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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시종 충북지사와 자유한국당 박경국 후보간 ‘충북도청사 이전’이라는 거대화두를 놓고 첨예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민주당은 15일 박 후보가 주장한 ‘도청 이전론’에 대해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평가절하했고 한국당은 좌초된 오송역세권 개발 등을 꼽으며 “이 지사를 예산탕진의 달인”이라고 역공을 폈다.
박 후보가 이날 오전 충북의 수부도시 청주를 둘러싼 ‘도청 이전론’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며 선방을 날린 게 도화선이 된 것이다.
16일 예비후보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3선 가도’에 나서는 이 지사는 기자실을 찾아 도청 이전 여부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그는 재원 문제 등을 검토해야 하고 도내 11개 시·군의 입장 등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청주시가 광역자치단체로 승격된 이후 도청 이전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지사가 ‘도청 이전론’에 대해 일단 점잖게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 충북도당이 가세해 논평을 내고 “지역간 갈등과 막대한 도정 가용재원 투입이 투입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도청입지나 재원 등 대안 제시 없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취약한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검토될 문제이지 선거 이슈화를 목적으로 논의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당은 성명을 통해 “내로남불이다. 이 지사는 지난 8년 동안 오송역세권 개발을 추진하다 지가만 급등시킨 채 사업을 일방적으로 포기했고 충주 에코폴리스도 기분 내키는 대로 밀어붙이다 5년 만에 경제자유구역을 스스로 반납한 당사자”라고 맹폭을 가했다.
또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에 81억 원을 탕진하고, 좌절된 청주공항 MRO에 83억원의 혈세를 날릴 위기에 처하는 등 예산낭비에 한해서는 ‘달인 중 달인’”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가 작심하고 이 지사의 등판 D-1일 전 인화성이 강한 공약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즉, 도전자인 박 후보가 디펜딩 챔피언 이 지사를 겨냥해 먼저 펀치를 날리고 ‘싸움’을 걸었다는 얘기다.
앞서 박 후보는 충북도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도청은 광역자치단체 청사로 기능하기 어렵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담을 그릇으로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누구 하나 이전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수부도시 청주의 인구수(현 83만)가 충북 총 인구수(163만)의 절반에 육박하거나 상회했기 때문에 ‘청주표심’을 의식한 후보자들이 도청 이전 문제를 소신껏 주장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도청 이전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서울로 치면 청와대를 다른 권역으로 옮기자는 얘기이고 수부도시를 바꾸자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어쨌든 여야를 떠나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해 볼 만한 화두로 보인다”고 했다.
향후 도청 이전이라는 화두가 선거과정에서 공론화의 수순을 밟는 것을 넘어 주요쟁점으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한편 2016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안 등은 결국 재원마련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충남도, 경북도 등이 추진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도청사 소재지와 관할 구역이 일치하지 않아 도청사를 이전할 경우 국가가 청사 및 부지를 매입한 뒤 해당 광역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거나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즉, 대전에 위치한 옛 충남도청사(현 충남 홍성 내포) 터를 국가가 매입해 대전시에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고 대전시가 재정부담 없이 개발할 수 있게 한 것이다.