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묻혀 있다는 ‘보물산’… 약수터‧진달래‧벚꽃 유명보문산성‧장수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 ‘눈길’
-
대전 중구 호동 남동쪽에 위치한 보문산은 투박하고 무엇보다 멋을 내지 않은 널찍한 길이다. 지극히 평범한 산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뒷동산에 올라와 있는 듯했다.늦은 오후 겨울 보문산을 오르기 위해 서둘렀다. 산 입구에는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가 왼쪽에 일렬횡대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채 반갑게 맞아줬다. 보문산 트레킹은 무엇보다 편안했다. 아스팔트 도로 우측에 우레탄을 깔아 약간 푹신해서 걷기가 편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펜스 등 인공구조물이 너무 높게 설치된 곳이 많다는 것이 흠이다.길이 잘 만들어진 것은 이유가 있었다. 대전은 6‧25전쟁 당시 임시 수도였다. 1932년 건립된 옛 충남도청을 임시 중앙청사로 사용했으며, 이후 보문산에는 공군부대가 주둔했다. 그래서 길이 넓고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웬만한 시골길보다 넓게 잘 포장돼 있다.15분 정도 오르다보면 급커브 길 우축에 북한 실향민을 위한 ‘망향탑’이 보이고 보문산 길을 계속 올라가면 ‘오월드(동물원)’가 나온다. 대전‧충남에 거주하는 60만 실향민의 한을 달래기 위해 1990년 6월에 건립된 망향탑은 뼈아픈 남북 분단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
보문산 주차장에서 사정공원~시루봉~보문산성~보문전망대~주차장까지 6.83㎞를 완주하는데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보문 전망대에서 한밭야구장과 대전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대전시 중심부 남쪽에 솟은 산인 보문산(457.6m)은 보물이 묻혀 있다고 해서 ‘보물산’으로 불려오다가 보문산이 됐다고 한다. 보문산에는 약수터가 많고 봄엔 진달래와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볼만하다. 또 보문산성과 보문사지, 야외음악당, 전망대, 케이블카, 시루봉길 등 10여 개의 등산로가 있어 대전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보문산성(대전시 기념물 제10호)은 마치 창을 든 포졸이 금세 나타날 것만 같다. 산성 둘레가 300m에 퇴묘꼴 석축상으로 백제 후기에 축조됐고 동남부의 성벽은 무너졌지만 윤곽이 분명하게 남아 있다.또 장수바위 남쪽에 앉아 있는 형태로 새겨진 고려시대의 마애여래좌상(유형문화제 제19호), 고려시대 창건된 보문사지(기념물 제4호), 자연 미륵불 고촉사 등의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다.
-
다시 서둘러 보문산을 올랐던 길을 내려와 반대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송학사(松鶴寺)’가 있다. 송학사 북동쪽으로 내려가면 걷기에 최적인 데크길이 잘 조성돼 있다.좌측에 만들어 놓은 데크길을 걷노라면 신발과 나무 마찰음인 ‘통통’, ‘퉁퉁’ 소리와 함께 발걸음이 경쾌했다. 이 길을 가다보면 목재문화체험장과 보문산 ‘숲치유센터’가 나오고 우측 산 방향으로 계속 올라가면 ‘숲속공연장’을 만날 수 있다.2016년 준공된 행복숲길은 보문산 후면부 대사동~무수동 12개 마을을 잇는 총 22.68㎞의 순환형 임도망으로 구축됐으며 오월드와 사정공원, 숲치유센터, 숲속음악당, 전망대 등 공원과 문화시설이 연결돼 있다.망향탑 위쪽에서 만난 장영희 할머니(79)는 “보문산은 공기가 아주 좋아 자주 찾는다. 산길을 걷다보면 맑은 공기의 청량감을 느낄 수 있고 겨울에는 더욱 확연히 느껴진다”고 보문산을 자랑했고 “젊었을 때는 대청봉도 훨훨 날아다닐 정도로 산을 잘 탔고 지금도 산을 좋아한다”고 말했다.보문산 입구 송학사 덕만 스님(65)은 “송학사는 6‧25 직후에 창건됐는데 산이 투박하고 마사토가 많아 비가 오면 다 쓸려 나간다”면서 “절터가 좋고 삼신당에서 기도하면 아들을 낳는데 대통령 감이 나온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귀띔했다.
-
보문산은 산과 아주 가까운 대사동 주민들이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한 뒤 잠시 산책을 해도 좋을 만큼 도심과 아주 가깝다. 외부에서 보문산을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승용차로 대전에서 옥천 방향으로 달리다가 통영고속도로를 이용, 판암IC에서 빠져나와 15분 정도 가면 된다.보문산은 대전시 중구 대사동과 붙어 있어 하산 길에 보리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고향보리밥은 1인분에 5000원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이 집은 돈 나물과 무생채, 새송이버섯, 계란 프라이 등 6가지 반찬에 보리밥과 쌀밥을 절반씩 한 그릇에 뚝뚝 손으로 자른 상추와 내놓는다. 여기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은 뒤 숟가락으로 쓱쓱 비비면 더없이 맛있다. 이 뿐이 아니다. 된장과 비지장까지 나온다.28년 간 이곳에서 보리밥을 대표음식으로 ‘고향’ 음식점을 운영해온 곽옥순 대표(73)는 “주말에는 걷기 위해 보문산에 왔다가 간단히 식사하기 위해 즐겨 찾는다”고 귀띔했다.그는 바쁜 주말에는 딸과 조카 등 5명이 음식을 조리해 내놓는다. 이 밖에도 졸떼기찌개, 동태찌개, 모두부, 파전, 묵, 묵무침, 어린이주먹밥, 토종백숙 등을 먹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