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용암·동남지구 주민, 통로 설치 건의 수년간 불가 답변만 ‘되풀이’ 대전국토청, 대체통로 없이 산 절단…이동통로·생태통로 없이 준공
  • ▲ 수년째 통로설치를 요구해 온  충북 청주시 북일~남일 국도대체우회도로 중 효촌~용정교차로 구간이 민원을 묵살한 채 준공처리됐다.ⓒ최중기 기자
    ▲ 수년째 통로설치를 요구해 온 충북 청주시 북일~남일 국도대체우회도로 중 효촌~용정교차로 구간이 민원을 묵살한 채 준공처리됐다.ⓒ최중기 기자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올해 말 목표로 공사 중인 충북 청주시 북일~남일 국도대체우회도로 중 효촌~용정교차로 구간에 통로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수년째 계속됐지만, 이를 묵살한 채 준공처리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더욱이 대전국토청이 이 구간의 준공과 함께 관리권 이관을 서두르고 있어 민원을 떠넘기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의심된다. 

    대전국토청이 총 3500억 원을 들여 2015년 착공한 청주시 내수읍 국동리~남일면 효촌리 간 국도대체우회도로는 총연장 11㎞ 왕복 4차선 도로로 올해 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이번에 준공된 구간은 국동~용정교차로 1공구와 용정~효촌교차로 2공구 중 수년간 통로 요구 민원이 계속돼 온 2공구 구간이다.

    이 공사는 대체우회도로여서 특성상 많은 산허리를 관통해야 해 상당수를 터널로 시공하고 있으나 정작, 등산객이 많기로 손꼽히는 상당구 운동동 산 15-7 일원을 별다른 대체 통로 없이 절단했다.

    용암동 원봉공원~낙가산 간 6.7㎞는 울창한 숲과 완만한 경사, 주변 풍광이 뛰어나 평일에도 하루 수백명이 찾는 등산로로 도심 속 숲으로는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숲이다.

    이 숲은 용암1, 2동 깊숙이까지 펼쳐 있어 10만 인구가 밀집한 이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사로 산허리가 수직에 가깝게 절단돼 통행이 불가능함은 물론, 추락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야생 동물 이동통로가 수년째 단절돼 야생 동식물 서식지가 훼손·파괴되고 있다.

    20여년째 등산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이고 무모한 공사가 있을 수 있느냐. 시청과 동사무소에 전화해도 대전국토청 소관 공사라는 답변만 되돌아 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이 같은 불만이 수년 전부터 계속돼 지난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가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역시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지난해 7월에는 주민들이 대전국토청에 운동동 산 15-7 일원에 생태통로 설치를 청원했으나, 이미 설치된 박스형 지하통로를 이용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청원서에서 “자연환경보전법 제 45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사업 등을 시행할 때 야생생물의 이동 및 생태적 연속성이 단절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용암1, 2동과 동남지구 입주자, 청주시민, 야생 동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생태통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8월 답변을 통해 “자연환경보전법 제 45조가 생태통로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등산객이 함께 사용하는 통로는 불가하다. 인근 지역에 설치된 박스형 암거를 사용하라”고 통보했다.

    생태통로가 어려우면 하루에도 수백명이 이용하는 등산 통로라도 설치해 달라는 게 주민들의 요구라고 전달하자 대전국토청 관계자는 “등산 통로는 도로가 아니라, 시민 편의시설로 당연히 청주시에 요청하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2공구 중 기존 도로와 연결되는 효촌~백운동은 지난 19일 부분개통했고, 나머지 구간은 아직 미개통이지만 준공처리됐다”며 “빠른 시일 내에 청주시와 협의를 마치고 관리권을 보은국도유지사무소에 이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 시민은 “주민들이 국민신문고에 호소하고 청원서도 제출했다. 지난해 이범석 청주시장 초도순시 때는 용암1동이 지역현안으로 보고까지 했지만, 돌아 온 건 불가 답변뿐이었다. 시민들의 수년간에 걸친 노력이 정부기관에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