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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의 전통시장은 약령시장으로 대표된다.
금산 약령시장은 우리나라 3대 약초시장으로 자리매김해 왔고, 그 바탕은 인삼이었다.
2017년에는 금산인삼엑스포를 열어 세계화에도 팔을 걷고 있다.
인삼이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우리만큼의 독특한 성분과 사포닌 함량을 지닌 제품을 만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기 위한 취지다.
금산군에 따르면 현재 약령시장은 ‘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 ‘금산인삼쇼핑센터’, ‘금산인삼약령시장’, ‘금산수삼센터’, ‘금산인삼전통시장’ 등으로 분화돼 있다.
이들 5개 인삼약초 시장에서 올리는 매출은 연 1만1870.4t에 2547억 원에 이른다.
인삼뿐만 아니라 각종 약초류를 같이 판매하면서 전국의 상인과 일반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명성은 생산지의 다변화, 인터넷과 택배업의 발달로 위협받고 있다.
이로 인해 금산 인삼시장은 과거의 영화에서 미래를 위한 도전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금산약령시장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금산수삼센터(6130t, 연 1513억 원)는 이러한 도전의 한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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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금산수삼센터 상인회 총무(54)는 “현대화된 건물을 짓고 시장을 확대했지만 지금은 생산지가 다변화 되다보니 옛날처럼 벌이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 개척 방향을 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김 총무는 “2017년 금산인삼엑스포를 하고 금산 인삼을 세계적인 브랜드화에 나섰지만 지금 경기는 바닥권”이라며 “전에는 하루에 20채(1채 750g) 이상을 팔았지만 요즘은 10배 가까이 떨어져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의 쇠락 원인은 다양한 대체제의 홍수에서 찾는다.
과거에는 보약에 필수로 들어가던 인삼이었지만 지금은 비타민, 미네랄 제제, 기능성 건강보조식품이 홍수처럼 시장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삼의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인삼을 홍삼으로 제조해 먹기 쉽게 제조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 약령시장의 규모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인삼 재배지가 점차 금산에서 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 충북 괴산·증평·음성군, 경북의 풍기·봉화 지역은 금산을 뛰어넘는 생산규모를 자랑한다.
이들 인삼이 한국인삼공사와 수매계약 형태로 팔려나가고, 이들 지자체가 자체 판매망을 구축해 택배로 배송하면서 상대적으로 금산 약령시장의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름에는 삼계탕을 즐겨먹고, 집에서 홍삼 제조기로 홍삼을 만들어 먹는 가정들이 있어 전체적으로 인삼 수요는 지속할 것으로 이곳 상인들은 전망한다.
외국인들에게서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상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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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씨(52·금산수삼센터 92호점)는 “내국인들만 오던 금산시장에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며 “와 본 이들이 자주 오는 것을 보면 그분들이 입맛이나 건강에 보탬이 되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외국인들은 대부분이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가족과 함께 오는 것을 보면 다문화 가정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삼을 외국에 많이 수출하는 만큼 국내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해 봤으면 한다”고 했다.
다문화 가정뿐만 아니라 이들 친정 국가에 대한 홍보가 이뤄진다면 새로운 기회를 맞지 않을까 해서다.
상인회에 따르면 인삼은 전세계에 수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남아 등지에서 제법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출신 다문화 가정도 이러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상인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약령시장의 위축은 인삼이나 약초 이외의 생필품과 농기계용품을 판매하는 이웃 ‘금산전통시장’의 동반 쇠락을 가져왔다.
인삼 중심의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연히 이를 보완하는 일반 전통시장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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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전통시장에서 50년 가까이 철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유황록 씨(70)는 “10년 전부터 금산 시장의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10배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고 말한다.
유 씨는 “19살부터 이 일을 해 왔는데 20년 전에는 특허를 내 인삼세척기를 한 해에 많게는 100대를 팔기도 했다”며 “지금은 1년에 10대를 팔기도 바쁘다”고 하소연 했다.
유 씨의 인삼 세척기는 드럼세탁기와 원리가 같다.
커다란 둥근 통에 밭에서 캔 수삼(아직 건조시키지 않은 상태의 인삼)을 넣고 전기 스위치만 누르면 통이 돌면서 수삼에 붙어있는 흙과 이물질을 씻어낸다.
얼마 전에는 20년이 넘어 특허를 갱신했다.
1대에 작은 것은 150만원, 큰 것은 300만 원씩 판다. 여기에다 새로 집을 짓는 이들이 주문하는 대문을 제작해 주거나 호미나 낫 등 각종 농기계를 팔기도 한다.
유 씨와 같이 금산전통시장에서 철공소를 하는 곳은 모두 4곳이다. 점포 4곳 모두 그만그만하고, 유 씨는 앞에 자그마한 창고를 만들어 인삼 세척기와 자재 등을 보관하고 있다.
그만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이처럼 10배 가까이 줄어든 인삼이나 인삼 세척기 판매는 금산시장 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약령시장의 쇠락으로 동반 하락 신세에 처한 전통시장은 변화를 구가하고 있다.
이제는 인삼 의존 일변도에서 새로운 시장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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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종 상인회장(72·늘싼기물)은 “전통시장이 문화를 통해 좀 더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금산은 인구 감소로 과거 13만이 넘던 인구가 이제는 5만 남짓한 수준이어서 경제활동이 크게 축소됐고, 이에 따른 삶의 질 저하, 도심 공동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시장 상인들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황보 성 상인회 총무는 “현재 금산전통시장은 80세를 넘긴 이들만 5명이 넘고, 60대 이상이 40%, 50대까지 합하면 약 70%를 차지한다”며 “젊은이들이 와야 소비가 늘고, 시장이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통시장에 이웃해 새로 들어선 ‘청년몰’에 기대하는 이유다.
38세 이하로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젊은 층에게 자격 요건을 심사해 입주를 허락한다.
먹거리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고,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2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기대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자평이다.
박 회장은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앞으로 점포가 채워지면 그런대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쉬운 일만 좇을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사는 상인들의 노력을 젊은이들이 배웠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인삼 시장이 쇠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하는 이들과 아직 그런대로 견딜만하다고 하는 이들,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평가하는 상인들의 전망이 혼재한 가운데 청년몰이 금산전통시장의 새로운 미래의 희망이 될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