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마음챙김 걷기 ‘冥想’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북 음성군 편
  • ▲ 방송송신탑이 세워진 가섭산 .ⓒ진경수 山 애호가
    ▲ 방송송신탑이 세워진 가섭산 .ⓒ진경수 山 애호가
    가섭산(迦葉山, 해발 710m)은 충북 음성군 음성읍과 충주시 신니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이 산의 고스락 바로 아래에는 고려 후기 나옹선사(懶翁禪師)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가섭사(迦葉寺)라는 사찰이 있다. 그래서 이 산의 이름이 가섭사라 불리게 된 것으로 전한다.

    ‘가섭(迦葉)’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에서 엄격하게 수행을 잘하여 두타제일(頭 陀第一)이라 한다. 두타란 번뇌의 티끌을 없애고, 의식주를 탐하지 않으며 청정하게 불도를 수행한다는 것을 말한다.

    산행은 봉학골산림욕장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주말이면 휴양객들이 분주해 주차장을 널찍하게 마련해 두고 있어 주차로 인한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
  • ▲ 봉학골산림욕장 주차장 옆에 세워진 봉학산 등산로 안내도.ⓒ진경수 山 애호가
    ▲ 봉학골산림욕장 주차장 옆에 세워진 봉학산 등산로 안내도.ⓒ진경수 山 애호가
    주차장 옆에는 ‘봉학산 등산로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봉학산 등산로는 산림욕을 즐기기에 적합한 산길이며, 두호1, 2봉을 거쳐 최고봉인 봉학산 수리봉(해발 570.8m)을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이번 가섭산 산행은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관리사무소를 거쳐 길마재를 지나 가섭산 고스락에 오르고, 하산은 길마재로 다시 내려와 임도를 거쳐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자신의 체력이나 등산 시간을 고려해 봉학산과 가섭산 연계 산행도 좋은 코스다.

    주차장에서 봉학골 방향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100m 이동해 ‘충북자연환경 100선의 명소, 봉학골’이라는 표지석을 지나서 산림욕장으로 들어간다.
  • ▲ 가족 단위 놀이공원인 잔디밭과 조각공원.ⓒ진경수 山 애호가
    ▲ 가족 단위 놀이공원인 잔디밭과 조각공원.ⓒ진경수 山 애호가
    소형주차장과 관리소를 지나 짙은 신록의 터널을 걷는다. 우측으로 넓은 공간의 잔디밭과 조각공원이 조성돼 있어 가족 단위 휴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길 우측으로는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다리 건너 화단에는 다양한 야생화와 야생초들이 식재돼 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린다.

    조금 더 들어가면 희귀한 수목을 식재한 작은 식물원과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미래의 산림환경을 위한 자연학습관을 만난다.
  • ▲ 시원한 물이 흐르는 봉학골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 시원한 물이 흐르는 봉학골 계곡.ⓒ진경수 山 애호가
    포장길이 끝나고 흙길의 산책로를 따라 완만한 경사의 숲길을 걷는다. 진한 녹색의 색채와 신선한 공기, 흙과 초목 내음이 그동안 백색 모니터에 지닌 눈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한 방에 싹 가시게 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힘이다.

    사방댐을 활용한 물놀이장을 지나 자연의 에너지를 받기 시작할 무렵 ‘봉학골 등산로 안내도’와 ‘가섭산 등산로 안내도’가 동시에 세워진 곳에 도착한다. 그것들 뒤편에는 작은 돌탑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한적한 등산로를 홀로 걸으며 무상(無想)에 빠지고 싶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싶지 않다. 버렸다 싶으면 다시 또 들어오고, 지웠다 싶으면 다시 또 새겨지는 온갖 잡념들을 떨쳐버리기가 그리 쉽지 않다.
  • ▲ 신록이 우거진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 신록이 우거진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산길 지킴이 역할을 하는 바위를 지나 작은 계곡을 따라 완만한 산길을 오른다. 계곡을 건너 약간 경사진 길을 오르면 세거리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두호2봉으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가면 수리봉으로 연결된다. 이곳은 관리소 기점 0.7㎞ 지점이다.

    수리봉 방향으로 참나무 숲속을 오르면서 친근한 초목의 향기에 심취되지만 거칠어진 숨소리는 의지대로 제어가 잘 안 된다. 산길의 평석(平石)에 의지해 거친 숨을 다독거리고 감로수로 진정시킨다.

    조금도 조망이 없는 이 순간, 오로지 땅의 이치를 본받는다. 땅은 하늘의 이치를 본받고, 하늘은 도(道)의 이치를 본받으며, 도는 자연의 이치를 본받으니 필자 역시 자연의 이치를 본받는다. 그래서 자연을 멀리할 수 없음이다.
  • ▲ 능선 세거리에서 가섭산으로 가는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 능선 세거리에서 가섭산으로 가는 등산로.ⓒ진경수 山 애호가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춤추는 햇빛을 만들어 산길을 안내하고, 그 길을 따라 무심하게 오르다 보면 숲이 성글어지면서 하늘이 비집고 들어올 때쯤 능선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암수를 상징하는 형상으로 다정하게 마주 보며 자라고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 사이를 빠져나가면 이정표가 없는 세거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봉학산 수리봉으로 가고, 우측으로 가면 가섭산으로 가는 길이다.

    가섭산 방향으로 누런 흙길을 밟으며 걷는다. 비록 등산화를 신었지만, 발바닥에 닿는 촉감이 푹신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흙길의 오르내림으로 인한 단조로움은 돌길의 등장으로 바뀐다.
  • ▲ 조망 바위에서 바라본 가섭산 자락과 읍내.ⓒ진경수 山 애호가
    ▲ 조망 바위에서 바라본 가섭산 자락과 읍내.ⓒ진경수 山 애호가
    능선을 내려서자 세거리 이정표를 만난다. 직진하면 산림욕장까지 1.4㎞를 가야 하고, 좌측으로 가면 중계소가 1.5㎞ 떨어진 곳에 있단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면 봉학산 두호2봉까지 1.2㎞이란다.

    중계소 방향으로 산길을 내려가자 예상치 못한 조망 바위를 만난다. 그곳에서 방송중계소가 있는 가섭산 고스락과 산자락 뒤편으로 음성읍내를 조망한다.

    조망 바위를 지나 산길을 내려가니 괴사목(壞死木)의 비틀어진 몸과 엉클어진 나뭇가지가 마치 죽음의 고통을 표현하는 듯하다. 살아서 고통과 번민을 면하면 죽어서도 평안한 세계에 있을 것이지만, 살아서 고통과 번민에 시달리면 죽어서도 그러하니 사후를 잘 관리해야 할 듯하다. 
  • ▲ 임도를 거쳐 걷는 쑥부쟁이 둘레길.ⓒ진경수 山 애호가
    ▲ 임도를 거쳐 걷는 쑥부쟁이 둘레길.ⓒ진경수 山 애호가
    고압 송전 철탑을 지나 길마재 안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0.9㎞를 직진하면 가섭산 고스락에 도착한다. 가섭산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0.8㎞를 오르면, 세거리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0.1㎞만 더 오르면 가섭산 고스락이고, 우측으로 0.7㎞를 내려가면 임도에 이른다.

    철망 울타리를 옆에 끼고 오르자 중계탑이 우뚝 솟아있고, 그 주변 보호 철망에는 수많은 등산 리본이 달려있다. 가섭산의 까만 고스락 돌이 오히려 초래해 보인다. 이곳에는 예전에 봉수대가 있었다고 하는데 흔적을 찾아볼 길이 없다.

    고스락에서 다시 0.1㎞ 내려가 임도로 하산한다. 약간 가파른 길을 내려가다 보면 낡은 ‘가섭산 등산로 안내도’를 지나 중계소 기점 0.7㎞ 지점에서 정크아트와 임도로 갈라지는 세거리를 만난다. 완만한 길을 내려가다 높게 자란 낙엽송 군락지를 지난다.
  • ▲ 가섭정(左)과 가섭사 일주문(右).ⓒ진경수 山 애호가
    ▲ 가섭정(左)과 가섭사 일주문(右).ⓒ진경수 山 애호가
    임도를 만나 평탄한 길을 한동안 걷다가 이전에 예비군훈련장이었던 쑥부쟁이 둘레길을 걷는다. 이어 봉학골 표지석을 지나 봉학골산림욕장 주차장에 도착하여 가섭산 기슭에 위치한 가섭사를 바라보고 방문하기로 한다.

    이곳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7.5㎞ 떨어진 가섭사를 찾아간다. 정크아트를 지나면서부터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린다. 가섭사(迦葉寺) 일주문 앞에 주차하고 계단을 올라 일주문을 통과하면 그 옆에 가섭정이 위치하고 있다.

    가섭정에 올라서면 음성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어 최근에 건립된 대리석 계단을 오르면 우측으로 두타제일종각(頭陀第一鐘閣), 좌측으로 최근 상량식을 봉행한 보제루를 지난다. 그 앞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사리탑 뒤편으로 극락보전(極樂寶殿)이 세워져 있다.
  • ▲ 극락보전 우측으로 절벽에 세워진 삼성각.ⓒ진경수 山 애호가
    ▲ 극락보전 우측으로 절벽에 세워진 삼성각.ⓒ진경수 山 애호가
    법당 우측으로 수령이 500년이 넘은 보호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옆으로 석교를 건너가면 절벽에 걸쳐서 세워진 삼성각을 만난다. 삼성각 아래에는 해우소가 운치 있는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다시 극락보전을 지나 좌측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미륵입상불(彌勒立像佛)을 만난다. 온 세상이 다툼이 없이 자비로운 마음으로 평온하기를 기도하며 합장 예배한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가섭산 중계소(고스락)와 연결되는 도로와 만난다. 이로써 인연에 따라 감응이 달리하는 이치를 깨닫는 약 5㎞의 가섭산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