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용암·동남지구 주민, 통로 설치 건의 수년간 불가 답변만 ‘되풀이’ 대전국토청, 대체통로 없이 산 절단…이동통로·생태통로 없이 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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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올해 말 목표로 공사 중인 충북 청주시 북일~남일 국도대체우회도로 중 효촌~용정교차로 구간에 통로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수년째 계속됐지만, 이를 묵살한 채 준공처리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더욱이 대전국토청이 이 구간의 준공과 함께 관리권 이관을 서두르고 있어 민원을 떠넘기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의심된다.대전국토청이 총 3500억 원을 들여 2015년 착공한 청주시 내수읍 국동리~남일면 효촌리 간 국도대체우회도로는 총연장 11㎞ 왕복 4차선 도로로 올해 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이번에 준공된 구간은 국동~용정교차로 1공구와 용정~효촌교차로 2공구 중 수년간 통로 요구 민원이 계속돼 온 2공구 구간이다.이 공사는 대체우회도로여서 특성상 많은 산허리를 관통해야 해 상당수를 터널로 시공하고 있으나 정작, 등산객이 많기로 손꼽히는 상당구 운동동 산 15-7 일원을 별다른 대체 통로 없이 절단했다.용암동 원봉공원~낙가산 간 6.7㎞는 울창한 숲과 완만한 경사, 주변 풍광이 뛰어나 평일에도 하루 수백명이 찾는 등산로로 도심 속 숲으로는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숲이다.이 숲은 용암1, 2동 깊숙이까지 펼쳐 있어 10만 인구가 밀집한 이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그러나 이 공사로 산허리가 수직에 가깝게 절단돼 통행이 불가능함은 물론, 추락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야생 동물 이동통로가 수년째 단절돼 야생 동식물 서식지가 훼손·파괴되고 있다.20여년째 등산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이고 무모한 공사가 있을 수 있느냐. 시청과 동사무소에 전화해도 대전국토청 소관 공사라는 답변만 되돌아 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실제로 이 같은 불만이 수년 전부터 계속돼 지난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가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역시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지난해 7월에는 주민들이 대전국토청에 운동동 산 15-7 일원에 생태통로 설치를 청원했으나, 이미 설치된 박스형 지하통로를 이용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이 청원서에서 “자연환경보전법 제 45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사업 등을 시행할 때 야생생물의 이동 및 생태적 연속성이 단절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용암1, 2동과 동남지구 입주자, 청주시민, 야생 동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생태통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이와 관련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8월 답변을 통해 “자연환경보전법 제 45조가 생태통로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등산객이 함께 사용하는 통로는 불가하다. 인근 지역에 설치된 박스형 암거를 사용하라”고 통보했다.생태통로가 어려우면 하루에도 수백명이 이용하는 등산 통로라도 설치해 달라는 게 주민들의 요구라고 전달하자 대전국토청 관계자는 “등산 통로는 도로가 아니라, 시민 편의시설로 당연히 청주시에 요청하라”고 답변했다.이 관계자는 “2공구 중 기존 도로와 연결되는 효촌~백운동은 지난 19일 부분개통했고, 나머지 구간은 아직 미개통이지만 준공처리됐다”며 “빠른 시일 내에 청주시와 협의를 마치고 관리권을 보은국도유지사무소에 이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한 시민은 “주민들이 국민신문고에 호소하고 청원서도 제출했다. 지난해 이범석 청주시장 초도순시 때는 용암1동이 지역현안으로 보고까지 했지만, 돌아 온 건 불가 답변뿐이었다. 시민들의 수년간에 걸친 노력이 정부기관에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