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패스너 국내 점유율 1위, 정밀 사출 성형 40년 내공인도·슬로바키아 거점 확장… 전기차 시대 공급망 대응 선도지역 기업 상생 네트워크 구축 공로까지 함께 인정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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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진 ㈜ATS 대표이사가 지난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융합대전’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ATS
자동차 한 대는 수천 개의 부품이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생태계다. 그 안에는 크지 않지만 없으면 전체 성능이 흔들리는 부품들이 있다.40년 동안 이 작은 부품의 정밀도를 지키며 한국 자동차 품질의 보이지 않는 기둥을 세운 기업가가 있다. 그가 바로 ㈜ATS 이재진 대표다.◇ 동탑산업훈장 수훈… 기술·경영·협력의 결실로 평가이재진 ㈜ATS 대표(68)는 지난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주 주최 ‘2025 중소기업융합대전’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동탑산업훈장은 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이에게 수여되는 훈장으로, 이번 수상은 단순 기업 성장을 넘어 산업 생태계 형성 기여까지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이 대표는 충북경제포럼 회장을 맡아 지역 기업 간 기술 상호연계, 공동 연구, 바이어 공동개척, 산업단지 기반 협력사업 등을 이끌어왔다.“기업이 혼자 크는 시대는 끝났다”는 판단 아래, 그는 기업-기업-기관-지역이 연결되는 구조를 실천적으로 구축해왔다.지역 산업계에서는 이 수상을 “기술·사람·지역을 함께 본 리더십의 결실”, 정부·산업계에서는 “지방 제조업 생태계가 어떻게 지속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클립·패스너 국내 시장 1위… 보이지 않는 품질 경쟁력㈜ATS는 자동차 내외장재를 차체에 고정하는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차량이 고속 주행을 할 때 발생하는 미세 진동, 기온 변화, 습도, 차량 탑승 시의 물리적 충격까지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이 부품은 결코 단순한 플라스틱이 아니다.ATS는 소재 물성 연구 → 금형 설계 → 사출 성형 → 조립·검사 자동화 전 과정의 기술을 원천적으로 내재화하고 있다.설계 단계에서 차량 차체 구조와 환경 조건을 먼저 분석하고, 소재의 수축률, 열변형, 탄성계수 등을 기반으로 금형을 설계한다.사출 공정에서는 ±0.01㎜ 단위 공차 제어가 가능해야 하며, 이는 금형·온도·압력·냉각 조건의 정밀한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현대·기아차 협력업체 품질등급 SQ 인증에서 A등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공정 안정성이 뒷받침된다.현재 ATS는 월 1억 개 이상의 부품을 생산하면서도 불량률을 낮추는 공정 운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작은 오차 하나가 전체 차에서 소음·진동·누수로 나타납니다. 보이지 않는 부품일수록 기술이 쌓여 있어야 합니다.” -
- ▲ 이재진 ㈜ATS 대표이사가 지난 4일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ATS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환… ‘틈새 시장’ 전략의 성공ATS는 처음부터 지금의 구조를 갖춘 것은 아니었다. 창업 초창기, ATS는 LG화학 OEM 엔진부품 생산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했지만, 대기업 계열사 재편으로 주력 매출 70~80%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위기에 직면했다.많은 기업이 이 지점에서 무너진다. 하지만 ATS는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영역으로의 기술 전환을 선택했다. 그 결과, 글로벌 강자였던 미국 ITW, 일본 NIFCO 등이 장악하던 클립·패스너 시장에서 국내 기술 독립과 품질 우위 확보에 성공했다.이는 단순 경쟁이 아니라, ‘대기업이 빠르게 대체하기 어려운 정밀 맞춤형·복합 기능형 부품’을 전략적으로 개발한 결과였다.그는 힘주어 말했다. “큰 길이 막히면 길을 새로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다른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길이어야 합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세는 풀렸지만, 시장은 더 복잡”최근 한미 관세 현안이 APEC 2025 KOREA를 앞두고 타결되면서 수출 불확실성은 줄었다.그러나 이는 시장이 다시 쉬워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북미는 IRA(현지 조달·친환경 기준), 유럽은 탄소 국경세와 전기차 전환 속도, 중국은 내수 둔화와 경쟁 심화, 신흥시장은 자국 산업 보호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그래서 ATS는 “수출 중심 → 현지 생산 공급망 중심”으로 전략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ATS는 인도·슬로바키아·미국에 공장을 운영 중이며, 특히 인도 공장은 청주 본사보다 큰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2025년 해외 생산 비중은 5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는 “이제는 누가 더 싸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가까운 곳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의 시대”라고 단언한다.◇ 전기차 시대… 사라지는 부품보다 ‘더 정밀해지는 부품’전기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보다 줄어든다. 그러나 클립·패스너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사양은 더 높아진다.고전압 배선 보호, 차체 경량화, 소재 난연 등 새로운 조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ATS는 이를 대비해 고내열·난연·친환경 소재 연구, 하이브리드 차량용 부품 최적화, EV 플랫폼별 사양 차등 대응 체계를 이미 확보했다. -
- ▲ ㈜ATS는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이재진 대표가 청주 본사 현관에 전시된 자동차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오늘의 ATS는 직원들이 만든 회사입니다.”이재진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기술은 회사의 자산이지만, 그 기술을 만든 사람은 직원들입니다. 저는 그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그는 초록우산 충북후원회장과 충북경제포럼회장을 맡아 취약계층 지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역 경제·교육·산업 네트워크 교류에 참여하는 이유 역시 “기술은 지역 속에서 자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