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팔경 중 5경과 6경에 속해[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단양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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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봉(龜潭峰, 해발330m)과 옥순봉(玉筍峰, 해발 286m)은 서로 이웃하고 있지만, 행정구역상으로 구담봉은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 옥순봉은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에 위치한 산들이다.단양팔경 중 제5경인 구담봉은 남한강 줄기에 단애를 이루며 우뚝 솟은 기암의 형상이 마치 거북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제6경인 옥순봉은 기묘하고 뛰어난 봉우리들의 단애를 이룬 석벽이 마치 비온 뒤 솟아나는 옥빛의 대나무 순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승용차를 이용해 옥순봉‧구담봉 주차장으로 이동할 때 장회교를 지나면서 푸른 강물과 구담봉, 그리고 그 주위의 봉우리들이 어울려 연출하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한다.이번 산행은 청풍호반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구담봉‧옥순봉을 연계 산행하는 코스이다. 주차장을 출발해 구담봉‧옥순봉 갈림길에서 먼저 구담봉을 다녀오고, 그 다음으로 옥순봉을 다녀와 원점회귀 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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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맨 위에 설치된 흙먼지털이기 옆의 계수기를 통과하여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만추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길에 세워진 ‘공원지킴터(0.4㎞)‧옥순봉(1.9㎞)‧구담봉(1.6㎞)’ 이정표를 지난다.나지막한 구릉에 이르니 아래로 울긋불긋한 숲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농원이 보인다. 그곳으로 내려가서 월악산국립공원 단양지구 표지판 옆으로 들어서자 데크 계단이 이어진다.계단 끝에 서있는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숲속 흙길을 걷는데, 진한 가을 내음이 가슴을 적시어 마음의 평화를 누린다.푸른 소나무와 단풍이 뒤섞인 울창한 숲속을 가르는 제법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면 소나무 군락지 쉼터에 도착한다. 이 능선에서 우리의 삶이 늘 선택의 시간이었던 것처럼 옥순봉과 구담봉 중에서 어느 곳을 먼저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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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봉으로 발길을 돌려 삼거리의 소나무 숲을 지나 노랗게 물든 예쁜 참나무 단풍 숲길을 지나 하행한다. 곧이어 마사토 구간이 이어지고 ‘공원지킴터(1.6㎞)와 구담봉(0.4㎞)’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 암릉이 시작된다.암릉 길에 놓인 바위에 올라 청풍호반 너머로 둥지봉, 가은산, 그리고 비단에 수를 놓은 듯이 아름다운 금수산 산등성을 조망한다.하행하면서 구담봉의 곧추선 세 봉우리가 눈앞에 다가오고 그 너머로 청풍호반이 수려하게 펼쳐진다. 이어 철제 계단을 내려가면서 장회나루와 장회교 방향을 조망하고, 앞으로 걷게 될 암릉 길을 조망한다.계단을 내려선 후 다시 짧은 암릉 구간을 올라 멋지게 펼쳐지는 수려한 풍광을 감상한다. 뒤를 돌아보니 내려온 봉우리에 설치된 계단을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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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보이는 작은 봉우리를 향해 잠시 평탄한 길을 걷다가 이내 오르막 암릉을 오른다. 지난 무량한 세월 동안 한량없는 산객들이 다녀간 그 길을 필자 역시 걸으며 역사의 한 조각을 되새겨 본다.구릉에 올라 암릉 구간을 이동하면서 청풍호의 수려한 모습과 그 배경으로 한 옥순봉, 그 너머로 병풍처럼 둘러싼 둥지봉, 가은산, 금수산을 조망한다.청풍호와 장회나루와 제비봉이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구담봉으로 이어지는 곧추선 계단이 하늘 높이 치솟아 아찔하기만 하다.철제 계단을 통해 안부로 내려가면서 구담봉을 바라보니, 단애를 이룬 암벽에 매미처럼 붙어 있는 철제 계단을 오르는 산객들의 모습이 마치 개미의 행진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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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텅 빈 개념으로 인간을 바라보면 한낱 티끌에 불과한 존재들이건만 어찌 그리도 아웅다웅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안부에 도착해서 단풍의 환영을 받으며 곧추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계단을 오르면서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니 옥순봉을 휘돌아 흐르는 청풍호반을 가르는 유람선이 도도하게 미끄러져 간다.계단 끝자락의 거대한 암반이 형성한 틈새를 통과하면 구담봉 고스락 돌이 반기고, 그 뒤로 노랗게 물든 느티나무를 지나 암릉 끝자락에 설치된 전망대로 이동한다.이곳에서 제비봉과 가은산을 사이에 두고 굽이도는 수려한 청풍호반을 감상한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탁 트인 조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발아래 물길을 가르는 유람선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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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봉에서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가면서 유유히 흐르는 청풍호에 옥순처럼 솟은 옥순봉과 미끄러지며 나가는 유람선이 연출하는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한다.안부로 내려가서 철제 계단을 오르면서 울긋불긋하게 물든 구담봉 세 개의 봉우리와 장회나루와 제비봉 산줄기를 조망한다. 계단을 다 오른 끝은 암릉으로 이어진다.이어 암봉에 올라 옥순봉과 청풍호반을 조망하고 하행한 후 다시 암반 구릉에 올라 청풍호반과 제비봉이 이루는 수려한 산수를 여유롭게 감상한다.구릉을 내려가서 계단을 오르고, 다시 암릉을 오르면서 많은 산객들과 스쳐가는 인연을 맺는다. 그렇게 구릉에 이르러 사방으로 펼쳐진 풍광을 눈과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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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풍요로운 노란 색깔의 참나무 숲길을 지나 옥순봉·구담봉 삼거리에 지나 옥순봉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내리막 계단과 숲길이 이어지고, 가끔은 짙은 단풍의 물결이 흐느적대는 평탄한 길을 걷기도 한다.가파른 길을 내려오다가 소나무 숲 광장에 도착해 구담봉의 세 개 봉우리와 말목산을 또렷하게 조망한다. 다시 소나무 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파른 등산로를 하행한다.안부에 도착해 옥순봉 고스락까지 이어지는 완만하고 너른 암반 길을 오른다. 조망이 탁 트인 암릉을 오르면서 옥순봉‧구담봉 삼거리가 있는 봉우리와 그 뒤로 구담봉으로 뻗어나가면서 올망졸망하게 솟구친 암봉들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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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을 오르다가 옥순봉과 전망대 방향 표지판을 지나 옥순봉 고스락에 도착한다. 발아래 펼쳐지는 청풍호반의 수려한 풍광이 한 폭의 그림이다.이곳에서는 옥순봉 자신의 모습을 온새미로 볼 수는 없지만 그 일부의 기암이 청풍호반과 어우러져 펼치는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충만하다.청풍호반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가은산, 말목산, 구담봉, 제비봉 그리고 저 멀리 금수산까지 비단처럼 수려한 산들을 조망한다. 그 산들의 음영을 담은 청풍호반의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에 마음을 싣는다.고스락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옥순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남한강을 가로질러 단양과 제천을 잇는 옥순대교와 옥순봉 출렁다리를 한눈에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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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무심하게 자연 풍광을 바라보니 아등바등 사는 삶이 참으로 덧없다는 생각이 들고, 자연스러움에 인공물을 더하여 사람의 욕망을 채우려는 것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역시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 그 가치가 있고, 나는 나답게 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법이다. 순간순간 스쳐가는 잡념들을 여의고 다시 옥순봉 고스락으로 돌아간다.옥순봉 고스락에서 암반 길을 하행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전경을 바라보자니, 옥순봉이 소금강이라고 불렀다는 말이 실감난다. 해발은 낮지만 높은 산보다 더 수려한 경치를 뽐낸다.안부에 이르러 옥순봉과 구담봉 갈림길까지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나무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산길과 암반을 오르기도 하고, 막바지 가파른 통나무 계단을 오르고 나면 갈림길 소나무 숲 광장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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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거리에서 숲길을 따라 옥순봉공원지킴터까지 1.4㎞를 하행하기 시작한다. 노란 은행나무숲 사이의 데크 계단을 밟으며 고즈넉한 농원을 지난다.농원부터 낙엽이 흩뿌려진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가을의 정취를 듬뿍 느끼며 이동한다. 저녁 햇살이 단풍을 더욱 다채롭고 맑고 깨끗한 색깔로 만들어 만추의 시간을 넘치도록 즐기게 한다.이처럼 우리네 삶도 세월이 묵어갈수록 바르고 밝은 지혜를 얻어 세상을 평온하고 행복하게 하는 조력자로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다짐해 본다.마지막 계단을 내려와 등산복에 묻은 흙먼지를 털고, 산수의 절경을 즐길 수 있게 해준 자연에 감사하며 약 6㎞의 가을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