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지역 사회 반발 확산…공주역·지역경제활성화 ‘찬물’
  • ▲ 충남도 남부권의 관문역 KTX공주역.ⓒ공주시
    ▲ 충남도 남부권의 관문역 KTX공주역.ⓒ공주시

    ‘KTX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충청권 지역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절박감에 직면한 공주시의 속앓이가 심하다.

    18일 공주시에 따르면 KTX공주역 이용객은 하루 평균 550명, 주말 750명 수준으로 개통 당시보다 이용객이 늘고 있지만 활성화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5년 4월 KTX호남선이 첫 개통한 뒤 연말 집계한 전체 이용객 수는 10만 6000명이었고, 다음 해인 2016년 14만 8000여 명, 2017년 18만 8000여 명, 올 들어 7월말까지 이용객은 12만 300여 명이다.

    해가 갈수록 약 4만 명씩 승객이 늘고 있어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면 올 연말에는 사상 처음 20만 명을 넘어서 22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용객 증가는 공주시가 기대하고 있는 수준에는 절대적으로 미치지 못한다. 충북의 오송역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웃 KTX오송역은 8월 하루 평균 이용객이 2만159명, 8월 전체 이용객 62만4939명, 2017년 전체 이용객 658만4387명에 이르고 있어 공주시 입장에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요즘은 오송역 이용객 수의 폭증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KTX세종역이 신설될 경우 그나마 늘고 있는 KTX공주역의 활성화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크다.

    공주시는 KTX공주역 활성화를 위해 전력을 투구해 왔다.

    이는 공주시가 대규모 공업단지가 아닌 관광자원에 크게 의존한 때문이다.

    공주역이 활성화되면 당연히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는 곧 공주역 이용객이 증가하는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공주는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비롯해 역사 자원의 보고다.

    이곳에는 백제의 웅진시대(475~538)부터 사비시대(538~660)까지의 백제의 대표적인 유적이 산재해 있다.

    공산성·관북리 및 부소산성 등의 백제왕성과 송산리·능산리 고분군 등의 백제 왕실묘제, 정림사지 및 미륵사지 등의 백제 사찰은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이자 고고학·역사학도들의 현장 교과서이다.

    지난 6월에는 한국의 산지승원에 마곡사가 추가로 등재돼 역사의 보고이자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등재 이후 백제역사유적지구에 방문한 관광객은 101만여 명으로 등재 전 57만5000여 명보다 75.8% 증가했다.

    여기에는 KTX공주역 개통도 일조했지만 이용객 증가를 통한 관광자원 활성화라는 당초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주시는 KTX공주역 활성화를 위한 특별 대응 부서인 ‘역세권 개발팀’을 설치해 놓고 있다.

    역세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인구 유입과 관광객 증가를 도모하기 위해서지만 충남도와 정부의 지원은 하세월이다.

    여기에 최근 이어지는 정치권의 공주역 죽이기에 가까운 발언들은 더욱 절망적이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일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기자회견장에서 “KTX세종역이 설치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이다.

    충북의 반발과 함께 김정섭 공주시장, 공주시의회가 반대 성명에 동참했고 결국 양 지사가 사과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양 지사는 공주지역 사회로부터 “정작 챙겨야 할 식구들은 멀리하고, 불필요한 갈등 조장에만 힘을 쓴다”는 비아냥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앞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였던 이해찬 당대표가 “KTX세종역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실시하겠다”며 불을 붙였고, 이춘희 세종시장도  “2020년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이라는 로드맵까지 설정하며 공주시를 뒤흔들어 놓았다.

    공주시 입장에서는 정부에 올린 국도 확장사업 예산이 뒷전으로 밀리고, 충청권 정치인들은 공주시 입장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데 대한 아쉬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주시 권석중 역세권개발팀장은 “현재 국도 23호, 40호 노선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지만 몇 년째 답보상태에서 KTX공주역 개발을 통한 지역 경제활성화 노력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현재 이용객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적인 것은 공주만이 간직한 역사와 유적을 보기 위해 KTX공주역을 이용한 50% 이상이 서울·경기지역 방문객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이용객도 지역민보다 외지 사람들이어서 공주역이 백제 역사의 관문역이 될 수 있어서다.

    또한 공주역 이용객이 이웃 부여군과 청양군, 계룡시까지 방문하는 일정을 잡고 있어서다.

    공주시와 논산·계룡시, 부여군과 청양군이 힘을 모으기로 한 ‘2030 광역도시계획’이 완성되면 광역 관광교통망이 형성되고 공주역 활성화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주시로서는 13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돼 KTX세종역이 신설되는 순간, 이러한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역감정만 나빠지고 결국 세종시처럼 공연히 적을 만들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