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세종역 신설 입장 놓고 평행선…지역간 갈등 커질 듯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충북도청에 열린 충북도와의 예산정책간담회에서 이시종 지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박근주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충북도청에 열린 충북도와의 예산정책간담회에서 이시종 지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박근주 기자

    KTX세종역 신설을 놓고 벌이는 지역 간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 문제를 촉발시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충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역 신설을 고집하는 정치적 수사로 다시 지역민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이 대표는 충북도가 마련한 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연철흠 충북도의원이 요구한 ‘KTX세종역 추진 중단’요구 주장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지금 (KTX세종역 신설을 위해)예비타당성 조사 등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무엇을 하지 말란 거냐”며 “예비타당성 조사가 나와야 추진할 수 있는데 아직 신청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0.59를 1로 만들어서 하지도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2017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은 KTX세종역 신설에 대한 예타조사를 벌여 편익률 0.59라는 값을 얻었다. 100이라는 가치를 투여했을때 얻을 수 있는 것은 59의 결과밖에 얻을 수 없으니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외부의 우려와 달리 이러한 수치를 높이기 위해 억지로 조작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충북지역의 민심이 들끓는 이유에 대해 오히려 왜그러냐고 반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표가 이러한 정부 기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역구에서 세종역 신설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춘희 세종시장도 장기 발전 계획에 포함시켜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이 대표는 “예타는 한 번 해서 끝났다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인구가 늘고 상황이 변하면 다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충북은)강호축이라는 큰 사업을 하겠다며 계획을 하고 있는데 작은 간이역 하나를 놓고 이렇게 반대하면 되겠냐”고 오히려 충북 정치권을 나무랐다.
     
    이 자리에는 같은 당 오제세(청주 서원), 변재일(청주 청원), 이후삼(제천ㆍ단양) 국회의원, 질문을 한 연 의원을 비롯한 충북도의원, 도내 시장군수가 대거 참석했다. 충북도내 같은 당 정치인들에게 세종역 신설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됐다.
     
    또한, 이 대표는 “아침 출근 시간에 오송역을 이용하는 사람은 1500명에서 2000명에 불과하다”며 오송역과 신설을 주장하는 세종역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역이 신설되면 출퇴근 인구보다 세종시민들이 더 이용할 것이란 의미로 들린다.
     
    오송역이 세종시 공무원들의 출퇴근용이라는 의미의 관문역보다 인구증가로 인한 세종시 자체의 이용객이 더 많아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세종시 인구는 30만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40만~50만 시대를 기약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논리는 이 지사의 우려를 한 층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이 지사는 환영인사를 통해“KTX세종역 신설에 충북도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당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세종시 건설 배경과 오송역의 관문역화 합의, 오송산업단지 활성화 등 충북의 미래를 담고 있는 오송역과 세종시의 상생발전을 도모하자는 당부가 장기적으로는 따로 갈 수밖에 없다는 대답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대표는 충북은 물론 충청권의 우려와 반대되는 입장도 되풀이 했다.
     
    그는 “충북만 반대하지 다른 곳은 다 찬성한다”고 말해 충북지역 참석자들을 아연케 했다.
     
    이미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세종역 신설보다 공주역 활성화가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고, 가장 인접한 공주시도 세종역 신설은 공주역 활성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KTX공주역은 연간 이용객이 2017년 기준 18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수준이어서 22㎞에 인접하는 KTX세종역이 신설되면 하락세를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인근 지자체장과 지역민들의 우려를 감안하면 이 대표의“충북만 반대한다”는 주장은 거짓말일 수 있다.

    여기에 이 대표가 “당장 세종시민들에게 당장 (KTX세종역을)어떻게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해 지금까지의 주장이 지역민 무마용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충북도민들에게는 분노를 세종시민들에게는 허황된 얘기를 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앞으로 두 지역 주민들이 이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까에 관심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