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岳山 산등성을 한눈에 眺望[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제천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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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바위산(해발 772m)은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와 충주시 수안보면 사문리·미륵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북바위산은 지릅재에서 북쪽에 자리한 바위산이라 해서, 또 다른 이유로는 산자락에 북(鼓)을 닮은 거대한 기암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탐방로 입구는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물레방아 휴게소와 충주시 수안보면 사문리 뫼악산장이 있다. 이번 산행은 물레방아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북바위, 신선대를 거쳐 북바위산 고스락을 다녀오는 원점회귀 코스다.송계팔경(松界八景) 중의 하나인 와룡대(臥龍臺) 옆 공영주차장에 도착한 후, 길 건너 물레방아 휴게소로 길을 건넌다. 탐방로 안내판이 북바위산까지 3.0km 거리이며 난이도가 ‘어려움’이라고 알린다.간단한 체조를 마치고 물레방아 화장실을 지나 청록의 숲으로 뒤덮인 통제문을 통과한다. 곧바로 울창한 숲을 가르는 통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여름 산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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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경사의 흙길과 통나무 계단이 반복되어 이어지고, 무더운 날씨에 비를 흠뻑 맞은 듯 쏟아지는 땀 줄기로 에너지가 소실되기 시작하자 청아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기운을 북돋는다.출발해 불과 0.4㎞의 산길을 올랐을 뿐인데 깊은 호흡이 반복되고 몸의 열기가 주변 온도보다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른바 열 받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울창한 숲속에서 소나무 줄기에 선명하게 파인 ‘V자’ 홈이 보인다.일제강점기 때 군수자원을 얻고자 우리 국민에게 강제로 송진을 채취하도록 강요해 수탈해 간 흔적이라는 사실에 격분을 금치 못한다. 몸의 열기에 들끓는 마음의 열기까지 더해지니 무쇠도 녹일 기세이다.일본으로부터 혹사당한 우리 국민과 소나무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어떤 짓이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를 수 있는 민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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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통나무 계단에 이어 나무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거칠고 가파른 산길을 오른 후 짧은 철제 계단을 오르면 바윗길로 접어든다.참나무 숲이 소나무 숲으로 바뀌고, 그 숲 아래 경사진 사면을 꽉 채운 바위를 밟으며 오른다. 산등성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면서 주르륵 흘리는 땀만큼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로써 보상받는다.너른 바위 한가운데 우뚝 자란 늠름한 소나무가 눈앞에 다가온다. 그 바위를 박차고 오르자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우측으로 용마산의 암봉 능선이 누워 있고, 올라온 길을 돌아보면 저 멀리 하봉, 중봉, 영봉으로 이뤄진 월악산 산등성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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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바위들이 연출하는 연극 같은 천연 정원의 모습에 감탄을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자연의 조화만큼 가장 위대한 예술이 없다.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함에 전율을 느낀다.제멋대로 놓여 있지만 나름대로 질서 있게 정렬된 바윗돌을 밟으며 오르자 상상을 초월하는 소나무 한 그루를 목격한다. 아름답게 빛나는 갈색의 몸에 녹색의 깃털을 세운 우아한 소나무 공작새가 오색찬란한 날개를 펼치며 춤추는 공작새 못지않다.정원의 끝자락에 놓인 암반을 오르고 나서 바윗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간다. 새로운 산길은 빗물에 씻기고 등산객들의 발길에 닳아 골을 이룬다. 허리를 펴지 못하고 오르니 멈출 줄 모르고 안경으로 떨어진 땀방울이 갈 길을 방해한다.송림 아래 펼쳐진 평평한 바위들이 자연스럽게 층층 계단을 이룬다. 우측으로 용마산이 지척으로 보이는 조망점을 지나 바윗길을 오르는데 꼬리진달래꽃이 방긋 웃으며 반긴다. 미소짓는 화안(和顔)으로 조금 더 오르자 북(鼓)바위 조망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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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바위 조망점에서 타악기 북을 닮은 거대한 기암인 북바위를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둥~둥~’ 소리를 내며 온 세상의 무명(無明)을 깨우칠 것 같다. 북바위 조망점에서 약간 내려가면 물레방아 휴게소 기점 0.7km 지점이면서 해발 467m라고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참나무 숲으로 이뤄진 안부를 지나 북바위 앞에 놓인 우뚝 솟은 암봉에 설치된 곧추선 계단을 오른다. 암반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고상하고 우아한 품위를 갖춘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누구 이보다 더 자연스러운 품위를 간직할 수 있을까?계단이 끝나면 비교적 짧은 구간의 바위 슬랩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북바위의 절벽과 그 뒤로 용마산을, 또 그 뒤로 월악산 산등성을 조망한다. 바위 슬랩을 지나면 마사토의 산길을 덮고 있는 숲속으로 들어간다.약간 평탄한 산길을 오르면 559봉에 이른다. 사방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느라 이곳까지 오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통나무 계단을 통해 하행한 후 키 높게 자란 울창한 송림 사이로 참나무들이 파고든 평탄한 산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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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울창한 송림 구간을 오른다. 소나무가 있으면 바위가 있고 소나무가 없으면 바위가 없으니, 그 인연이 참으로 기묘하다. 송림을 빠져나오자 철제 난간이 설치된 두 번째 바위 슬랩 구간이 이어진다.이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장엄한 모습의 월악산 산등성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어느덧 절반 훌쩍 지나고 있다. 약간 내리막길을 걷는가 싶더니 이내 평탄한 길을 얼마간 걷는다. 앞으로 발길이 닿을 신선대, 675봉, 북바위산 고스락이 유선형으로 이어진다.기암괴석과 괴목, 송림과 바위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 삶이 무례하다 여겨진다면 이곳을 찾아 힐링하기를 추천한다. 송림 속으로 완만한 길을 오른다. 산길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속눈썹처럼 길게 뻗어 나온 꽃 수술과 잘록한 허리의 팔등신인 중나리꽃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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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하게 이어지는 철제 계단을 오른 후 숲으로 뒤덮인 거친 바윗길을 오르자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이런 느낌 때문에 산을 오르는 것은 아닐까? 두 다리가 뻐근해지고 몸속의 노폐물을 토하듯 쏟아내는 기분이다.이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평탄한 암릉 구간이 쭉 펼쳐진다. 암반의 경사에 늘어선 노송들과 그 뒤로 북바위산 고스락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과히 이 풍광을 즐기자니 신선이 되어 걷는 듯하다.이런 암릉은 신선대까지 이어진다. 예전에 찾았던 그 마음, 그 느낌이 아닌 걸 보니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실감 난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내 마음 내 몸뚱이가 변할 것 같지 않았지만 결국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신선대의 암반 경사지에는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앞으로 가야 할 675봉과 북바위산 고스락을 조망할 수 있다. 암반 경사지 한가운데 자리한 소나무가 신선이 되고자 천산(天山)을 바라보며 도를 닦고 있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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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에서 계단을 내려간 후 암릉 구간을 거쳐 미로를 이루는 바위들 틈새로 빠져나간다. 다시 이어지는 철제 계단을 내려서니 북바위산이 0.9㎞ 남았다고 이정표가 알린다.계속해서 암릉 구간과 철제 계단이 반복되는 산길을 하행한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우측으로 보이는 기암들이 발길을 늦추고, 계단 끝자락에 이어지는 평탄한 길옆으로 늘어선 기암괴석 전시장을 탐닉한다.난간이 설치된 암릉 구간을 지나 숲으로 뒤덮인 경사진 바윗길을 오르다가, 계단을 오른다. 이어서 소나무 숲이 울창한 비탈길을 오르는데, 아픈 상처를 지닌 소나무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절대 일본의 만행을 잊지 말아야 한다.다시 철제 계단을 오르면서 지나온 볼록하게 튀어 오른 신선대의 모습과 그 뒤로 장엄한 모습의 월악산 능선을 감상한다. 이 산행에서 월악산의 모습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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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끝자락엔 어김없이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선바위를 지나 다시 철제 계단을 오른다. 이 산의 이름 바위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암릉에 굵직한 선을 긋는 계단이 이어진다.소나무 뿌리와 바위들이 뒤엉킨 모습이 마치 뱀 같기도 용 꼬리 같기도 하며 마치 전위 예술을 보는 듯하다. 이런 기암과 괴목이 이루는 오르막을 지나 자연석 발판을 밟으며 완만한 길을 걷는다.다른 산과 다르게 고스락을 앞두고 급경사를 저버리고 완만한 산길로 이뤄진 차별화된 북바위산이다.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자연의 풍광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조망이 터지면서 낙락장송(落落長松)과 암반이 어우러진 해발 772m의 북바위산 고스락에 도착한다.암반 둘레에는 데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고스락 암반에는 고스락 돌과 우람하면서도 고상하고 굽히지 않는 기상을 지닌 양반송(兩班松)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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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바위산의 양반송을 뒤로하고 숲속을 가로질러 송림이 우거진 바윗길을 내려간다. 철제 계단을 하산하면 파란 하늘에 수를 놓는 뭉게구름, 월악산 영봉은 그 구름을 붙잡고, 용마산은 구름아 어서 오라 손짓하는 풍광 속으로 빠져든다.발걸음이 왜 이리도 더딘지 모르겠다. 그냥 두고 떠나기가 아쉬워 조금이라도 더 교감하고 눈과 마음에 담고 싶다. 숲은 숲대로, 계단은 절경으로, 바윗길은 정원으로 모든 사물이 제각기 묘한 재주로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신선대에서 잠시 구름을 타고, 암반을 미끄러져 놀다가 송림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면 하산할 적에 북바위 위에서 신비로운 바위를 만난다. 갈라진 바위에 나무가 삶의 터전을 마련한 것인지, 틈새를 파고들어 소나무의 힘으로 바위를 깨트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고정관념을 깨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암튼 소나무와 바위의 인연은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질긴 인연을 맺고 있다. 우리네 삶도 그런 것은 아닐까? 북바위를 만나고 올랐던 길을 차근차근 내려가 물레방아 휴게소에 도착해 약 6.0㎞의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