락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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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산 고스락에서 낙영산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깊은 바다 속을 헤엄치 듯 짙은 신록을 이리저리 거닐면서 청량한 공기를 마신다. 음지에서 서식하는 이름 모를 수많은 야생화들과 만나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스락에서 낙엽이 쌓인 흙길을 300m 정도 내려와 안부에 도착한다. 다시 약간 오르막길을 100m 정도 오르면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낙영산 방향으로 가지 않고 우측 산등성이를 따라 609봉으로 올랐다가 하산한다.609봉에 도착하니 금방이라도 떨어지듯 위태롭게 놓인 바위와 수령이 오래돼 밑동이 썩어가는 소나무가 입구를 지킨다. 이곳에서 지나온 가령산 고스락과 거북바위, 도명산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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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쾌하고 힘 있는 바위능선이 544봉까지 이어진다. 609봉을 내려서면 두 그루의 소나무가 마치 부부처럼 다정하게 살고 있어 ‘부부 소나무’라 부른다.바위능선을 내려오면서 자연의 위대한 힘을 느끼고, 그 영험에 감탄한다. 작은 구릉을 오르는데, 소나무의 작은 옹이에서 아기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희귀한 자연현상을 본다. 구릉에 올라서면 조망이 사방으로 탁 트인다.잠시 하산한 후에 진하게 몰려드는 소나무 향을 맡으며 암릉 길을 오른다. 곳곳에 기암괴석과 명품송이 즐비해 진경산수처럼 유려한 풍광을 자아낸다. 다시 하산하면서 544봉을 바라보니 슬랩 바위 상부에 소나무 한그루가 그야말로 독야청청(獨也靑靑)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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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봉을 오르는데, 비교적 가파른 길이어서 조심해야 한다. 큰 바위 위에 바위를 받치고 있는 작은 괴인 돌이 인상적이다. 비록은 작은 돌이지만 저것이 빠지는 순간 큰 바위는 굴러 떨어질 것이다. 아무리 대사(大事)를 수행할지라도 소사(小事)를 등한시한다면 결코 대사를 이룰 수 없음이다.544봉에서 명품송을 만나 그 생명력과 꼿꼿함에 감탄한다. 지나온 암릉을 바라보니 단애(斷崖)를 이룬 바위이었지만 소나무 숲으로 뒤덮여 오히려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평화롭다. 544봉 고스락이 쓰고 있는 모자 바위에 올라서면 눈앞에 펼쳐진 자연풍광이 일품이다.이곳의 경치에 심취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긴다. 아쉬움을 달래주듯 기암이 상상력을 샘솟게 하고, 바위 위에 걸터앉은 소나무가 ‘사람들이 다투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즐기는 것은 한낱 티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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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천혜의 화양천은 물의 부드러움이 일궈낸 명작 중의 명작이다. 이어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하산을 막지만 용케 바위를 오른 후 갈라진 두 바위 사이를 무사히 건너 마지막 암릉 구간을 걷는다.이 암릉 구간 끝자락에는 시루 바위가 있는데, 널찍한 반석(盤石)에 바위들이 널려 있어 마치 바둑판에 바둑돌이 놓인 것 같다. 반석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이들 바위들은 살짝만 밀어도 금방 굴러 떨어질 것 같다. 이곳에서 화양천이 선명하게 조망된다.시루 바위부터는 참나무 숲의 비탈길로 하산한다. 내려가면서 만나는 기암괴석과 그들과 어우러져서 괴목(怪木)으로 변한 소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혼자보단 둘이 낫다고 말한다. 점점 계곡 물소리가 가깝게 들리면서 편안한 산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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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천을 만나면 우측의 천변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귀를 즐겁게 하는 물소리와 함께 흙길과 돌길을 걷기도 하면서 계곡을 걷다보면 어느새 들머리에 가까워진다.기암절벽 아래 놓인 반석에 배낭을 내려놓고, 근심과 걱정도 내려놓고 멍하니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고 산과 천을 바라보며 자연과 동화되어 하나가 되어 본다.자연을 자주 접하는 사람은 생각도 마음도 넓고 행동 역시 도를 넘지 않는다. 또한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되어 건강한 마음을 지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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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힐링 장소로 맑은 물을 자랑하는 화양구곡만큼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다. 화양천의 맑은 물에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씻고, 조였던 등산화를 풀고 발을 담그면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풀리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산행코스는 ‘자연학습원삼거리~거북바위~헬기장~가령산 고스락~능선갈림길 이정표(낙영산-가령산-암릉)~609봉~544봉~시루바위~화양천길~자연학습원삼거리’로 약 5.5㎞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