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동력 없이 자가 추진…‘정밀 약물 전달·세포 치료’ 원천기술 기대효모 대사 부산물로 나노껍질 형성…생체친화적·확장성 높은 플랫폼
  • ▲ 왼쪽부터 최인성 교수, 이호재 교수, 한상영 석박사통합과정, 임형빈 석박사통합과정, 김나영 석박사통합과정.ⓒKAIST
    ▲ 왼쪽부터 최인성 교수, 이호재 교수, 한상영 석박사통합과정, 임형빈 석박사통합과정, 김나영 석박사통합과정.ⓒKAIST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 및 나노급의 비생명체 자가 추진 로봇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는 가운데, KAIST 연구진이 생명체 구성 요소인 세포를 활용한 자율 이동 세포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기술은 정밀 약물 전달, 차세대 세포 기반 치료법 등으로 확장 가능한 원천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화학과 최인성 교수 연구팀이 외부 동력 장치나 복잡한 기계 구조 없이 생체 부산물인 ‘요소(urea)’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가 추진 세포로봇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발효에 사용되는 효모(yeast)의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알코올(에탄올)을 활용해 효모 표면에 생체친화적인 방식으로 나노 껍질을 형성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이를 위해 △알코올산화효소(AOx)와 △겨자무과산화효소(HRP)로 구성된 효소 시스템을 도입해, 효모의 포도당 분해 반응과 연계된 연쇄적 효소 반응을 유도했다. 그 결과 효모 표면에 멜라닌 계열의 나노껍질이 형성됐다.

    특히 이 화학적 방법은 세포가 성장하고 분열하는 과정에서도 나노껍질이 지속적으로 형성되도록 설계돼, 비대칭적인 세포-껍질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분열 중인 세포의 모세포 부분에 껍질이 형성되고, 딸세포 부분에는 껍질이 생성되지 않는 구조도 구현됐다.

    연구팀은 세포를 감싸는 나노껍질에 ‘우레아제(urease)’를 부착해 세포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우레아제’는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효소로, 세포로봇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비대칭 구조를 가진 세포로봇이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자가 추진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번 세포로봇은 주변 물질만으로 구동이 가능하며, 자석이나 레이저 등 복잡한 외부 제어 장치가 필요 없어 구동 메커니즘이 간단하고 생체친화적이다. 또 나노껍질에 다양한 효소를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 다양한 연료를 활용하는 세포로봇의 확장 개발도 가능하다.

    KAIST 화학과 김나영 박사과정은 “자가 추진 세포로봇은 스스로 환경을 감지하고 반응하며 움직이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으로, 향후 암세포 표적 치료나 정밀 약물전달시스템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25일(미국 동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과제 ‘세포대사 연계형 단일세포나노피포화’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