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경대 앞 백화산, 평풍처럼 펼쳐지고·석천은 실개천처럼 ‘한눈에’석천 위 수십미터 직벽 위 ‘망경대‧문수전’… 자연 풍광 ‘일품’월류봉광장~원촌마을~원정교~반야사 6.3Km… 여울소리‧산새소리‧풍경소리에 취해
  • ‘달도 머물다 간다’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월류봉.ⓒ김정원 기자
    ▲ ‘달도 머물다 간다’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월류봉.ⓒ김정원 기자
    경치가 너무 좋아 ‘달도 머물다 간다’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월류봉(月留峰‧407m)’. “와!” 하고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월류봉은 정말 아름다웠다. 혼자 보기가 아까울 정도로 자연 풍광이 빼어나다.  

    보름달이 여덟 경승지 한천팔경(寒泉八景)의 깎아지른 절벽산인 월류봉에 달이 걸치고, 금강 상류인 초강천의 맑은 물이 월류봉 아래를 휘감아 흐른다. 그 아래 백사장과 강변에 비친 달 또한 환상적이다. 사시사철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월류봉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월류봉 전망대에서 한 동안 바라보니 북쪽 단양에 ‘도담상봉’이 있다면 남쪽 끝 영동에는 월류봉이 있는데, 이 두 명승지를 어디에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자랑할 만하다. 

    월류봉처럼 아름다운 곳은 우리 조상들이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다는 기록이 여지없이 등장한다.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이곳의 경치에 빠져 떠나지 못한 채 작은 정사를 짓고 학문을 연구했다는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월류봉 둘레길은 월류봉 앞 광장에서 좌측 조강천을 따라 시작된다. 주통행로인 아스팔트 도로와 원촌교를 건너면 본격적인 트레킹의 시작점을 알린다. 석천을 끼고 데크길이 이어지고 안전한 곳은 야자수 잎으로 만든 바닥재가 깔려 있거나 흙길이어서 무릎에 부담이 가지 않을 만큼 걷기에 편안하다. 
  • 반야사 앞 돌로 만들어진 월류봉 둘레길. ⓒ김정원 기자
    ▲ 반야사 앞 돌로 만들어진 월류봉 둘레길. ⓒ김정원 기자
    석천은 오랜 세월의 물줄기에 저절로 다듬어진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널려 있었고 산과 소나무, 참나무, 그리고 데크길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코스로 안내한다. 이어 중간에 도로(완정교)를 건너야 해 둘레길이 잠시 끊겼다가 시멘트 포장 둘레길을 따라 한 참을 가면 완정리 목교(빨간다리)→데크길→백화교 등으로 한 동안 이어진다.

    월류봉에서 시작되는 둘레길은 거리가 상당히 멀어 승용차를 이용해 반야사 주차장까지 이동한 뒤 걷는 것도 괜찮다.      

    월류봉 둘레길은 완정마을에서 조금 올라가다가 다리를 건너지 않고 왼쪽 둘레길을 계속 가면 수 백년 된 소나무 숲과 사유지를 통과하면 곧 울창한 대나무 숲을 만난다. 충청도에서 대나무 숲은 보기 쉽지 않지만, 이곳의 대나무는 크기와 굵기가 딱 충청도 사람같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대나무가 꽉 들어찬 채 촘촘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어 하천 둔치에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반야사 다리가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정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며 정성들여 쌓은 돌탑이 즐비하다.

    반야사(般若寺)는 하산 길에 관람하기로 하고 백화산 자락에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 우측에 석천을 끼고 계속 걷기를 반복했다. 반야사 앞 둘레길은 ‘돌산’이었다. 돌을 무수히 밟고 걸어야 하고 산에서 금세 돌무더기가 쏟아질 듯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고 호랑이 형세를 한 바위의 위용도 압도적이었다. 
  • 석천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펼쳐진 월류봉 둘레길. ⓒ김정원 기자
    ▲ 석천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펼쳐진 월류봉 둘레길. ⓒ김정원 기자
    이곳에서 조금 더 가면 수십 미터의 암벽 위 ‘망경대(望景臺)’에 반야사 ‘문수전(文殊殿)’이 나오는데 높은 바다위에 돗단배처럼 세워져 있었다. 반야사 뒤편을 이용해 문수전에 올랐다가 하산한 사람들이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자연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걷고 있었던 우리는 등산화‧양말을 벗어던지고 금세 석천을 건너 문수전 아래의 너른 바위로 뛰어들고 싶은 욕망이 굴뚝같았다. 

    우리는 위험한 석천 건너기를 포기하고 우측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문수전을 바라보며 계속 걷다보니 상주(수봉리) 땅을 밟게 되고 더 이상 갈 수 없어 왔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이어 조계종 법주사 말사인 반야사(720년 의상의 제자인 상원 창건)의 경내 대웅전과 삼층석탑(보물 제1371호)을 둘러본 뒤 문수전으로 향했다. 문수전 가는 길은 대웅전 뒤편에 놓인 수많은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헉헉거리면서 돌계단을 올랐더니 금세 문수전이 눈앞에 들어왔다. 정작 문수전 가는 돌계단은 상당히 가파르고 위험했다. 

    문수전은 암벽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축조돼 있다.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보였다. 직벽 위의 걷기는 오금이 저려 엉거주춤 난간을 잡고 걸어야 했고 문수전에는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불자들이 기도하며 마음을 다스리기에 기도발이 잘 받을 것 같은 영험한 분위기였다. 
  • 황간면 완정리 월류봉 둘레길 석천에 놓인 목교(빨간다리).ⓒ김정원 기자
    ▲ 황간면 완정리 월류봉 둘레길 석천에 놓인 목교(빨간다리).ⓒ김정원 기자
    문수전에서 내려다본 석천은 아름다웠고 백화산도 한 눈에 들어왔다. 석천은 작은 실개천처럼 보였다. 특히 높은 절벽 위에서 난간 가까이 가는 것조차 위험했고 문수전은 공포감을 줄 만큼 높은 곳에 자리 잡아 사진 촬영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우리는 다시 문수전을 뒤로 하고 돌계단을 이용해 한 동안 석천으로 내려와 너른 바위와 직벽의 문수전을 떠받치고 있는 암벽의 풍광을 만끽했다. 조선시대 세조가 망경대 영천에서 목욕을 했다고 하는데, 이 아름다운 풍광에 자리를 뜨지 못했을 것이다. 트레킹의 묘미는 이런 맛과 느낌에다 덤으로 얻는 눈의 즐거움이리라. 

    월류봉과 문수전의 아름다운 모습은 트레킹을 마치고 귀가하는 내내 지워지지가 않았다. 

    월류봉 둘레길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황간IC에서 10여분 거리에 있고 월류봉 둘레길을 걷기 위해서는 3~4시간을 족히 걸어야 한다. 
     
    월류봉 둘레길 1코스 ‘여울소리길’은 석천과 초강천 합류부의 여울소리가 즐거운 탐방길로 2.6㎞를 걸어야하는데, 주요지점은 월류봉광장~원촌리마을~원촌교~석촌물길~완정교 코스다.
  • 월류봉 둘레길 중 석천과 망경대 위에 조각배처럼 올려 있는 반야사 문수전.ⓒ김정원 기자
    ▲ 월류봉 둘레길 중 석천과 망경대 위에 조각배처럼 올려 있는 반야사 문수전.ⓒ김정원 기자
    2코스 ‘산새소리길은 완정교~우매리까지 3.2㎞ 구간이고 고요한 마을길을 따라 산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탐방길이다. 3코스 ‘풍경소리길’은 우매리~반야교~반야사 구간 2.5㎞에 펼쳐져 있고, 반야사 맑은 기운을 따라 자연과 함께하는 탐방길이다. 

    둘레길 내내 흐르는 석천은 보은 속리산에서 발원해 경북 상주시 모동면을 경유한다. 이어 황간면 우매리 백화산 자락을 감돌아 원촌리에서 상촌면 민주지산에서 발원한 초강천과 합류, 마침내 용암리에서 금계천과 다시 합류해 흐르는 하천이다. 

    ‘감고을’이자 국악의 고장인 영동은 포도 주산지이며,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먹거리는 월류봉 주변에 다슬기해장국(올뱅이해장국), 어죽 등을 먹을 수 있고 월류봉 광장에서 갓구워낸 곳감호떡은 별미다. 이곳의 다슬기해장국은 석천에서 직접 잡은 올갱이를 식재로 하는데, 겨우내 말린 시래기와 배추잎을 넣고 끓여 맛이 깊고 달큼한 식감을 느낄 만큼 그동안 먹었던 올갱이국과는 확연히 비교됐다.

    돌아오는 길은 국도로 15㎞ 거리의 영동읍에 들려 전통시장을 둘러본 뒤 곳감·와인을 구입,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면 이날 트레킹의 멋진 마무리가 되고도 남음직하다.

  •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 반야사 대웅전과 3층 석탑.ⓒ김정원 기자
    ▲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 반야사 대웅전과 3층 석탑.ⓒ김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