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內在的 價値를 찾는 시간[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괴산군 편
-
덕가산(德加山. 해발 850m)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장연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악휘봉(해발 845m)과 이웃하고 있다. 아직 등산객들이 많이 찾지 않아 순수한 자연 속에서 호젓한 산행이 가능하다.이번 산행은 ‘입석마을회관~과수원 길~제1 Y자 갈림길~제2 Y자 갈림길~안부~시루봉(칠보산)세거리~덕가산 세거리~덕가산~덕가산 세거리~제1 Y자 갈림길~과수원 길~입석마을회관’ 코스이다. 덕가산 들·날머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자세히 설명한다.입석마을회관에 주차를 하고 고가도로 밑을 통과하여 우측으로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고가도로가 나타날 때까지 직진하다. 고가도로 밑을 통과해 좌측으로 이동하다가 ‘괴산 적석리 소나무’ 안내판이 세워진 곳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이어 지하도를 통과해 좌측으로 과수원 길을 따라 이동하면 ‘제1 Y자 갈림길’을 만난다. 제1 Y자 갈림길에서 좌측을 들머리로, 우측을 날머리로 삼아 산행한다.
-
콘크리트 포장길은 얼마 가지 않아 끝나고 비포장 농로를 걷는다. 철망 문을 통과하여 과수원(사과밭)을 가로질러 쭉 직진한다.과수원 길이 끝나면 나무와 들풀이 무성한 임도가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좌측으로 통행 흔적이나 등산 리본이 있는지 눈여겨 살핀다.키 높이 이상으로 자란 풀숲으로 등산객이 지나다닌 흔적과 등산 리본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선다. 마치 아프리카 맹수들이 사냥을 위해 몸을 풀숲에 숨기고 살금살금 이동하듯 그렇게 걷는다.무성한 들풀 속에서 키 큰 들꽃들이 등산객들이 별로 찾지 않아 외로웠는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이한다. 그 모습을 보니 덩달아 살갑게 미소짓고 있는 얼굴이 느껴진다.
-
이제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완만한 산길을 걷는다. 길가로 커다란 바위들이 드문드문 출현하여 뽐내고 흙산 같기도 돌산 같기도 하지만, 흙산에 더 가까운 등산로가 이어진다.악휘봉(90분)이라는 낡은 푯말을 지나자 제2 Y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가면 악휘봉이요, 우측으로 가면 덕가산이다. 선택의 기로(岐路)에 있을 때는 주저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그 길로 가면 된다.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삶인지를 구별하는 척도는 없다. 산처럼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바람처럼 물처럼 사는 삶이 그냥 정도(定道)일 게다.계곡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이 계속되면서 점점 산중의 산으로 접어든다. 계곡은 물소리를 내지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낙엽이 깔린 길을 걷자니 여름의 청록 속에서 성급하게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가을을 맛본다.
-
완만한 흙길이 끝나고 이제 제법 가파른 돌길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밑동이 바위를 삼킨 수령이 꽤 된 나무를 지나고 평상 바위 위에 누워 지내는 나무도 눈길을 끈다.서서히 높아지는 고도와 상승하는 기온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요동치게 하고, 얼굴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구슬처럼 흐르는 땀이 마치 장맛비를 흠뻑 맞은 듯하다.밧줄이 매어져 있는 구간이 있지만 오를 때는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하다. 산이 허리를 잔뜩 일으키니 안부가 얼마 남지 않았다.산길 좌측으로 안부를 지키는 커다란 선 돌을 지나자마자 안부에 도착한다. 좌측으로 가면 악휘봉(30분)이고 우측으로 가면 덕가산(60분)이다.
-
안부에서 덕가산 방향으로 가파른 암릉의 틈바구니에 뿌리를 박고 생명을 이어가는 소나무들 사이로 오른다. 암릉 길에서 만난 반생반사(半生半死)의 소나무가 가르침을 준다.나이가 들어 몸은 늙고 쇠약해질지라도 생각은 늘 푸른 소나무처럼 청정해야 한다. 육신이 힘에 부치면 덩달아 정신도 피폐해지기 쉽다. 그럴수록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맑은 정신을 간직하려 노력해야 한다.암릉 길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서서히 조망이 터지면서 멀리 괴산 명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 막아선 장군 바위를 만나 좌측으로 돌아서 오른다. 그곳에서 고즈넉한 산의 품격을 만끽한다.
-
수만의 군사를 호령하는 늠름한 장수의 모습을 닮은 장군 바위에서 전방의 악휘봉과 후방의 덕가산 산줄기를 바라보니 바위산이고, 안부에서 계곡을 따라서 입석리 마을로 이어지는 형상이 뚜렷하게 내려다보인다.악휘봉과 나란히 앉은 마분봉(해발 776m) 산줄기, 그 뒤로 백두대간의 능선들이 너울댄다. 계곡으로부터 올라오는 청량이 바람이 살갗만 스치고 지나가도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장군 바위에서 월악산국립공원을 방향을 바라보니 북바위산을 비롯해 월악산 영봉, 그리고 금수산 능선이 아련하다.무거워진 엉덩이를 간신히 들쳐 다시 암릉을 오르니 악휘봉 자락에 가려진 희양산에서 조령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산등성이 더 확연하게 보인다.
-
암릉 구간이 끝나고 숲속으로 들어가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이어서 가느다란 밧줄이 매달린 바위를 내려가서 돌길을 걷고 또 걷는다. 조망은 없고 혼자 걷는 자신만을 알아차린다.두 번째 봉우리를 하행하면서 세 번째로 넘어야 할 봉우리를 조망한다. 능선에서 내려와 산비탈을 휘돌아가는데 암벽 트래버스 구간을 만난다.암벽을 안고 몸을 밀착해 무사히 통과한다. 다시 능선을 오른 후, 등산로에 즐비하게 늘어선 바위들 옆으로 비켜 가며 이동한다.조망이 터지면서 좌측으로 칠보산(해발 778m)이 지척으로 보이고, 살아있는 도마뱀과 똑같은 바위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연의 신비함은 그지없다.
-
바위 전망대에 도착하여 잠시 쉬어간다. 이 산은 경치가 매우 뛰어나지는 않지만 큰 부담 없이 산행하면서 아기자기한 경치와 더불어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전망대에서 지나온 능선과 주변 명산들을 조망하고, 산비탈의 소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다시 능선으로 올라와 참나무 숲이 우거진 돌길을 걷는다.한참을 걷다가 지도상 표기된 시루봉 세거리를 만난다. 실제로는 칠보산 세거리가 맞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계속 직진하여 50분 정도 이동하면 칠보산(七寶山)에 이르기 때문이다.칠보산은 일곱 개의 봉우리가 보석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옛날에는 칠봉산(七峯山)으로 불리었다.
-
세 번째 봉우리인 칠보산 세거리에서 우측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와서 30분 정도 이동하면 덕가산에 도착한다.이동하면서 다양한 형상의 노목(老木)을 만난다. 줄기가 썩어서 움푹 꺼진 나무와 밑동에 오돌토돌 튀어나온 작은 혹들 달고 있는 나무, 밑동에 박힌 돌을 품고 있는 나무들이다.그러나 그것들은 그런 아픔을 자기 삶의 일부로 여기며 품고 살아가지,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냥 생긴 대로 살다 가는 것이다.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거나 탐하지 않고 자기가 지닌 것에 지족(知足)하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 챙김의 내재적(內在的) 가치를 발견한다.
-
덕가산 세거리에 이르러 우측으로 3분 정도 이동하면 가덕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용트림하는 모습의 소나무가 있는 급경사의 바윗길을 오르면 고스락이다.덕가산 세거리로 다시 돌아와 입석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밧줄을 잡고 바위를 돌아가지만 이내 완만한 능선으로 하행한다.한동안 이어지던 완만한 길은 잔잔한 자갈이 깔린 가파른 경사의 흙길로 바뀐다. 상당히 미끄러워 자칫 방심하면 낙상하기 쉽다.이후 너덜지대를 지나 숲을 빠져나가면 감나무밭을 통과하여 콘크리트 포장길을 만난다. 이 길을 조금 내려가면 제1 Y자 갈림길과 합류되고, 상행 시 걷던 길을 걸어 입석마을회관으로 돌아가 약 11㎞의 덕가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