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충청권 갈등이 호남권으로 번진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역 국회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일부 호남권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KTX호남선 ‘단거리 노선’·‘세종역’ 신설 주장을 반대하고 나서 정치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와 함께, 국회분원의 오송 입지를 대전지역 인사들이 제기하고 있어 세종시의 입장 정리에도 관심이다.
29일 민주당 충북 지역 국회의원들(오제세·변재일·이후삼)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장관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 김현미 장관이 정리한 정부 입장은
이들 의원들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종역 설치와 호남선 KTX 단거리 신설 논란과 관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면담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역 신설, 천안~서세종~공주간 호남선KTX ‘단거리 노선’ 요구에 대해 “김 장관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오송역을 KTX분기역이자 세종시의 관문역으로 결정한 2005년 노무현 정부의 결정을 근본부터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장관 ‘현재 KDI에서 진행하고 있는 KTX 평택~오송구간 복복선화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는 초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마무리될 것’이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천안~공주간 호남선 KTX 노선은 비용도 많이 들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김 장관은 “세종역 설치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다시 예비타당성 검토를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들 의원들은 “이번 면담을 통해 세종역 설치요구와 천안~공주 KTX 호남선 신설 주장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공허한 정치적 주장에 불과한 것이 재차 확인됐다”고 밝히며 “실체없는 상대방의 주장에 과도하게 대응해 이슈를 키우고 공론화하는 것은 상대에게 장단을 맞춰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충북의 KTX세종역 신설 반대에 대한 담당 정부 부처 주무 장관의 첫 공식입장이다.
국회에서도 김 장관은 이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했다.
이날 박덕흠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종합감사에서 김 장관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박 의원이 “세종시는 환상형도시로 대중교통 중심의 계획도시이며, KTX 세종역 신설은 세종시 건설의 목적과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장관의 입장을 묻자 “정부에서 사전타당성조사를 거쳐 세종역을 신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지는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어진 박 의원의 “세종역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모든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반대했고, 세종역 신설로 인해 얻는 시간적 이득이 고작 2~3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 세종시 광역도시계획 상 주변 지역과 연계해야 된다” 는 지적에 김 장관은 “현재 세종역을 신설한다고 이렇게 말씀드리기에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 믿어도 되나
이에 대해 김 장관의 얘기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가에 의문이 일고 있다.
KTX호남선 단거리 노선 신설은 호남권 국회의원들이 최근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업이고 세종역 신설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주장하는 사업이다.
김 장관이 호남지역 정치권과 여당 대표의 요구를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단호하게 할 수 있는가이다.
호남선 단거리 노선에 대해서는 호남지역 의원들이 31일 국회에서 이를 정책화하기 위한 모임을 갖고 정부를 압박한다는 방침이어서 충북을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권이 주장하는 고속철도 요금 인하와 세종역 신설이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천안~남공주 단거리 노선 사이에 ‘서세종역’을 넣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어서다. 두 지역의 정치적 요구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새로운 과제가 됐다.
◇ 국회분원 오송 입지 주장도 나와
지난 26일 KBS대전방송총국 ‘생생토론’에서는 세종역 신선 논란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정예성 미래철도연구원장이 세종역 논란의 해법으로 “국회 분원과 국토교통부 및 산하기관을 충북 오송으로 이전하고, 코레일 연수원을 공주로 유치하자”는 등의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세종역 신설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세종시는 행정도시, 오송은 의회분원이 견제와 균형의 상징면에서 어울린다는 말들이 있어 왔으나 공론화 되지 못했다.
자칫 세종시와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였지만 대전지역에서 이러한 주장이 제기돼 충북 지역사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 지도 관심이다.
아직 세종시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 분원을 주고 세종역을 신설하는 타협안에 대한 여론 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충북이 다양한 변수 속에서 새로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깬 세종시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약속이 국가를 무한의 소모적 정쟁으로 밀어넣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